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번식 앞당긴 펭귄...나중에도 괜찮을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펭귄들의 생태와 삶을 매주 전합니다. 귀엽고 익숙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진짜 펭귄 이야기, 뉴스펭귄만 들려드릴 수 있는 소식을 차곡차곡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로 생태계 계절 흐름이 달라지면서 동물의 번식 시기와 먹이 공급 시기가 어긋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식물이나 먹이가 되는 생물의 출현 시기가 먼저 앞당겨지면, 번식 시기를 맞추지 못한 동물은 새끼를 키울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북극권 해양조류 연구에서는 일부 종이 번식 시기를 앞당기긴 했지만 먹이 생물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번식 성공률이 떨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하지만 남극 인근 바다에 사는 킹펭귄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극 인근 크로제 제도(Crozet archipelago)에 서식하는 킹펭귄 번식 집단은 지난 24년 동안 번식 시작 시점이 약 19일 앞당겨졌다. 연구진은 약 1만7000마리의 개체를 장기간 추적해 번식 시기와 성공률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번식 시즌은 2000년 평균 11월 27일 시작되던 것이 2023년에는 11월 8일로 빨라졌다. 약 10년마다 8일 정도씩 앞당겨진 셈이다. 같은 기간 번식 성공률도 44%에서 약 62%까지 증가했다. 연구진은 번식 시기가 하루 빨라질 때마다 번식 성공률이 약 1%포인트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번식이 조금 더 일찍 시작되면 새끼 펭귄이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식 시기를 움직인 건 '바다 환경'
연구진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남극 해양 환경 변화를 지목했다. 펭귄 번식 시기에는 특히 두 가지 환경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는 극전선(Polar Front) 해역의 해수면 온도이고, 다른 하나는 해양 생산성을 보여주는 엽록소 농도였다. 이 해역은 킹펭귄이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주요 해양 지역이다.
연구진은 해수면 온도가 약 4.5℃ 수준일 때 번식 시기가 가장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늦겨울 해역의 엽록소 농도 역시 번식 시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펭귄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플랑크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를 먹는 어류가 늘고, 결국 펭귄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도 풍부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번식 성공률이 현재 환경뿐 아니라 과거 해양 환경에도 영향받는다. 연구진은 번식 성공률을 분석한 결과 약 1년 반에서 2년 전 해양 환경 조건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펭귄 주요 먹이인 등불어류(myctophid fish)와 같은 어류가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양 환경이 좋으면 먹이 생물이 잘 성장하고, 그 결과 몇 년 뒤 번식 시즌에 펭귄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킹펭귄은 남극과 아남극 섬에 번식지를 두는 대형 펭귄으로, 번식 주기가 약 12~14개월에 이르는 독특한 생활사를 가졌다. 또 먹이 상황에 따라 먹이터 위치를 바꾸거나 이동 거리를 조정하는 등 비교적 유연한 행동 전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킹펭귄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번식 시기를 조정하며 일정 수준의 번식 성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런 적응이 무한히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번식 시기가 약 19일이나 앞당겨진 만큼 앞으로 환경 변화가 더 빨라질 경우 생물학적 한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킹펭귄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이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적응 능력이 계속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인 적응과 장기적인 취약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변화가 모든 펭귄에게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펭귄 종에서는 번식 시기 변화가 먹이 공급과 어긋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와 옥스퍼드 브룩스대 연구진이 남극 여러 지역의 펭귄 번식지를 장기간 관찰한 연구에서는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등에서도 번식 시작 시점이 과거보다 빨라지는 변화가 확인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번식 시기가 10여 년 사이 최대 20일 이상 앞당겨진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기온 상승과 해빙 변화 등 남극 환경 변화가 이런 현상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번식 시기가 빨라진다고 해서 먹이 생태계 변화가 항상 같은 속도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펭귄이 평소보다 일찍 번식할 경우 먹이와 번식 시기가 어긋나는 '생태적 불일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새끼 펭귄이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펭귄은 남극 해양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인 만큼, 이런 변화가 종간 경쟁이나 생태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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