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진라면·불닭 빠진 '맹탕' 가격인하

김아름 2026. 3. 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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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라면 4사, 주요 제품 가격 인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가격 인하 소식 밝혀
하지만 팔도 제외하면 주요 제품 모두 제외
매출 영향 크지 않은 제품들로 생색만 내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라면 싸진다

지난 12일의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식용유와 라면 생산 업체들이 다음 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 자릿수까지 인하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국민의 물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일명 '라면 4사' 임원들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가격을 내려라"라는 말을 조금 더 품위있게 한 겁니다.

라면 3사는 이번 가격 인하에서 모두 매출 1위 제품을 제외했다./그래픽=비즈워치

관계부처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요청한 만큼 반응도 빨랐습니다. 라면 4사는 12일 일제히 가격 인하 소식을 알렸습니다. 인하된 가격은 오는 4월 1일부터 반영되는데요. 업계 1위 농심은 총 12종의 가격을 내립니다. 안성탕면 3종을 5.3%, 무파마탕면은 7.2% 내리고요. 이밖에 육개장라면, 사리곰탕면, 후루룩국수, 후루룩칼국수, 감자면, 짜왕, 보글보글부대찌개면, 새우탕면 등이 대상입니다.

오뚜기는 진짬뽕을 비롯해 굴진짬뽕, 크림진짬뽕, 더핫열라면, 마열라면, 짜슐랭, 진짜장, 진쫄면 등 8개의 제품 가격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2종만 내리는 대신 가격 인하 폭을 경쟁사 대비 큰 14.6%로 잡았습니다. 팔도의 경우 팔도비빔면이 3.9%, 왕뚜껑이 4.6% 내리고 신제품인 상남자라면도 6.4% 내리는 등 총 19종의 가격을 평균 4.8% 내립니다.

전후관계야 어떻게 됐든 서민들로서는 라면 가격이 내린다니 반길 만한 일입니다. 인하된 가격이 적용되면 라면을 좀 사둬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잘 살펴보면 아쉬운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내리라고 하니 내리긴 하는데, '생색'만 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먹을 게 없네

우선 국내 라면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제외됐습니다. 농심을 볼까요. '톱 5' 라면인 신라면·짜파게티·육개장사발면·너구리·안성탕면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안성탕면만 가격 인하 품목에 포함됐고 나머지 4종은 제외됐습니다. '육개장라면'이 있다고요? 저 제품은 우리가 흔히 먹는 컵라면이 아닌 육개장사발면을 봉지라면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오뚜기 역시 인하 품목에서 진라면이 빠졌습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이 인하를 하지만 사실 이 회사의 진짜 매출 1위 품목은 따로 있죠. 불닭볶음면이 제외됐습니다. 사실상 핵심 품목은 그대로 둔 채 매출이 저조하거나 꺾이고 있는 품목만 인하를 한 겁니다. 이쯤 되면 이게 물가 안정을 위한 결정인지 할인 마케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나마 팔도의 경우 '진정성'이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우선 4사 중 가장 많은 19개 품목을 인하합니다. 인하 대상도 팔도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 대표 제품이 대부분 포함됐습니다. 신제품 프리미엄 라면인 '상남자라면'도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표를 고쳐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풀무원과 하림산업 등 '제 5의 라면 제조사'들이 이번 인하 리스트에서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두 회사는 최근 인기있는 건면을 내세운 라면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전체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높지 않지만 대체로 가격대가 높은 라면이 많습니다. 인하에 따른 체감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양 사 모두 이번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농림부가 가격 인하를 위한 물가안정 회의에 부르지도 않았으니, 가격을 내릴 이유도 없습니다. 풀무원의 '로스팅 면' 시리즈나 하림산업의 '더미식 장인라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음 문제는 '인하 이후'입니다. 라면업계는 지난 2023년 6월에도 가격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때도 정부의 요청이 있었죠. 그리고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 다시 가격을 올립니다. 공교롭게도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정부가 계엄-탄핵으로 인해 사실상 와해된 뒤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 정부는 아직 임기 초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릅니다. 과연 라면업계는 내린 가격을 붙들고 있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복구'에 나설까요. 부디 라면이 '서민의 식량'으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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