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시’ 두바이 2주만에 ‘유령도시’…투자금 어디로?

정목희 2026. 3.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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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유층, 미사일·드론 떨어지자 자산이전 문의 급증
“자금 싱가포르로 옮기자” 문의 잇따라
관광객 급감·부동산 거래 중단…걸프 투자 심리 ‘흔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제벨 알리 항구에서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 파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외국인 주민과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 ‘전쟁과 무관한 고급 안전지대’로 불리던 두바이의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자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후 두바이에서는 투자자와 외국인 거주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초부유층은 자산 이전을 문의하고 있으며, 부동산 거래도 잇따라 보류되는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스카이라인 모습 [AP]

이란의 공격은 두바이가 구축해 온 ‘안전 도시’ 이미지를 크게 흔들었다. 두바이는 그동안 불안정한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세계적인 금융·관광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실제로 이달 초 이란 미사일과 드론이 두바이로 날아들면서 공항이 폐쇄됐고, 두바이 대표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과 두바이 심해항이 공격을 받았다. UAE 전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5성급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UAE 대통령은 지난 2일 두바이몰을 방문해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쇼핑객들과 악수하며 “행복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가나에서 온 한 쇼핑객이 “아주 행복합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UAE에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전역 공습 피해 현황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두바이는 초고층 빌딩과 호화 관광 산업,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따라했다. 이들 역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 친화적인 경제 모델을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걸프 지역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도 흔들리고 있다. 싱가포르 로펌 베이프런트 로의 라이언 린 변호사는 초부유층 고객 약 20명이 두바이 자산 이전 가능성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버나드 허드슨 전 CIA 대테러 책임자는 “UAE 성공의 핵심은 ‘여기가 중동이 아니라는 믿음’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정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두바이 부유층은 미국이 전쟁을 촉발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두바이의 유명 개발업자 칼라프 알 하브투르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위험한 결정을 어떤 근거로 내렸느냐”며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닥칠 피해를 계산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두바이가 전쟁 상황에 대비한 인프라가 거의 없는 도시라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달리 두바이에는 대피소 네트워크나 체계적인 경보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영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광 산업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올해 중동 방문 관광객은 최대 27% 감소하고 관광 소비 손실은 56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바이는 여전히 낮은 세금과 금융 허브, 관광 산업 등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만큼 지정학적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나빌 밀랄리는 “UAE는 그동안 자신을 ‘중동의 스위스’라고 홍보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투자에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의 성장세 자체는 여전히 가파르다. 2024년 말 두바이 인구는 약 400만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약 90%가 외국인이다. 지난해에는 9800명의 백만장자가 UAE로 유입되며 600억달러(약 89조원) 이상의 자산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두바이가 구축해 온 ‘억만장자들의 안전한 피난처’라는 이미지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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