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인사 1명이 없다…국힘 노선 전환이 공허한 이유 [김수민의 일침일갈]

김수민 시사평론가 2026. 3.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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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은 野 절대 다수의 기회주의…갈지자로 그때그때 지지층 눈치만
해결된 문제는 없어…한동훈 복귀, 갈등의 ‘종식’ 아닌 ‘증폭’으로 규정돼

(시사저널=김수민 시사평론가)

3월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 공천 신청이 마감되면서 국민의힘은 긴박한 상황에 부닥쳤다. 당권파에 가까운 나경원·신동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오세훈 현 서울시장마저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직 단체장과 그의 당내 대항마 여럿이 공천 경쟁에서 일제히 빠진 것은 '본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기권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이튿날인 3월9일 송언석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지방선거 전, 당의 노선을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물론 전망은 밝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가 버티는 한 노선 전환은 불가능해 보였고, 장 대표를 비판해온 의원들 역시 탈당을 불사할 힘은 없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장 대표를 압박해온 오 시장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의 결의는 과연 노선 전환을 의미하는가? 첫 번째 결의는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대국민 사과. 했던 말을 또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계엄 이후 탄핵 국면에서부터 '우리도 계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연신 밝혀왔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국민의힘의 노선 전환'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고 기소되었을 뿐)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과 상의 없이 저지른 사건이었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따로 있었고,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월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자기 잘못부터 청산하겠다는 인물 '無'

국민의힘이 12·3 사태 당시에 당론으로 '계엄 해제' 입장을 정했다면 어땠을까? 계엄 해제 이후 탄핵이나 즉각 하야를 주장했다면? 체포 방해 사건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아닌 윤 전 대통령에게 항의했다면? 그랬다면 '내란 옹호' 정당이라고 비판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지율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단 한순간도 그런 길로 접어든 적이 없었다. '계엄 선포'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들 그 이후 행보를 은폐할 수는 없다. 멸치 육수에서 멸치만 건져낸다고 멸치 육수가 아닌 게 되나. 

결의의 두 번째 내용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합니다"이다. 말장난이다. 윤 전 대통령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세력이 '윤 어게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3단 논법이다. "'윤 어게인'은 '윤석열의 복귀'라는 뜻이잖아? 우리는 윤 전 대통령을 복귀시키자고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건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힐 수 있다. 고로 우리는 이것으로 '절윤'했다." 

사실 윤 어게인 세력도 진지하게 윤석열 복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전한길씨가 광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체포 이후다. 윤 어게인은 윤석열의 불가역적 몰락이 드러난 다음 나타났다. 윤 어게인의 목적은 윤석열 복귀가 아니라 범국민의힘 세력 내부의 주도권을 갖는 데 있다. 여기서 '윤'은 그들의 마스코트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역시 윤석열 복귀를 주장한 적이 없다. 윤 전 대통령 탈당 이후 "그는 이제 우리 당 사람이 아닌데 새삼 절연이 필요하냐"라는 식으로 나왔던 것이 국민의힘이다. 게다가 그사이 윤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니 복귀는커녕 출소도 기약할 수 없다. 윤석열 복귀는 아예 쟁점이 아니었다. 상상해 보자. 해방 직후 친일파 처리를 둘러싼 격론과 투쟁이 일었다가, 이것이 고작 "우리 모두 일본 제국주의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선언으로 봉합된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25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2·3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저지른 잘못과 패착은 하나도 바로잡히지 않았다. 노선이 전환되기 시작한 것처럼 연기하는 것은 이 당이 애써 한 식구인 양 억지로 뭉쳐진 '쇼윈도 정당'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이 쇼윈도에서도 소외된 쪽은 있다. 결의문의 세 번째 내용은 '당내 갈등 증폭의 중단'이었지만,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만큼은 철회되지 않았다. 한 전 대표 복귀는 당내 갈등의 종식이 아닌 증폭으로 규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의힘이 진전 없는 내용으로 국민과 자신을 기만하게 된 것은 일찍이 예정된 일이었다. 노선 전환은 솔선해 책임지는 인사를 필요로 한다. 근래 들어 노선을 바꾸자고 제안한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가장 강경하게 12·3 사태를 옹호했었다. 장 대표와 갈등해온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에 속한 권영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당시 '인간 방패'로 나선 의원들 중 하나였다. 이런 의원 중 자기 잘못부터 청산하겠다고 나선 의원이 있다면 장 대표도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2월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불법 비상계엄 등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장동혁과 전한길은 문제의 원인 아닌 결과

장동혁이나 전한길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의 원인은 무슨 신념이 아니라 국민의힘 인사 대다수의 기회주의였다. 불법 계엄이 진행될 때는 국회에 모이지 않고, 계엄이 해제되고 나니 국민 눈치를 보면서 "우리도 계엄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올라가니 "탄핵만은 안 된다"고 우격다짐하고,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은 치러야겠으니 "헌법재판소 결정은 존중한다"고 했다가, 내란 옹호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재판도 안 했는데 무슨 내란죄냐"라고 하고선, 1심 선고가 나오니 "노선을 바꾸자"고 한다. 그 결과가 이번 결의다. "이건 노선 전환이다! 그렇다 치고 넘어가자!"

국민의힘에 그나마 남아있는 기회는 타의에 의한 절연이다. 윤 어게인 세력은 국민의힘 결의문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이탈해 준다면 국민의힘은 상징적 효과는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국민의힘의 사고방식은 어땠나. '전한길의 1표 잃으면, 전한길을 싫어하는 사람 2표 얻으면 된다'가 아니라, '중도 확장을 위해서라도 지지자들을 붙들어둬야 한다'는 쪽이었다. 설령 갈라선다고 해도 지방선거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지지층을 챙기지 못해서 졌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쇼윈도 정당'에 남은 것은 결별 아니면 극심한 불화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지선에서 참패한다면 장 대표는 순순히 물러날까. 당권파는 '패인은 내부의 적에게 있고, 자신을 지지하는 당심은 굳건하다'고 맞설 것이다. 그러다 진짜로 대표 재신임 당원 투표가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대충 봉합하고 넘어간 인사들이 그때는 우직하게 쇄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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