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빵·떡 줄이고, 삼겹살에 상추쌈… ‘저탄고지’ 식단으로 뇌전증 치료?

김영섭 2026. 3. 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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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섭취 줄이고 양질의 지방 섭취를 늘리는 게 저탄고지 식단 핵심/대체 연료로 생성되는 ‘케톤’, 발작 감소 외에 뇌 에너지 시스템 강화, 염증 감소, 신경세포 보호 등 각종 치료 효과
삽겹살을 상추에 싸고 있다. 밥·빵·떡·면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질 좋은 지방이 풍부한 삼겹살, 소고기 등 육류와 연어 등 생선, 올리브유 버터 치즈 견과류 달걀 등의 섭취를 늘리는 식단을 '저탄고지 식단'(케토제닉 식단)이라고 한다. 이 식단이 뇌전증(간질) 발작 횟수를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뇌의 에너지 시스템 강화, 염증 감소, 신경 세포 보호 등 각종 치료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한국 뇌전증 환자는 36만~37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밥·빵·떡·면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질 좋은 지방이 풍부한 삼겹살, 소고기 등 육류와 연어 등 생선, 올리브유 버터 치즈 견과류 달걀 등의 섭취를 늘리는 식단을 '저탄고지 식단'(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 또는 케토제닉 식단이라고 한다.

케토제닉 식단이 뇌전증(간질) 환자의 발작 횟수를 줄이는 효과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앤슈츠 암센터와 텍사스대(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등 공동 연구팀은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이 뇌전증 증상 완화와 뇌의 에너지 시스템 강화, 염증 감소, 신경 세포 보호 등 각종 치료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평소 뇌는 탄수화물을 분해해 만든 포도당을 연료로 쓰지만 밥·빵·떡·면 등 탄수화물의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면 몸이 비상체제에 들어간다. 이때 간은 저장된 지방을 태워 대체 연료인 케톤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케톤은 포도당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며 과활성화된 신경 세포를 진정시켜 뇌전증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을 낮춘다. 케톤은 뇌 세포를 차분하게 해 발작 신호를 억제하고, 뇌 내 염증을 줄이는 청소부 역할을 하며 신경 세포를 보호한다.

이 연구 결과(Recent advances in ketogenic diets for the treatment of epilepsy: from clinic to bench and back again)는 최근 국제 학술지 《란셋 신경학(The Lancet Neurology)》에 실렸다.

인체의 에너지 연료를 '포도당'에서 '지방'으로 바꾸는 케토제닉 식단을 제대로 준수하려면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지방 약 70%, 단백질 약 20%, 탄수화물 약 10%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가급적 피하고 단백질과 함께 각종 양질의 지방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때 식이섬유가 풍부한 잎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이 식이요법은 장기간 항경련제 복용으로 간 기능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성인보다 신체의 지방 분해 능력이 활발한 어린 시절에 시작하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단을 엄격히 유지하기 어려운 뇌전증 환자를 위해 식단의 효과를 재현하는 새로운 약물 개발의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목적의 저탄고지보다 뇌전증 치료를 위한 케토제닉 식단은 훨씬 더 엄격하다. 지방 섭취 비중을 극한으로 높여 몸이 항상 '케토시스(케톤을 주연료로 쓰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밀하게 식단을 설계해야 한다. 케토제닉 식단은 모든 뇌전증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내지는 않지만, 기존 약물에 잘 듣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에 따라 발작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약물 복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례가 많다. 다만 갑자기 식단을 바꾸면 변비, 구토, 혹은 '케토 플루'라 불리는 무기력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간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영양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대한뇌전증학회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한국 뇌전증 환자 수는 36만~37만명으로 추산된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전체 뇌전증 환자 중 약 70%는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 없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돼, 수술이나 케토제닉 식단 등 추가 치료법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케토제닉 식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작을 억제하나요?

A1.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간에서 케톤이 생성됩니다. 이 케톤이 뇌 세포에 효율적인 연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흥분된 신경 세포를 진정시키고 뇌 내 염증을 줄여 결과적으로 발작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Q2. 왜 성인보다 소아에게 더 효과적인가요?

A2. 이번 연구는 신체의 지방 분해 능력이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성인은 장기간의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간의 대사 상태가 변했을 가능성이 커서 식단에 대한 반응이 소아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이른 시기에 식단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Q3. 일반적인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다른 점이 있나요?

A3. 치료 목적의 케토제닉 식단은 일반적인 다이어트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몸이 항상 케톤을 주연료로 쓰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방 섭취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여야 하므로, 가급적 의료진이나 전문 영양사의 지도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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