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논썰]

박용현 기자 2026. 3.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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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뒤집힌 타임테이블
② ‘보이는 빈대’도 안 잡고
③ 국민은 소외됐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법) 정부안을 두고 현란한 언어와 난해한 용어로 일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지럽기까지 한 논쟁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짚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개혁의 문제점을 3가지 각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폭군 검사’ 겪고도 200년 전 논쟁 되풀이하는 답답한 현실

본질은 간단합니다.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면 남용 위험이 커집니다. 동시에 수사·기소 권한이 집중돼 있으면 범죄 대응의 신속·효율성이 높아집니다. 한마디로 ‘권한 남용 방지론’ 대 ‘범죄 대응 효율론’의 대립입니다. 정부안을 비판하는 쪽은 전자에, 정부안을 옹호하는 쪽은 후자에 방점을 찍습니다.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그런데 이 논쟁은 이미 200년 전 프랑스에서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성과를 반영한 1808년 나폴레옹의 치죄법은 ‘수사-기소-재판’을 분리하는 형사사법제도 근대화를 열었습니다. 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똑같은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권한 남용 방지론이 승리했습니다.

“치죄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형사절차의 신속성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 범죄를 소추하는 검사가 직접 수사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치죄법 초안에 반영되기도 하였으나, ‘소추권자로서 재판 당사자인 검찰에게 규문행위(수사)를 하도록 두는 것은 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협하는 폭군을 만들어낼 것이다’라는 우려와 함께 관련 조항은 삭제되었다.” ―유주성 창원대 법학과 교수, ‘프랑스 예심판사제도 폐지에 관한 논의’ 중에서
우리는 프랑스와 달리 검찰이 ‘폭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 실제 ‘폭군’으로 군림하는 세상을 지긋지긋하도록 겪었습니다. 윤석열이 검찰권을 악용해 이룩한 검찰공화국은 급기야 12·3 내란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정부안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검찰권 남용은 전체 사건의 0.1%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9.9% 사건을 위해 범죄 대응 효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그 0.1% 사건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온국민을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그 0.1% 사건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저 숫자는 산수하듯이 다룰 게 아닙니다. 아직도 이런 논쟁을 하고 있다는 데 자괴감이 들 지경입니다.

물론 검찰개혁 과정에서 범죄 대응 효율 측면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권을 최대한 분산해 남용 가능성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되, 범죄 대응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으로 보완하는 게 검찰개혁의 현실적 목표가 돼야 합니다. 그런 방안은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이같은 대전제 아래, 현재 진행되는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① 핵심인 보완수사권은 미루고…건물 용도도 안 정한 채 설계도 그리는 꼴

첫번째 문제는 검찰개혁 논의 순서가 거꾸로 뒤집혔다는 것입니다. 수사-기소를 분리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게 검찰개혁의 요체인데, 이는 검사와 수사기관의 권한과 관계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개정에 앞서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먼저 만들고 있습니다. 검사가 어떤 권한을 가질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청 조직을 어떻게 만들지 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건물의 용도도 정하지 않은 채 설계도를 그리고 있는 꼴입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정작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에 대한 결론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이제 와서 보완수사권에 관한 의견수렴을 3~4월에 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곧 지방선거가 닥칩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공소청·중수청 분리 시점인 10월이 코앞입니다. 검찰개혁의 핵심 내용이 계속 미뤄지다 막판에 얼렁뚱땅 결정되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최강욱 변호사 “형사소송법 196조에 검사의 수사권에 관한 기초 조항이 있거든요. 조직법을 아무리 바꿔놓고 뭘 어떻게 해서 막는다 해도 그 형소법 196조가 살아있으면 다 하는 거예요. 처음에 우리가 걱정했던 게 검사들이 하는 ‘침대 축구’에 말리면 안된다. 10월달에 출범하는 걸로 정부조직법이 그렇게 바뀌어 있기 때문에 그거를 넘겨 버리면…. 그걸 노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거예요. 지방선거 뒤에 시작하면 10월 넘겨버릴 수 있다. 이걸 걱정해야 합니다.” ―3월11일 ‘팟빵 매불쇼’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보완수사권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미리 못박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과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데 실무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기본 방침이라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공소청법·중수청법을 다듬는 게 순리입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개혁 2단계의 전개 시점과 관계없이 형사소송법 196조를 삭제하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민 앞에 명확히 공표하십시오.” ―3월11일 국회 ‘끝까지간다 위원회 23차 공개회의'

“모든 수사는 보완 필요, 그러나 검사 빼고 가능”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이미 많은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전면 금지론, 제한적 허용론, 전면 허용론 등 세 가지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전면 허용론은 지금의 형사소송법 체계보다 더 후퇴하는 것이며, 수사-기소 분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입니다. ‘검찰개혁 반대론’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한적 허용론의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저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에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됐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다 남은 시효가 끝나 버린다. 공소청(검사)의 남용 가능성을 봉쇄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보완수사권 정도는 갖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기도 하지 않으냐.”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
앞서 말씀드린 ‘범죄 대응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경청할 견해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애초 취지에 맞게 보완수사권 없이 범죄 대응의 빈틈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모든 수사는 보완이 필요합니다. 미흡한 수사 부분을 어떻게 담당할까 하는 것은 검사를 빼고 설계를 해야 됩니다. 새로운 설계에서는 수사단계에서는 검사는 빠져라, 빠지고 난 다음에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넣을까, 이렇게 고민을 해야 하는데, 자꾸 옛날로 돌아가자, 옛날에 좋은 점이 한두개 있었거든. 좋은 점이 한두개 있었지만 안 좋은 게 99가지 있었거든요. 좋은 거 한두개 모아서 보완수사 성공사례를 막 선전하더라고요. 보완수사 실패 사례를 책으로 모으면 백배의 책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3월9일 ‘팟빵 매불쇼’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필요성도 하나의 쟁점입니다. 하지만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은 그 자체로 막강한 권한이며 이를 통해 얼마든지 수사기관의 과잉수사에 대한 견제가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에 대해서도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보완수사 요구권, 재수사 요청권 등을 충실히 활용하면 얼마든지 견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보완수사권 말고도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깊이 관여하고 사실상 수사기관을 지휘하는 우회로를 남겨둬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으로 중수청법 정부안 중 ‘검사와의 관계’ 조항(45조)이 문제입니다.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고 송치 뒤 검사가 추가 입건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사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수청이 공소청의 하부기관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조항은 없애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서로 대등하게 협력하는 관계임을 명시하면 됩니다. 수사 과정에서 공소청과 수사기관의 긴밀한 협의는 필요하지만, 이는 수사기관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② ‘과거의 패악’ 반성도 없는 검찰에 ‘셀프 개혁안’ 맡기다니

두번째 문제는 새 정부 들어서도 검찰의 과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의 자체 반성도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눈에 뻔히 보이는 빈대조차 잡지 않으면서 개혁을 한다고 하면 진정한 개혁이 될리 없습니다.

검찰이 윤석열 정권에서 저지른 온갖 정치 수사, 표적 수사, 조작 수사, 제 식구 봐주기 수사 등은 거대한 검찰개혁 요구의 촉발제였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도 이에 대한 확실한 응징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구치소에서 지인과 접견하면서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해 온갖 회유·압박을 했다고 털어놓는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검찰이)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뭘 내놓으라는 거냐? 내가 은행 금고냐.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직하지 못해. 더러운 놈의 새끼들.” ―2023년 3월10일 구치소 접견 녹취록
이런 녹취록은 이미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확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법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연어 술파티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9월 ‘음주 정황이 확인됐다’며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이후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티에프(TF)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진척은 더디기만 합니다. 해당 검사에 대한 징계·처벌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무부가 실수한 게 이런 특별 감찰 결과가 나왔고 그 안에 1600페이지 안에 엄청난 불법과 인권침해 유린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럼 바로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걸 그냥 대검으로 넘긴 것 같아요. 대검에서는 뭉개고 있는데.” ―1월7일 TBS 라디오 ‘봉인해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엑스(X)에 관련 보도를 링크하고 “정의 실현을 하라고 국민이 맡긴 수사기소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감금하기 위해 하는 증거조작, 사건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나쁜 짓’조차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 수 있겠습니까.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또 지난해 윤석열 구속취소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도 내란세력과 결탁한 정치검찰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도 이에 대한 진상조사나 응징도 없었고, 검찰의 조직적 반성도 없었습니다.

정성호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이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반성하고 변화할 것’을 주문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패악으로 얼룩진 과거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개혁안을 마련하는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는 검사가 대거 투입됐습니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셀프 개혁안을 만든 셈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검사 특권 없애고, 감찰 기능 독립성 강화해야

검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른 존재이며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지지 않고 대충 넘어간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특권적 인식은 이번 공소청법 정부안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검사의 특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검사를 감시·통제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검사 징계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별도의 법(검사징계법)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이 공소청법에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제44조(정원·보수 및 징계) ① 검사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하고, 그 정원, 보수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② 검사의 지위는 존중되어야 하며, 그 보수는 직무와 품위에 상응하도록 정하여야 한다
공소청법은 과거와 달리 징계를 통해서도 검사를 파면까지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일부 개선이 됐지만, 검사의 특권적 지위를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 행정부 공무원과 같은 징계 절차를 따르도록 법안이 수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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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사에 대한 내부 감찰 제도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공소청의 ‘감찰 담당 검사’(지금의 대검찰청 감찰부장)는 현행처럼 ‘검찰총장(공소청장)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제30조 ④항). ‘감찰 담당 검사’ 임용 절차에서 검찰총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검찰총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감찰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검사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중·삼중의 감시·감찰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감찰 담당 검사’가 유일한 장치인데 그마저도 유명무실했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소청을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로 만든 것도 특권 의식의 발로입니다. 현재의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 체제는 사법부의 ‘대법원-고등법원-지방방원’에 대응한 구조로, 검찰이 사법부와 동등한 지위라는 잘못된 인식이 제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검사는 형사소송의 한 당사자일 뿐입니다. 1·2·3심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별도의 등급으로 존재하지 않듯이 공소청도 법원에 대응해 3단계로 나뉠 필요가 없습니다.

③ 국무회의도 생중계하는 정부에서 검찰개혁안 설명은 왜 한번도 없나

세번째 문제는 개혁 과정과 내용에서 국민이 소외돼 있다는 점입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월12일과 2월24일 두차례 공소청법·중수청법 정부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앞에 법안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생중계하는 등 투명하게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전혀 맞지 않는 태도입니다. 유독 검찰개혁에 대해서만 이렇게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논썰] 검찰개혁이 방황하는 3가지 ‘검사스러운’ 이유. 한겨레TV

특히 1차 정부안이 강한 비판을 받으며 철회된 뒤 2차 정부안을 다시 내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또 2차 정부안이 나온 뒤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격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입안 책임자가 국민 앞에 나서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법안 설계는 이러이러한 취지에서 이뤄졌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조항들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걱정할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정부는 그저 법안을 만들어 던져놓고 국민은 따라오라는 식입니다. 검사스러운 방식입니다.

법안 내용도 그렇습니다. 검찰개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입니다. 기소 여부 결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제도를 강화·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번 정부안에는 외부 위원들이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를 심사하는 공소청 사건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기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처럼 검사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기구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미국식 대배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하더라도,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시민들이 구속력있는 심사를 하는 제도라도 우선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안한 내용입니다.

박용대 민변 사법감시센터 소장 “위법·부당한 불기소 결정의 심의를 위해서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기소심의위원회는 불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관계자들이 불복하여 기소 심의를 신청하면 검사의 불기소 결정의 적법성 및 적절성을 심의하도록 함으로써 기소의 오남용을 통제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3월11일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법 입법청원 기자브리핑
앞으로 진행될 검찰개혁 과정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돌아와야 합니다. 검찰 권한을 유지하기 위한 핑곗거리로만 국민 권익 운운할 게 아니라 검찰개혁의 향방을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물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을 형사사법제도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제도를 하나둘씩 마련해가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주권정부의 검찰개혁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대기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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