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죽음, 누가 끝까지 기록하는가 [.txt]

집단 대 집단이 무력으로 싸우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우리는 ‘전쟁’이라고 부른다. 몇명이 죽어야 ‘전쟁’일까. 이번 세기 들어와 첫번째 대규모 전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몇명이 목숨을 잃었을까. 이라크 전쟁에서는? 시리아 내전에서는?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지붕에 포탄이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지만, 전쟁 때문에 병원이 부서져서, 꼭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서, 식량이 모자라 건강이 나빠져서 죽는 이들도 있다. 직접적인 죽음과 간접적인 죽음 사이의 구분선은 대체로 무의미하다.
미군에는 ‘시신을 세지 않는다’라는 금언이 있다. 미국은 적국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2003년 당시 미군 중부사령관 토미 프랭크스도 기자들이 아프간 사상자 수를 묻자 “주검을 세지 않는다는 걸 당신들도 알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음을 센다. 미국 브라운대학 왓슨연구소의 ‘전쟁비용 프로젝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리아·예멘·파키스탄에서 2023년까지 최소 94만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43만2천명은 민간인이었다는 통계치를 내놓는다. 인프라와 보건 시스템이 무너져 피해를 본 간접 사망자는 360만~3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연구기관들은 질병 통계, 경제 상황, 영양 공급 상황 같은 자료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좇아 사망자 수를 어림한다. 의료저널 ‘랜싯’도 전쟁의 후유증이 보건의료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통계들이 실리는 주된 통로 중 하나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은 1989년 이래 세계 분쟁 사망자를 집계하고 있다.

연구자들에 앞서, 사망자 수를 세고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캐주얼티스는 마이클 화이트라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2003년 5월에 만든 웹사이트다. 미 국방부 발표와 중부사령부 자료, 영국 국방부 발표 등을 중심으로 이라크 다국적군과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상자를 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범위를 넓혔다. 미군과 계약한 민간 군사회사 직원들, 이라크 보안군의 피해와 함께 2005년 3월부터는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통계도 포함시켰다. 아프간, 이라크 전쟁의 인명 피해를 말할 때 많이 인용되는 사이트다.
‘이라크 보디카운트’는 전쟁으로 숨진 민간인들을 기록하는 온라인 프로젝트다. 연합군과 반군의 군사 작전, 종파 간 폭력, 치안 붕괴 뒤 일어난 범죄 폭력 등 전쟁과 관련된 폭력 피해자 수를 폭넓게 기록한다. 2017년 2월까지 민간인 사망자 수는 18만~21만명으로 집계됐다. 군인들 사망은 각국 정부가 집계하지만 민간인들의 죽음은 꼼꼼히 기록되기 힘들다. 이 프로젝트는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사망자를 센다. 주로 서구 언론을 참고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알자지라, 알아라비야 등 아랍권 언론 보도도 두루 집계에 포함시켰다. 프로젝트 공동 창립자 존 슬로보다는 음악치료로 유명한 영국 심리학자이고, 또 다른 창립자 하미트 다르다간은 ‘세상의 모든 사상자’라는 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분쟁의 죽음들을 기록하는 ‘사상자 기록 네트워크’(CRN)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들은 영안실 기록과 의료진 증언, 이라크 정부 관계자나 경찰 발표, 목격자의 말 등을 인용해 민간인들의 죽음을 전하고, 이라크 보디카운트는 그런 기사를 중심으로 집계를 했다. 그러나 ‘보도되지 않은 죽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이트 통계가 실제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스스로도 “기록과 보도의 공백 때문에 많은 민간인의 죽음을 포함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인정한다.
시리아 내전에서 희생된 민간인 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기록했다. 2006년 5월 시리아 인권 침해를 기록하기 위해 영국에서 만들어졌는데, 내전이 시작되면서 사망자 집계 사이트로 변했다. 운영자 라미 압둘라흐만은 시리아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세번이나 투옥됐고, 영국으로 망명한 뒤 줄곧 영국에서 살고 있다. 비비시(BBC) 등에 따르면 내전 기간 그는 시리아 내의 연락망과 통화해 20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은 정보를 취합하고 보도를 종합하고 검증하며 기록을 업데이트했다. 어떤 정치 단체와도 연결돼 있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살해됐는지를 꼼꼼히 기록해 공신력 있는 사이트로 인정받았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3월까지 시리아 내전 사망자는 50만명이 넘고, 그중 16만명이 민간인이었다.

2011년 6월 만들어진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역시 영국에 사는 시리아인 파델 압둘가니가 만들었다. 사망자를 집계할 뿐 아니라 휴먼라이츠워치·국제앰네스티·하인리히뵐재단 등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시리아 인권 상황을 보고서로 낸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으로 13만명 가까운 이들이 아사드 독재정권의 비밀 감옥에 갇혔고 1만4천명이 고문으로 사망했다.
이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들은 이란 정부가 주로 알리지만, 당국의 프로파간다에 맞지 않는 죽음들은 가려진다. 올해 초 일어난 전국 시위를 당국이 유혈 진압했을 때 인권활동가뉴스(HRANA)는 2월15일 기준으로 7천여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이란 인터내셔널은 1월25일 이미 숨진 이들이 3만65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외국 언론들이 많이 인용한 이란 인터내셔널은 런던에 기반을 둔 페르시아어 매체다. 웹사이트, 위성텔레비전, 라디오 등으로 뉴스를 내보내며 영어판도 운영한다. 2017년 5월에 설립됐으니 역사가 길지 않지만 이란 내 시위와 성소수자 권리, 여성 문제, 인권 침해와 정치 상황 등을 고루 전해 주목받아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매체에 돈을 댔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인터내셔널 쪽은 부인했다.
이 매체는 올해 초 시위 때에 내부 편집위원회가 “새로 입수한 기밀문서, 현장 보고서, 의료진, 목격자 및 희생자 가족의 증언을 검토해 사망자 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란 신정체제의 폭압성에 세계가 분노했던 것도 잠시뿐, 이번엔 이란을 비난하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인들을 죽이고 있다. 이번의 죽음들은 언제까지 세어야 할까.

구정은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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