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바뀌는 전쟁 명분·출구 전략…‘오락가락’ 트럼프에 이란 사태 ‘미궁’
美 국민 10명 중 3명만 이란戰 ‘지지’…‘치솟는 유가’에 출구 찾는 트럼프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전쟁은 거의 끝났다"와 "더 싸운다". 이란 전쟁을 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모순'으로 요약된다. 전쟁의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조기 종식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란 전쟁을 두고 "거의 완료됐다"고 자평하는 동시에 군사작전 지속을 시사하는 등 상반된 발언을 일삼고 있다. 군사적 성과를 강조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기 종식 가능성을 언급하는 그의 행보는, '협상 압박'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9일(현지시간) CBS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은 사실상 거의 완료됐다"며 "이란에는 해군도, 통신도, 공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이 당초 자신이 예상했던 4~5주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우리는 아직 충분히 승리하지 못했다"며 "궁극적 승리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초 나타나는 국민 결집 '이번엔 없다'
정부 내부에서도 엇갈린 신호는 계속 감지된다. 국방부는 "우리는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은 3월10일 "오늘이 이란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습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목표와 일정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기간과 목표에 대해 "모호하고 상충되는 전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행보 뒤에는 경제와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 유가는 전쟁 이후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일주일 사이 약 50센트 상승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휘발유 가격 하락을 자신의 대표적 경제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그 메시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유가 안정을 위해 일부 석유 관련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히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휘발유 가격 하락'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약 두 시간에 가까운 연설에서 "내 전임자 시절(바이든 정부) 일부 주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재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주에서 2.3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며 공화당의 핵심 경제 메시지로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2주 후 시작된 이란 전쟁이 이 메시지를 흔들어버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고위 관료를 지낸 뒤 현재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를 이끄는 니라 탠든 회장은 "가격 상승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설명하기 쉬운 이야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사람은 단 한 명,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와 유권자 심리에 미칠 파장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정치 환경 역시 부담 요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이란 전쟁이 "현대적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 없이 시작한 첫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전쟁 지지율이 27%에 불과했고 CNN 조사에서도 41%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시작할 경우 초기에는 국민이 결집하는 이른바 '랠리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이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코넬 벨처는 "이 전쟁은 시작부터 지지 기반이 약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공감할 수 있는 중심 메시지가 있었다면 일부 상황을 완화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거의 매일 다른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유권자의 의심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낮은 지지율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럴당 120달러, 오일쇼크에 움찔한 트럼프
미국 사회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십 년간 중동전쟁을 경험한 미국 국민은 새로운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정치적 양극화 역시 심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전쟁 초기 초당적 지지를 형성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와 종전 전략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 어떻게 끝낼 것인지'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끝 그림'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전쟁이 "거의 완료됐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시작"이라고 말해 이란 체제 변화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메시지 혼선이 오히려 전쟁 목표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러운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테헤란이 지역 국가들을 계속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여전히 이란 목표물을 공격하려는 한 미국이 쉽게 전쟁에서 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은 반드시 성과로 만들어야 할 정치적 변수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끝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구상을 아직 내놓지 않은 만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시장과 정치권을 계속 흔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전략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일부 공화당 내부에서도 장기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명확한 종전 전략 없이 확대되는 전쟁 속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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