청산 절차 들어간 일본 통일교…침묵하는 자민당 

유재순 일본 JP뉴스 대표 2026. 3. 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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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까지 최소 10년 전망…재산 해외 이전 의혹도 제기
아베 피격으로 드러난 日 자민당-통일교 정교유착…다카이치 총리도 의심 받아

(시사저널=유재순 일본 JP뉴스 대표)

요즘 일본 열도가 연일 통일교 문제로 시끄럽다. 3월4일 도쿄고등재판소가 1심에 이어 또다시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결 요지는 "가정연합(통일교)이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신자에게 고액 헌금을 강요하고,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지난 40여 년간 1500여 명에게 총 204억 엔에 달하는 피해를 준 것에 근거해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해산명령의 1심 판결이 타당하므로 교단 측의 항고를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판결 후 재판부는 즉시 일본 통일교에 대한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재판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이토 히사시 변호사를 청산인으로 선임한 것. 청산인에게는 광범위한 권한과 재량이 주어지며 청산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본 통일교의 임시 대표가 된다. 그리고 법원의 관리 아래 청산인은 채권 회수 및 채무 변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 행정적인 모든 처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일본 통일교는 이날 판결 직후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종교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세제 혜택도 즉시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통일교의 총 자산인 1181억 엔(약 1조1000억원)에 대한 권리도 즉각 상실했다. 그렇다고 종교의 자유마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임의대로 조직을 결성해 종교를 갖는 것은 청산 절차와 관계가 없다.

도쿄 소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일본 본부 ⓒ연합뉴스

피해액으로 1000억 엔 이상 추산하기도  

법원으로부터 청산인으로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이토 변호사는 판결 직후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가 제일 먼저 시행한 것은 일본 통일교에 대해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먼저 가정연합(통일교)의 간부들은 통일교 소유의 모든 시설을 비우고 출근하지 말 것. 또한 청산인이나 그 대리인의 지시에 따라 통일교 직원들은 법인 관계 시설을 비워주고, 법인 소유의 모든 자산 자료를 청산인 또는 그 대리인에게 넘겨줄 것. 또한 청산인의 허락이나 지시 없이 가정연합 관계자가 종교법인 소유의 시설을 임의로 점유하거나 관리해서도 안 되며, 청산인의 지시에 반해 법인의 자산을 청산인 측에 인도하지 않거나 은닉 또는 손괴할 시에는 민형사상 책임과 처벌이 있음을 고지한다"고 통지했다. 

일본 현지 언론보도에 의하면, 일본 통일교에 대한 청산 기간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 사린 독가스 살포로 일본 열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오움진리교 청산에 무려 13년이나 걸린 사례가 제시된다. 오움진리교의 경우, 자산보다 채무가 더 많았고 조직 구성도 통일교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는데도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

더욱이 일본 통일교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피해자 수 1500여 명보다 실제 피해자 수가 몇 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추가 피해자 신고를 받게 되면 인원수와 그 피해액은 기존에 발표된 204억 엔보다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임의로 조사한 피해액으로 1000억 엔 이상을 추산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 부인의 거액 헌금으로 가정이 붕괴되고 그 여파로 장남이 자살한 고치현의 하시다 다쓰오는 최근 '테레비 고치'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고치현 피해자들을 모아 통일교를 상대로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통일교 교주를 향해 일본을 우습게 알지 말고 더 이상 일본인 신도들에게 헌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뜯어가지 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하시다가 말한 것처럼 지방, 특히 시골의 경우에는 정식으로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통일교가 1심 판결 후에 이미 미국과 한국 등 일본 외의 나라로 법인 재산을 빼돌려 은닉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민당의 거물급 정치인이 협조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인터넷에 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 통일교는 3월9일, 도쿄고등재판소의 판결에 불복해 최고 재판소에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앞서 일본 통일교는 3월5일 한일 양국에서 "일본 가정연합 2세 신도들에 대해 큰 차별을 하지 말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이번 결정은 과거의 사건과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성실히 일궈온 수많은 2세 신도와 그 가족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공식화한 결정이다. 이는 법인 해산을 넘어 개별 시민의 삶 전반에 불이익을 가하는 '국가적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독 '2세 신도'들에 대한 불안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2022년 7월8일 아베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데쓰야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나라 로이터 연합

통일교 "2세 신도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말라"

사실 일본 통일교 신자들의 고액 헌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일본 통일교회에서 모아진 거액의 헌금은 90% 이상 한국 통일교 본부로 보내졌다. 이번 재판 판결문 내용을 보면, 2018~22년까지 일본 통일교회에서 한국 본부로 연간 83억~179억 엔의 헌금을 보냈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 전에는 400억~500억 엔의 헌금을 보낸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피해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간 일본 통일교회에서 한국본부로 보낸 금액을 모두 합치면 수조원에 달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 통일교의 총 본산인 '가평궁전'이라고 불리는 천원궁과 천정궁도 95% 이상 일본인 신도들의 헌금으로 지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우리들은 한국 통일교본부의 ATM이다'라는 자조가 신자들 사이에 나왔을까. 

또 다른 피해자는 일본에서 헌금 열기가 식을 때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에 대해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그 죗값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헌금을 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종종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스토리도 성경 공부처럼 그렇게 열심히 익혀야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신자들의 거액 헌금 문제는 수많은 가정에 분란을 일으켜 이혼하거나 가족 일원이 자살하는 등의 크고 작은 폐해가 수십여 년 동안 계속돼 왔다. 통일교를 탈퇴한 신자들이 하나둘 폭로를 시작하고,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어 사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은 이를 애써 모른 척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애써 부인하며 숨겨왔던 수면 아래의 자민당 의원들과 통일교의 밀착 관계가 아베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궁여지책으로 자체 조사를 벌여 200여 명에 달하는 통일교 관련 정치인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거물급 정치인들을 다음 총선거에서 배제시키고 자숙의 기간을 갖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아베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 또한 일본 세계일보에 대담 형식으로 여러 번 등장하기도 하고, 정치자금 모금 파티 티켓을 파는 등 직간접적으로 통일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통일교 문제에 대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재순 일본 JP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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