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먹여서' 과제 내는 학생들, 문제 없을까?

박서연 기자 2026. 3. 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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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먼슬리]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
"쓰기에서 읽기로의 방향성 변화, 읽고 쓰기에 관심 멀어질 것"
"AI 기본사회? AI 활용 못해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챗GPT 서비스 이미지.

키보드에 익숙한 세대가 '과거엔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글씨를 썼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요즘 대학생들은 챗GPT가 없던 시절엔 선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의문을 갖는다.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읽기'와 '쓰기'의 순서가 바뀌고, 사람들이 '읽기'와 '쓰기'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미디어 먼슬리' 행사에서 'AI의 시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요즘 가장 큰 문제가 학생들이 오리지널 정보를 확인을 거의 안 한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요약에 의존한다”며 “하지만 AI 요약은 완벽하지 않다. 훈련받은 데이터에는 없거나,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는 질문을 던졌을 때 잘못 답변한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에 의존한 결과 여러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고 있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2024년 나왔던 MIT 연구가 있다. 보스턴 지역 대학생 50여 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SAT(미국의 수능시험) 스타일의 에세이를 쓰도록 했다”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했는데 챗GPT를 이용한 참가자들의 경우 뇌 활동 자체가 적었을뿐더러, 뇌의 여러 부위 간에 연결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단어 하나하나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선택하게 된다. 끊임없이 선택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진도를 나가는 거다. 그런데 AI를 활용해 글을 생성시킬 때는 프롬프트에 집어넣고, 엔터를 친 다음엔 생각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뇌의 연결 정도나 활성화 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미디어 먼슬리' 행사에서 'AI의 시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해당 연구에서 챗GPT를 쓴 그룹의 80%가 자신이 쓴 내용을 정확하게 인용하지 못했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자신이 써놓고도 자기 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 글이 자기가 썼다고 생각하는지, 소유권에 대해 묻자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이라는 주장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그렇기에 결과물만 갖고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며 “과정을 봐야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들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어야만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읽기와 쓰기의 위치가 뒤집히고 있다고 했다. 과거 과제는 읽기 자료를 읽고 이해한 다음 글을 쓰는 순서였지만, 지금은 AI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학생들은 AI한테 자료를 '먹인다'고 하더라. 자료를 먹인 다음 '요약문을 한 페이지를 써줘' 이런 식으로 한다. 그럴듯한 글이 나오지만 이 과정에서 전혀 읽지 않았다. 전통적인 글쓰기를 구성하는 건 읽기에서 쓰기로의 방향성인데 생성형 AI 기반 글쓰기에서는 쓰기에서 읽기로의 방향성으로 변화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읽고 쓰기에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속도의 측면에서 글쓰기가 빨라졌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작년에 나왔던 미국의 대규모 연구를 보면 생성형 AI를 많이 채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AI를 열심히 쓰면 쓸수록 노동 시간이 늘어난다. 왜 그럴까? 관리할 게 많아지고, 요구받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 그러면서 일이 더 많아진다”고 했다.

그는“우리의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와 기술적인 진화의 속도는 차이가 크다”며 “그런데 사회적인 담론은 당신이 열심히 하면 다 따라갈 수 있고, 따라가지 못하면 당신 탓이라고 주입한다. 저는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기본사회' 개념에 관해 “모든 국민이 AI를 효율적으로 잘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AI를 쓰지 않는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여야 된다. AI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되 그렇지 못해도 차별받지 않고, 서러움을 당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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