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결제 선박만 호르무즈 통과”…트럼프 패착에 美 패권 무너지나

원호연 2026. 3. 14. 14: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유조선에 한해 위안화 결제를 조건으로 통항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제 원유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중심의 달러 기반 에너지 질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란이 위안화 결제를 통항 조건으로 내건 것은 미국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페트로 위안' 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만 무산담 자치구 국경 인근 라스 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이란이 11일(현지시간) 오만의 살랄라 항구를 공격하는 등 호르무즈 봉쇄의 강도를 높이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내 민간 항구에 대해서도 공습을 예고했다.[로이터]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유조선에 한해 위안화 결제를 조건으로 통항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제 원유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중심의 달러 기반 에너지 질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려는 신호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특정 선박의 해상 통제 완화 대가로 위안화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개별 기업의 ‘통행세’ 수익에 집중하는 사이, 이란은 미 패권의 상징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달러 질서의 근간을 정조준했다. 1974년 미-사우디 합의를 기점으로 원유 결제 대금을 오직 달러로만 받기로 하면서, 달러는 세계 유일의 기차 통화로서 지위를 굳혔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 덕분에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거래를 통제하고 달러 수요를 강제로 유지하며 막대한 금융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란이 위안화 결제를 통항 조건으로 내건 것은 미국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페트로 위안’ 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 이스라엘 외교가 중동 전장으로 이어지자, 이란과 중국이 에너지 수송로를 인질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아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과 중동연구소(MEI) 등은 이번 군사 작전이 구체적인 출구 전략이나 전후 통치 구상 없이 강행된 ‘무모한 도박’이라고 지적하며, 단순한 공습만으로는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 내부의 강경파를 결집시키고 핵무기 보유 의지를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으며, 미국의 외교적 고립과 국제법 위반 논란을 자초해 미국의 대외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결전 의지를 심어 준 당사자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마저도 군사적인 옵션으로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공급망 위기로도 확산되고 있다. 유엔(UN)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제가 지속될 경우 원유뿐 아니라 식량, 의약품, 비료 등 필수 물자의 해상 운송이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가 ‘위안화 결제’라는 통행세와 맞물려 폐쇄될 경우, 그 피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 배치됐던 패트리어트 및 사드(THAAD) 요격 미사일이 중동으로 반출되고 있으며, 남중국해의 항공모함 전단과 일본 주둔 해병 원정 부대까지 차례로 차출되는 등 아시아 전력이 급속히 공백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엘리 래트너 전 국방부 차관보는 한국 내 방공 시스템 철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서울에 보낸 최악의 신호”라고 평가하며, 일본과 대만이 주문한 무기 인도마저 지연되면서 미국의 아시아 방위 약속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안보 공백은 아시아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동맹국들의 ‘무기 자강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NYT는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경제적 고통을 겪는 사이, 중국이 자신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포장하며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필리핀이 석유 배급제를 실시하는 등 역내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미국이 이를 방관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미국산 무기 도입의 불확실성을 체감한 아시아 우방국들이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독자적인 군수 산업 투자 경쟁에 뛰어들면서, 역내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사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달러 기반 국제 통제권은 이란과 중국의 공조 앞에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