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고개 숙인 경찰… “3.15 시민 인권침해 진심으로 사과”

최석환 기자 2026. 3. 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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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념 행사 하루 전 추모제 찾은 김종철 경남경찰청장
“실탄 발포·폭행 등 인권침해” 유족 앞에서 첫 공식 사과
김 청장 “국민 생명·인권 지키는 경찰로 거듭날 것” 다짐
유족, 김 청장 사과에 눈물…“찾아와 사과해줘서 고맙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청장은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 정권 시절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총을 쏘고 폭행·고문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경찰 사과는 66년 만에 처음이다. /김구연 기자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민을 향해 물리력을 행사하여 수많은 희생을 야기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많이 늦었지만, 당시 경찰조직을 잇는 책임자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머리를 숙였다.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다. 이 자리는 3.15의거희생자유족회가 주관하고,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주최했다. 국가보훈부가 여는 공식 3.15의거 국가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마련됐다.

김 청장은 이날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 정권 시절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폭행·고문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경찰이 3.15의거 추모 행사에 참석해 유족과 시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햇수로 치면 66년 만이다.

추도사에 나선 김 청장은 정복을 입고 3.15의거 단체와 보훈단체 등 100여 명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경남 경찰을 대표해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 3.15의거 당시 경찰은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시위에 나선 시민을 향해 최루탄과 총기를 발포했고,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하게 했다. 그리고 시위참여자를 연행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구금과 상해 피해를 입히고 인권을 침해했다. 그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6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경찰은 제대로 된 사과 말씀을 전하지 못했다. 많이 늦었다. 그러나 꼭 전해야 할 사과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 청장은 또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이 자리는 경찰이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드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경찰이 국민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본연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 경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임을 명심하고 공정과 중립을 지켜나가겠다. 다시는 경찰 권한이 잘못된 방향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 오늘 추모가 다짐에 그치지 않도록 스스로 더욱 엄격하게 돌아보겠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3.15의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된 역사적 민주화 운동이다. 우리는 그 희생 덕에 오늘날 민주주의가 세워졌음을 잊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친 영령들을 추모하며 다시 한번 민주 영령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 오랜 세월 아픔을 감내하고 3.15 민주 영령 뜻을 이어오신 유가족 여러분들께도 존경과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에게 사과하고 있다.과거사 문제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김종철 경남경찰청장과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 박홍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낸 '3.15의거 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1960년 3월 15일 마산 시내 6개 지점에서 시민에게 실탄을 발사했다. 남성동파출소 일대와 마산시청~무학초등학교 구간, 북마산파출소 등지에서 발포가 이어졌고, 도립마산병원~무학국민학교 구간에서는 500발 이상이 쏟아졌다. 4월 시위 과정에서도 발포는 계속됐다. 1·2차 의거 동안 확인된 최소 발포량은 1093발에 이른다.

경찰 발포로 숨진 사람은 12명이다. 여기에 부산 시위대의 마산 원정 시위 등 다른 희생자를 포함하면 3.15의거 희생자는 16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발포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일부 경찰이 처벌받았지만, 감형과 특별사면으로 책임 규명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3.15의거 경찰 실탄 발포가 개별 경찰서 차원 판단이었는지, 도 단위 지시였는지, 아니면 내무부 차원 명령이었는지는 지금도 규명되지 않았다. 총을 쏜 결정적 출발점은 여전히 역사 속 공백으로 남아 있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가한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참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추모제에 참석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김 청장 사과를 받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3.15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폭행과 고문, 총상까지 당한 고 김태열 씨 배우자다. 김 씨는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20여 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 회장은 "청장님 말씀을 쭉 듣다 보니 당시 없어졌던 남편을 찾으러 다니던 때가 떠올라 눈물이 줄줄 흘렀다"며 "청장께서 이렇게 찾아오셔서 직접 사과하니까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괴로운 마음도 들어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경찰이 사람들을 얼마나 때리고 고문했는지 인권 침해가 심각했다"며 "오늘 청장님 말씀대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거 말고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추모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홍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도 눈물을 흘렸다. 박 회장은 "추모제를 찾아주신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을 비롯해 이하 경찰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며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오늘의 뜻깊은 행사는 66년 전 그날의 희생이 마산이라는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굳건한 뿌리였음을 국가 차원에서 다시 한번 인정하고 확인하는 뜻깊은 출발점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경찰청장께서 오늘 추모제에 함께해주신 것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난다"며 "오늘 사과는 경찰이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자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부상자, 공훈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