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세계 최강 타선, 끝내 콜드게임 패배도 못 피했다

심진용 기자 2026. 3.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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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7회말 심판의 콜드게임 선언으로 0-10에 게임을 종료,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7회말 심판의 콜드게임 선언으로 0-10에 게임을 종료,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은 강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집중력까지 최고조로 발휘하면 얼마만큼 무서울 수 있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주며 한국에 콜드게임 패배를 안겼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1회 공방은 0-0으로 마쳤다. 김도영, 저마이 존스, 이정후가 차례로 나선 대표팀 타선이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의 압도적인 구위에 막혀 삼자범퇴로 물러났지만, 대표팀 선발 류현진 역시 1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류현진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케텔 마르테를 맞아 연속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과 내야 땅볼로 잡아냈고,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대 규모 FA 계약(15년 7억6500만달러)의 주인공 후안 소토까지 2루 땅볼로 잡아냈다.

균형은 2회 무너졌다. 도미니카공화국 강타선은 2회말 볼넷 2개와 안타 3개를 엮어 3점을 뽑았다. 1사 1루에서 주니오르 카미네로가 땅바닥에 박히다시피 한 커브를 들어올려 왼쪽 담장까지 구르는 2루타를 때렸다. 대표팀 좌익수 존스가 빠르게 공을 주워 연결했지만 유격수 김주원의 홈 송구가 옆으로 빠졌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홈까지 미끄러져 들어가며 선제점을 올렸다. 그 사이 카미네로가 3루까지 나갔다. 김주원의 홈 송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선제점을 올린 도미니카공화국이 쉴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내야 땅볼로 추가점을 올렸고, 타티스 주니어가 우전 안타로 3점째를 올리며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류현진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경기를 1.2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마쳤다. 공 40개를 던졌다.

도미니카공화국은 3회말 4점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선두타자 소토가 노경은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후속타자 게레로 주니어의 2루타에 홈까지 들어왔다. 타이밍은 홈에서 아웃이었는데 소토가 몸을 비트는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포수 태그를 피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세이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소토의 절묘한 슬라이딩이 론디포파크 전광판 대형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도미니카공화국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소토의 득점 이후 매니 마차도가 바뀐 투수 박영현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렸고, 이후 만루 상황에서 타티스 주니어와 마르테가 다시 바뀐 투수 곽빈을 상대로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냈다. 대표팀은 3회 한 이닝에만 노경은, 박영현, 곽빈, 데인 더닝 등 투수 4명을 올려 보냈지만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3회말 7득점까지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조별 라운드 네 경기에서 13홈런을 터뜨린 타선이 홈런 한 방 없이 7점을 올렸다. 무작정 크게 휘두르는 스윙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7점을 내주는 동안 대표팀 투수진이 실투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저 기량 차가 컸다. 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들을 힘들이지 않고 받아치며 수비 빈 공간으로 떨어뜨리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만루 기회에서 타니스 주니어와 마르테 1~2번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MLB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히는 게레로 주니어, 소토는 사력을 다한 홈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점수를 올렸다.

3회 0-7까지 벌어진 이후 경기는 소강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고영표, 조병현, 고우석이 5~7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대표팀 타선이 반격의 실마리를 전혀 풀어내지 못했다. 상대 선발 산체스에게 5회까지 삼진 8개를 내주며 무득점으로 완전히 틀어 막혔다. 난생 처음 보는 강력한 싱커의 움직임에 국내 최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존 가운데 들어오는 공에 뒤로 몸을 빼는 장면도 보였다. 공의 움직임이 그만큼 강력했다. 정타가 나올 리가 없었다.

도미니카공화국 2번째 투수로 등판한 앨버트 어브레유를 상대로도 답을 찾지 못했다. 6회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쳤고, 7회초 이정후가 상대 실책으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지만, 1사 후 문보경이 병살타를 쳤다. 시속 100마일이 넘는 강한 타구를 MLB 올스타 2루수 마르테가 유려한 동작으로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 2개를 만들었다.

승부의 흐름은 크게 넘어갔고, 경기의 남은 목표는 콜드게임 패배를 면하는 게 됐다. 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이 허락하지 않았다. 7회 등판한 소형준을 상대로 1사 후 안타와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홈런 한 방이면 그대로 0-10 콜드게임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 소형준이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병살을 만들지 못했다. 김주원의 더 적극적이었어야 할 수비가 아쉬웠다. 병살로 끝내야 할 이닝을 끝내지 못하면서 경기장 분위기가 묘해졌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포수 오스틴 웰스가 소형준의 초구 142㎞ 몸쪽 바짝 붙는 커터를 원없이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타구가 쏜살같이 론디포파크 오른 담장을 넘었다. 그것으로 한국 야구의 17년 만의 WBC 8강 경기가 끝이 났다.

마이애미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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