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잘하는 기자들의 비결? "선량해도 처음부터 의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기자상 다수 수상자 16명에 '사실 검증' 과정 인터뷰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존할 수 있는 건 현장 기자의 철저한 '팩트체크'다.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실 검증 방법을 인터뷰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기자들은 국내 언론의 사실 검증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1월 <뉴스 생산 과정의 사실 확인 및 검증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창숙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과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박성호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겸임교수(MBC기자)가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언론 현장에서 사실 확인과 검증을 탁월하게 실천한 것으로 평가되는 16명의 취재기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방송기자연합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등 최근 10년간 수상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기자를 선별했다. 이를 토대로 취재기자나 에디터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공했다.
아직까지는 우수한 기자들이 생성형 AI를 적극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환각, 조작 가능성이 있어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기자들은 전반적으로 AI를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정리하는 용도,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 맥락을 간단히 파악하는 용도 정도로만 활용했다.
“문서로 나왔다고 해도 조작된 문서일 가능성도 있어서 옛날에 탐사보도했던 선배들은 문서나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지만, 요즘에는 영상도 문제가 많고 허위가짜조작이 너무 난무해서 저는 (사람) 취재원이 요즘 시대에는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9년차 방송기자 L)
현장에 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도 우수한 기자들의 공통점이었다. 이미 보도가 쏟아진 경우에도 현장에 가면 다른 독자적 내용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언론사 환경 탓에 '현장에 가는 것' 자체가 특별해지는 아이러니도 발생했다. 8년차 방송기자 K는 “당연히 기자는 현장에 가야 된다는 게 있는데,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금 더 힘들어진 말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기자들은 취재원을 언제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취재에 응한다는 건, 그 보도로 취재원이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선량해도 처음부터 의심했다”, “전과 100범의 사기꾼이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고, 존경받는 성직자라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취재원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년차 방송기자 P는 “취재원과 관련된 사람은 다 통화해 보고 주변의 평판까지도 확인”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사실 검증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시간'을 꼽았다. 온라인 트래픽을 위해 회사가 기자들에 많은 기사 수를 요구하면서 사실 검증에 들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제한적 환경에서도 사실 검증에 시간을 들이려면 평소에 '문제의식'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일간지·방송의 1면·톱기사를 분석한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취재원의 수나 정보 출처의 다양성이라는 양적 지표 면에서 가시적인 성장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기사당 평균 1개에도 미치지 못했던 취재원 수는 2024년에 이르러 기사당 평균 4개에서 5개 수준으로 늘어났다”면서도 “양적 성장의 이면에 검증의 질적 수준과의 괴리와 사실 확인 및 검증 수준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했다.
보고서는 “언론이 독자적으로 사실을 입증하기보다 특정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식 '진술 저널리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취재 방법 및 과정의 투명성 역시 나아지고 있으나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고, 취재원 투명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다“라고 했다.
또 보고서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사안을 다룬 기사에서 오히려 취재원 수가 더 많게 나타난 점은 사실 확인과 검증이 사안의 중요도보다는 취재 용이성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내 언론의 뉴스 생산 과정에서 사실 확인 및 검증 수준은 사안의 민감성이나 중요도에 비례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관행과 제작 조건에 따라 편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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