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다주택자 대출 연장 막히나…‘3중 규제’ 카드 만지작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6. 3.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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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69]
다주택자 대출 규제 방안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듯
대출 만기 연장 원칙 제한
임대사업자 RTI 심사 강화
비거주 1주택 규제도 검토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물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매경DB]
‘6만 141건→7만 5534건.’

서울 아파트를 팔기 위해 내놓은 매매 매물이 한 달 전에 비해 약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8일 기준 수치를 참고하면 말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밝힌 데 따른 효과로 보입니다.

정부가 세금과 대출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거든요. 여러 주택을 계속 갖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파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제도를 손보겠다는 거죠. 세금이 크게 늘고 대출이 막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리 집을 팔려는 움직임이 생긴 겁니다.

실제 이르면 이달 말에 대출 규제 방안부터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은행권과 함께 지난달부터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주요 타겟은...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다주택
먼저 주요 규제 대상부터 알아볼까요. 사실 다주택자도 유형이 제각각입니다. 크게는 개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로 나뉩니다. 한 사람이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경우를 개인 다주택자라 봅니다. 임대사업자는 여러 주택을 세입자에게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사업을 하는 이들을 뜻하죠. 개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도 다양합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이들도 있지만, 빌라 등 비아파트를 여럿 소유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다주택 유형 중 정부가 특히 규제 대상으로 보는 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다주택자’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다주택자 위주로 규제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이나 비아파트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후순위란 겁니다. 이들까지 강하게 규제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 듯합니다. 비수도권이거나 비아파트인 매물은 내놔도 잘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수도권과 달리 지방 곳곳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원룸, 빌라 등 비아파트도 잘못 건들면 서민·청년 주거가 불안정해질 수 있죠.

다주택자 대출 연장 제한 검토...세입자 보호 대책 고심
부동산 대출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뱅크]
그렇다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어떤 규제 카드가 논의되고 있을까요. 가장 강력한 카드로는 ‘대출 연장 제한’이 꼽힙니다. 다주택자가 받은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연장을 아예 안 해주고 빚을 다 갚으라고 하는 거죠. 만약 이 규제가 실제 시행되면 개인 다주택자보단 임대사업자가 더욱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 다주택자는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분할상환’ 방식을 택한 이들이 전체의 93% 이상으로 추산되기 때문입니다. 분할상환 방식은 나눠 갚으니 대출 만기 때 남은 빚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반면 임대사업자는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린 이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출 만기 시점에 빚을 한꺼번에 다 갚아야 하는 방식이죠.

[사진출처=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금융감독원]
그간 임대사업자 대출은 최초 3~5년 만기로 실행된 후 1년 단위로 연장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은행권이 10년 정도까진 관행적으로 대출을 연장해줬다고 봅니다. 만약 정부가 앞으로 대출 연장을 제한하면요.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1년 안에 큰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세입자들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갑자기 내쫓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현재 세입자 보호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세입자 임차 기간 동안엔 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는 상황입니다.

만기 연장땐 임대사업자 RTI 심사 강화 검토
세입자가 있어 ‘대출 연장 제한’의 벽을 넘은 다주택자라도 안심할 순 없을 듯합니다. 후순위로 꼽히는 비수도권·비아파트 다주택자도 긴장의 끈을 놓기엔 이릅니다. 정부가 ‘RTI’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TI란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ent To Interest)의 줄임말입니다. RTI는 임대사업자가 받는 임대소득으로 대출 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임대사업자가 1년에 대출 이자를 1000만원 갚아야 한다고 해봅시다. 만약 이 사업자가 연간 임대소득을 1000만원 얻는다면 RTI는 1배가 됩니다. 1년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라면요. RTI는 2배가 되죠. 결국 RTI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대출 이자보다 벌어들이는 임대료가 더 많다는 뜻이니까요. RTI가 높으면 대출 이자를 잘 갚을 가능성이 훨씬 크겠죠.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래서 은행은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줄 때 이 비율을 꼭 살펴보곤 합니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 속한 임대사업자는 RTI가 1.5배 이상일 때만, 비규제지역에 있는 임대사업자는 RTI가 1.25배 이상일 때만 신규 대출을 내줬습니다. 서울 임대사업자의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1년 임대소득은 최소 1500만원 이상이어야 대출이 가능했단 의미입니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권이 신규 대출을 내줄 때만 RTI를 꼼꼼히 따졌다고 봅니다. 대출 만기가 돌아와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땐 RTI를 별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거죠. 이미 나간 대출이니, 이자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면 관행적으로 대출 만기를 늘려주곤 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당국은 앞으로는 대출 연장 때도 RTI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신규 대출 때처럼 꼼꼼히 보라는 취지죠. 물론 임대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대출을 내주라는 원칙은 합리적입니다. 다만 RTI 규제가 깐깐하게 적용되면요. RTI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임대사업자들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어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 다주택자 대출 꺼리도록...위험가중치 줄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뿐만이 아닙니다. 은행이 다주택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걸 조금 더 망설이게 하는 규제 방안도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RWA 규제입니다. RWA는 위험가중자산(Risk Weighted Assets)을 뜻합니다. 은행 대출의 위험도를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RWA가 높을수록 은행은 더 많은 자본을 쌓아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하거든요.

결국 은행 입장에선 RWA가 오르면 같은 대출금을 내주더라도 자본건전성에 부담이 생깁니다. RWA가 높으면 높을수록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내주기 싫겠죠. 이 RWA는 대출 유형에 따라 정부가 얼마를 곱하라고 정해줍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RWA는 20%인데요. 다주택자에게 내주는 대출의 RWA를 25%로 올리는 방안 역시 논의되고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도 규제...전세대출 막히나
비거주 1주택자도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1주택자가 자기 집에 거주하지 않고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전세를 살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공적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경DB]
현재 1주택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 공적 보증기관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은행이 보증기관을 믿고 전세대출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출의 80%까지 대신 갚아주곤 합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까지 공적 보증을 해주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정부가 공적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은 사실상 막히는 효과가 생깁니다. 은행이 보증 없인 1주택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는 마찬가지로 예외 사유를 검토하는 중입니다. 부모 봉양, 직장 이동,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전세 거주가 정말 필요한 경우엔 지금처럼 2억원 한도로 대출 보증을 해주는 방안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된 여러 규제는 아직까진 확정되지 않고 논의하는 단계입니다. 실제 규제 방안이 나오면 재차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격주로 찾아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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