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놓은 당상? 주민들 무시하나” “당 지지도, 갑절로 차이”…인천 계양을 르포

정용인 기자 2026. 3.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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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연수갑이나 광주전남 보선 차출설도…‘명심’ 논란 가중
지난 3월 2일 인천 계양구 경인교대 인천캠퍼스에서 열린 <쉬운 정치, 김남준> 북콘서트에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남준 페이스북
지난 3월 3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송영길 전 의원의 책 <진실은 가둘 수 없다: 송영길의 옥중생각> 인천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영길 페이스북-석진규 사진

[주간경향] “매장엔 없고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아볼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분이 여기 출마하는 건가요?”

지난 3월 10일 인천시 계양구의 계양산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한 동네서점을 방문했다. 6월 3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달 초 출판기념회를 연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이 들어와 있는지, 지역구민의 관심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쉬운 정치, 김남준>, <진실은 가둘 수 없다: 송영길의 옥중생각>이 이들이 낸 책이다. 두 책 다 동네서점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동네서점에는 없는 출판기념회 책들

서점을 운영하는 조희수씨(63·여)는 “6월 보궐·지방선거 투표장엔 나가겠지만 기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역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라는 게 그가 제시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파트 옆 라인이기도 하고 산에서도 몇 번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오겠다는 분은 어떤 분인지, 공보물이 나오면 알겠지만 2년 뒤에 또 총선이 있잖아요. 정말 지역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이어가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치에 대한 그의 시각이 차갑게 식은 것이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17년 대선 때는 ‘어떤 후보가 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주위 사람들에게 문재인 후보를 찍으라고 전화 권유도 여러통 돌리기도 했다.

“이번에 송영길이 나오면 될 확률은 51%라고 봐요. 말씀하신 분(김남준)하고 둘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서 누가 나가든 되긴 할 겁니다. 하지만 떼놓은 당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가 어떻게 보면 지역 구민들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요.”

그가 언급한 51%라는 수치는 이날 만난 주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첫 출마했을 당시 경쟁 후보였던 윤형선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윤 전 위원장의 말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보아도 지금은 거의 갑절로 당 지지도 차이가 나고 있어요. 최소한 50 대 25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지방선거 때도 그랬어요. 그때 여기 시의원, 구의원 세 자리 공천하는데 3등 하는 정의당하고 우리가 3~4%밖에 차이가 안 났어요.”

기자가 계양을 지역을 찾은 날, 스트레이트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3월 7~8일 실시한 인천 계양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9.4%, 국민의힘 24.1%였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 68.4%, 부정 26.9%였다.

‘계양구을 국회의원 적합도’ 조사에서는 송영길 40.2%, 윤형선 22.7%, 김남준 14.8%의 지지율이 나왔다(전체 501명). 이중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7명이었는데, 이들의 선호도를 보면 송영길 61.0%, 김남준 21.9%, 윤형선 3.9%이었다(가상번호 100% 휴대전화 ARS 조사, 응답률 7.1%,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 정당이 아닌 상대 정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도 적지만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당사자는 어떻게 말할까. 윤 전 위원장은 “40% 송영길 지지가 나온 것은 인지도 때문”이라며 “송영길에 대한 진짜 지역 민심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번 서울시장선거에 나간다 했을 때 그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첫 게시물이 ‘이제 서울시민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계양구민이나 지역에서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올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요.”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지난 3월 5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송영길 전 대표가 국회에서 면담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이 계양을에서 어려운 이유

“송영길은 인천 어느 지역으로 가도 될 겁니다. 워낙 기울었어요. 지금 3개월 남았는데 중앙당에서 분위기 잡아주지 않는 한 어렵습니다. 경험상 4월에 접어들면 (민주당 쪽에서) 어떤 악재가 터져도 절대 안 바뀝니다. 그래서 내가 날마다 듣는 이야기가 김남준이 후보가 되면 (윤 전 위원장에게) 유리할 거다, 송영길도 해볼 만할 거다, 둘이 따로 나오면 더더욱 유리할 거다, 그런 이야기인데 그 둘이 절대 따로 나올 일은 없어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후보(55.24%)에게 약 10%포인트 차이로 졌던 그는 2024년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내줬다. 경선을 원했지만, 원희룡 단수 전략공천이었다.

“실세라는 의원으로부터 자기가 책임지고 앞날을 보장해줄 테니 접으라는 회유도 받았어요. 공천심사위원회 면접 자리에서 나는 경선해달라고 했습니다. 한 2~3일은 있다가 결정할 줄 알았어요. 바로 다음 날 원희룡 단수 공천을 결정하더군요. 어차피 전략공천인데 일정이 길어지면 당에서 절대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다는 겁니다.”

선거 패배 후 그는 원희룡 전 장관을 만났다.

“어차피 이재명은 감옥에 가든 대통령이 되든 둘 중 하나니까 이곳은 무조건 보궐선거다. 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그랬는데 아무런 대답을 안 하더라고.”

지난해 10월 원 전 장관은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현재 계양을 지역은 사고지구당이다.

사고지구당인 건 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이 지역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계양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은 현재 없다.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당시 사무실과 후원회는 윤 전 위원장이 현재 운영하는 내과에서 200m 남짓 떨어진 계산동사거리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내판에는 여전히 ‘계양을 국회의원 이재명 지역사무소’로 표기돼 있다.

현재 이 사무실은 김남준 전 대변인과 계양구청장 선거를 준비하는 김광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같이 쓰고 있다. “대통령선거 후엔 비어 있었고, 청와대 대변인을 사퇴한 2월 말 김남준 명의로 계약했다”는 게 양 사무실 관계자의 말이다.

김 전 대변인이 이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지역에서 열린 미사에 이 대통령 부부와 김 전 대변인이 함께 참석하면서부터다.

김 전 대변인이 이번에 낸 책을 보면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제1부속실장이었던 그에게 “계양 공약을 꼭 챙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미 대선 직후부터 이 대통령의 ‘의중’은 김 전 대변인을 자신의 지역구에 보내려는 것이었다는 뜻이 된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3월 8일 인천시장 출마가 확정된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 계양산전통시장을 돌았다. 아직 누가 이 지역에 출마할지 ‘교통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당 공식 후보의 선거 일정에 김 전 대변인이 동행한 것이다. 이른바 ‘명심’은 김 전 대변인에게 실려 있다는 게 재확인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송영길 전 대표는 “아직 교통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부딪힐 수 있는 자리는 되도록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계양을 공천을 둘러싼 두 사람 간 신경전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김 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일정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리 안 된 상황에서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송영길 연수갑 보궐 공천도 어렵다”

양측 모두 “당에서 교통정리”를 말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설(說)은 인천시장에 출마하는 박찬대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연수갑)로 과거 인천시장을 역임해 인지도가 있는 송 전 대표가 옮겨 출마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송 전 대표는 계양을을 양보할 생각이 없지만, 청와대 기류는 박찬대 의원 지역구로 옮겨 출마하는 것도 탐탁지 않아 하는 듯하다”라고 했다. 그는 “민형배 의원이 광주전남특별시 시장에 출마하면 비게 될 지역구(광주 광산을)로 돌리거나 입각하는 것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보궐선거를 넘어 8월에 치러질 전당대회, 나아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복잡한 당내 역학 구도 때문에 송 전 대표는 수도권 출마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인사는 계양을 공천 관련 당의 ‘교통정리’는 광주전남특별시장 후보를 비롯한 다른 지역 공천자 확정 시점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계양을에서 재선한 이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지역구로 인식할 수밖에 없고, 김 전 대변인의 낙점이 이른바 ‘명심’이라는 것이 뚜렷해진 마당에 송 전 대표의 복귀나 인천 내 다른 지역구 출마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광주전남 보궐 차출설 같은 건 소설에 가깝다”며 “당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20년 넘게 함께해온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게 기본 도리”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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