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정보사령부 어디로 가나‥'개혁 골든타임'은 지금

변윤재 jaenalist@mbc.co.kr 2026. 3. 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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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공작요원은 왜 '무인기 3인방'과 접촉했나?

지난 1월 10일. 새해 벽두부터 북한은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며 불을 뿜었습니다. 국방부는 즉시 "우리 군의 소행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1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사달이 났습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근무 이력이 있는 30대 남성 오 모 씨가 한 종편채널 뉴스 인터뷰에 나왔습니다. 자신이 무인기를 수차례 날려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직후 여러 매체에서 군 정보기관인 정보사령부와 오 씨가 연관됐다는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평양 무인기 작전' 학습효과가 있었기에 사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결국 정보사는 1월 23일 오 씨를 공작원으로 포섭해 관리했다는 사실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다만 무인기 관련 사안은 "조사 중"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단독] 군, '무인기 침투' 민간인 포섭 첫 인정‥"가짜 신문사 운영 목적" (01.23 MBC 뉴스데스크)

30명 규모의 군·경 합동조사 TF가 꾸려져 두 달 넘게 수사를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군부의 '간판스타' 박정훈 국방부조사본부장도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오 씨 등 민간인 3명만이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이렇다 할 언론 브리핑도 없었습니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압수수색 몇 차례로 정보사 내부 상황을 모두 꿰뚫어 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정보사는 사령관 지시로 초유의 대규모 감찰에 들어갔습니다. 예하 부대들의 모든 컴퓨터와 기밀 보고서를 하나씩 열어보며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무인기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뚜렷한 연결고리는 찾지 못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되려 '정보원 개별 접촉 금지'라는 지침만 일선에 하달됐습니다.

정보사는 민간인이 날린 무인기의 카메라 없이도 몇 배 더 높은 품질의 북한 위성영상을 볼 수 있는 기관입니다. 대북 공작요원들이 왜 민간인들을 포섭해 이런 엉성한 공작을 한 걸까요? 정보사는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궁금증이 쏠리게 됩니다.


■ 사상 초유의 '보안 참사'‥"'충암파'마저 통제 못 한 그 부대"

정보사령부의 좌충우돌을 이해하려면 시계를 2024년 7월로 되돌려야 합니다. 당시 군검찰은 수년간 군사기밀을 빼돌려 온 50대 남성 군무원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것에 비해 실제 피해 정도는 훨씬 심각했습니다. 군 당국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들이 유출됐다, 정보사는 앞으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을 정도입니다. 정보사 청사 내부 도면, 조직 편제는 물론이고 해외 파견 요원들의 인적사항과 가족 비상연락망, 우방국 정보기관들과 펼친 기밀작전 계획까지 모두 유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건, 여인형 전 사령관이 이끌던 방첩사령부였습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단서를 넘겨받은 방첩사가 해당 군무원을 수사해 재판에 넘길 수 있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견제 장치 없는 정보사령부에 문제의식이 컸다고 합니다. 방첩사 요원들이 유일하게 비밀취급인가를 받을 수 없는 부대가 정보사였기 때문입니다. 정보사가 첩보 '수집'과 '분석'부터 HID 부대와 같은 '실전 타격'까지 모두 할 수 있는 부대였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었습니다. 군 관계자들은 "여인형이 2025년을 정상적으로 맞았다면 정보사 개편 작업에 적극 나섰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 사건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윤석열 군부' 최고위층에서 알력 다툼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은 대통령실과 국회에 "해체에 가까운 정보사 개편" 필요성을 알려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실제로 국방부 실무 부서가 정보기관 개편안을 마련했습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실
개편안에는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 정보본부장 겸직 해제와 'HID'와 같은 인간정보 특수부대의 독립과 같은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안 돼 신원식 장관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충암파'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에 책임을 졌어야 할 정보사령관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훗날 '내란중요임무종사자'가 되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입니다.


■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남은 '인간정보' 부대‥속절없이 '계엄 동원'

결국 신원식 장관 체제 국방부가 준비하던 정보사 개편안은 누더기가 됐습니다. 가장 핵심인, '인간정보' 부대의 개혁도 적기를 놓쳤습니다.

인간정보 특수부대 '100정보여단'은 첩보활동 최전방에 있는 최고급 작전 수단입니다. 일반 정보기관이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작전지에서 이른바 '흑색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원들입니다. 1990년대 초반 국방부가 육·해·공군에 분산됐던 인간정보 부대들을 하나로 합치며 창설됐습니다. 하지만 이 방책이 되려 문제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정보사 관계자는 "길어야 2년 정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정보사령관, 국방정보본부장과 달리 이들은 한 곳에서 평생 군생활을 한다"며 "승진의 목줄을 사령관이 아닌 직속 부대장이 쥐고 있어 그에게 더 충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외부 통제와 감시도 피해 왔습니다. 한 전직 HID 부대원은 "100여단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전역자들끼리 뭉치는 끈끈함도 강해서 현직 사령관까지 제어하려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불거진 이른바 '정보사 하극상' 역시 인간정보 특기 전역자들을 등에 업은 100여단장 박 모 준장과 문상호 사령관 사이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폐쇄적인 인간정보 부대원들이 김용현 취임 약 3개월 뒤 불법 비상계엄에 대거 동원된 겁니다. 부정선거를 뿌리 뽑겠다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사2단' 계획 역시 정보사 소속 특수부대원들을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MBC에 "노상원이 왜 '수사2단'을 꾸렸는지 아나? 방첩사가 주축이 될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대항해 정보사 중심으로 파워게임을 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간병기 수준으로 무장한 인간정보 특수부대 HID의 폐쇄성을 역이용했다는 것입니다.


■ '문민' 국방부에서도 방향 잃은 정보사 개혁?

12.3 불법 비상계엄은 실패로 끝났고, 6개월여 뒤 이재명 정부가 새로 출범했습니다. 국방부 역시 쇄신 차원에서 64년 만에 '문민 장관'을 맞게 됐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등 여러 콘텐츠를 통해 과거 '악행'이 알려진 방첩사령부는 곧바로 고강도 개편을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조직이 수술대 위에 올라 해체에 가까운 개편 작업을 겪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정보사를 어떻게 뜯어고칠지에 대해선 오리무중입니다. 윤석열 정부 국방부가 만든 '정보기관 개편안'이 버젓이 이재명 정부 국방부에서 추진되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안대로라면 계엄에 동원됐던 HID 부대원들은 되려 국방부 산하 사령부급 부대로 확대될 예정이었습니다. 여러 언론사가 이 문제를 보도하자 안규백 국방장관이 뒤늦게 개편을 멈춰 세웠습니다.

[단독] 군 정보기관 '거대화'가 해법?‥윤석열 정부 개편안이 그대로 (25.12.02. ND)

그 결과 북한을 상대로 중요한 첩보를 수집해야 할 우리 군 정보기관은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한 군 관계자는 "내란에, 민간인 무인기 사태까지 회사(사령부)가 크게 망가졌다"며 "해외에 파견된 공작관들도 행여나 국내 정치 상황에 말려들까 무서워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해외 상황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북한 외교시설이 있는 외국의 경우, 북한 보위부 공작원들이 한국 대사관 앞에 진을 치고 정보사 요원들이 탑승한 차량들을 모두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 결국 중요한 건 '개선' 작업의 방향

그동안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에서 문제가 터지면 조직을 이리저리 뜯어내고, 사람을 몇 명 골라 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사이 군의 첩보 수집력은 뒤떨어졌습니다.

정보사와 일한 경험이 있는 전직 군 관계자는 "정보사가 올리는 보고서 수준을 보고 놀랐다. 외신 기사를 짜깁기해 번역한 수준이었다"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과 중국인 사업가들을 섭외해 술을 사주고 이야기를 듣는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군사 첩보 보고서를 개수로만 평가하는 방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민간인 무인기 사태도 공작관들 사이 실적 경쟁에서 비롯된 사고였습니다.

정보사 출신 전직 군 관계자는 "각자 위치에 따른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 그런데 그걸 정보사의 대표 입장인 마냥 직원들이 온갖 언론사에 말하고 다녀 전선이 흐려지고 있다"고 최근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중요한 건, 정보사의 핵심 공작부대가 정치적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이 대북 첩보망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란 겁니다.

이에 국정원처럼 감찰과 기획 업무를 외부인에 개방해 조직이 폐쇄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양쪽에 정례 보고를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면, 한시적으로 국정원과 협업 체계를 마련해 사람을 파견받는 방안도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정보사는 국정원과 주요 공작 사업에 대해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MBC에 "성역으로 여겨졌던 국정원, 방첩사, 검찰 모두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개혁을 했다. 정보사라고 못 할 게 있겠나"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 힘이 있을 때 국방부가 정보사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사 개편 상황을 묻는 질문에 국방부는 "정책 부서에서 협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전쟁 WAR>에는 2021년 말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유럽 정상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경고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옵니다. 모두가 믿지 않았지만 미국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은 확신에 차 경고했습니다. 그 확신은 미국 군사 정보기관의 압도적인 정보력에서 나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실제로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사진출처: 교보문고

낯설지 않아야 하는 장면입니다. 2026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더욱 험난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정보사령부의 정상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변윤재 기자(jaenalis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6/politics/article/6807373_369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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