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한국 생활 15년… 안 해본 일 없는 식당 사장님 [먹어서 세계 속으로]
줄곧 수줍다가도 우즈벡 음식엔 반짝
기념일에 먹는 오쉬, 당근 쓰는 법 달라
할랄 지키려 이스트·버터 전 성분 확인
부부 블로그엔 타지 생활 고단함도 보여


아틀라스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부분 슴슴했다. 어릴 땐 집밥을 먹으며 자주 툴툴거렸다. 싱겁다고, 조금 더 간을 해달라고 말이다. 커보니 알겠다. 집밥을 먹으면 탈이 나지 않는 이유가 그 슴슴함에 있었다는 걸. 슴슴해서 또 하나의 좋은 점은 과하게 먹지 않게 된다는 거다. 이정도면 집밥은 과학이 아닐까.
집밥 같은 한상을 대접받고 아틀라스의 주인장, 라임저노브 샤로피딘씨와 마주 앉았다. 줄곧 ‘할 말이 많이 없는데…’ 하며 수줍어하던 샤로피딘씨는 우즈베키스탄 음식과 문화에 대해 묻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우즈베키스탄 기념일에 먹는 음식이 ‘오쉬’에요. 결혼식이나 명절에 손님들과 함께 나눠먹는 음식이라 아주 큰 솥에 많은 양을 만들어요. 도시마다 이름도, 레시피도 조금씩 달라요. 당근을 익혀 먹는지, 다른 음식에 얹어서 먹는지 등 지역따라 다 달라요. 얹어서 먹는 지역이 사마르칸트인데, 여기선 당근을 익혀서 대접하면 ‘남은 음식 주는거냐’는 핀잔을 받기도 해요.”
방문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음식은 ‘디저트’였다. 이름은 ‘메도빅’. 우즈베키스탄식 꿀 케이크인데,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고 해 그 맛이 무척 궁금했다. 실제로 먹어보니 꾸덕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다. 할랄을 지키기 위해 이스트, 버터 등 재료의 전 성분을 모두 확인하는 정성까지 더해 만든다고 했다.

맛도 맛이지만, 꼼꼼하고 정성가득한 음식솜씨에 원래 요리를 직업삼아 해왔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오게 됐어요. 이런 저런 일을 다양하게 하다가 식당을 열게 됐어요.”
그러고보니 그는 한국생활 15년차다. 샤로피딘씨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한국생활의 즐거움과 동시에 고단함이 잔뜩 묻어나있다. 외국인이 병원을 가는 법, 외국인이 건강검진을 받는 법 등 한국 생활을 기록한 피드들이 가득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찾아 의정부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 블로그 덕이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발붙이고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오랜 타지 생활의 소회를 물으니 이제는 “집 같이 지낸다”며 미소를 짓는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할 때 늘 곁들인다는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주전자 아래에 찻잎이 가득 들어있어 시판 녹차와는 맛이 다르다. 가게 벽면을 둘러싼 예쁜 접시가 조용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마치 우즈베키스탄의 어느 식당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현지의 문화를 온전히 의정부, 이 공간에 채워놓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가게를 나올 때쯤 한 외국인 손님이 들어와 음식을 주문했다. 그는 ‘파트르’라는 빵과 녹차를 주문해 창가에서 혼밥을 즐겼다. 외국인 손님이 이방인인데,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김금아 기자 kga433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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