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임은정 대표가 증명한 다정함의 기적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6. 3.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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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개봉 한 달여 만에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의 축포를 쏜 ‘왕과 사는 남자’의 주역,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를 만났다. 모두가 만류했던 작품을 퇴사까지 불사하며 밀어붙인 그는 기적 같은 흥행의 비결로 장항준 감독과 스태프들의 다정함, 그리고 한국 영화계 미래 세대를 향한 따뜻한 희망을 꼽았다.

지난달 4일 개봉된 ‘왕과 사는 남자’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중심에는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이후 신의 영역인 천만을 가볍게 뛰어넘고, 이제 1200만을 넘어 1300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천만 영화’의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임은정 대표가 CJ ENM 재직 시절 오래 호흡을 맞춰왔던 황석구 작가와 개발한 작품이지만, 개발 단계부터 중단하는 것이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사극의 주류인 단순히 정치적인 암투가 아니라, 민초들의 이야기인 ‘왕과 사는 남자’에 이미 매료된 임은정 대표에게는 그 거절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임은정 대표가 아니면 어느 누구와도 만들지 않겠다는 황석구 작가의 기다림이 임은정 대표를 움직였다. 결국 임은정 대표는 잘 다니고 있던 CJ ENM에 사표를 던지고 온다웍스를 설립했다.

다시 ’왕과 사는 남자’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을 때, 임은정 대표는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마치 엄흥도뿐만 아니라 청령포 사람들의 민의가 하나, 둘 씩 모여 단종에게 가닿았던 것처럼 말이다. 임은정 대표는 “쇼박스 투자팀에 재직했던 친구가 ‘이건 만들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는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다. 그 말 때문에 장항준 감독님에게 한 번 거절당했음에도 다시 제안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의들이 모여 동력을 얻게 된 작품이지만, 으레 모든 상업영화가 그렇듯이 예산이 때때로 발목을 잡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헤드 스태프들의 욕심을 다 들어주고 싶었지만, 예산을 생각하면 그걸 조율하는 일도 참 어려웠다. 범람하는 요구들 속에서, 임은정 대표는 하나의 중심을 잡고 정리해 나갔다. 한국영화가 위기 상황인 가운데,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지고 시작한 만큼 영화의 메시지 등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임은정 대표는 영화가 천만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썼을 텐데라며 아쉬워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영월에서 진행된 촬영은 그 자체로 제작팀에게 큰 영감과 응원이 되기도 했다. 임은정 대표는 “우리끼리 촬영하면서 영월의 기운도 느끼고, 엄흥도 동상을 보면서 감명받기도 했다”면서 “영월 시민들이 단종을 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했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저희도 받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영월이 흥했으면 했다”라고 했다.

영화의 흥행 이후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영월은 ‘충절의 도시’로, 그리고 단종과 엄흥도 역시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임은정 대표는 “일단 너무 뿌듯하다. 영화의 선한 영향력이 이런 거라는 걸 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1200만 관객의 마음을 훔치며 신드롬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임은정 대표와 제작진은 이토록 엄청난 스코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임은정 대표는 개봉을 이틀 앞둔 시점, 감독과 술잔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목표치를 나눴던 일화를 꺼냈다. 그는 “1000만 관객은 꿈을 품기에도 어려운 시기였다”며 “손익분기점은 당연히 넘기고, 배급사도 기쁠 수 있게 딱 손익분기점의 2배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하게 바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개봉 첫날부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가 나오자 오히려 조마조마한 밤을 보내야 했다.

단순히 숫자를 넘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매 순간 임은정 대표에게 벅찬 감동을 안겼다. 그는 “스코어를 훌쩍 넘긴 것도 의외의 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리뷰와 반응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영화 속에 숨겨둔 의도와 세밀한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캐치해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제작자로서 잊지 못할 기쁜 의외의 순간들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흥행의 중심에는 장항준 감독의 유연한 리더십이 있었다. 임은정 대표는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감독의 포용력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은 대중 앞에서는 자신을 희화화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유연한 창작자였다”며 “최초의 아이디어에 갇히지 않고, 배우나 촬영 감독 등 스태프들의 좋은 의견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있으면 주저 없이 말하라는 감독의 열린 태도가 현장의 동력을 극대화한 셈이다.


좋은 리더를 중심으로 모인 스태프들의 시너지도 완벽했다. 오죽하면 임은정 대표 스스로 ‘이 구역의 빌런은 나인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할 정도로 장원석 대표, 박인호 피디, 쇼박스 팀 등 참여한 모든 이들이 선한 기운을 뿜어냈다. 특히 합숙까지 불사했던 박인호 피디는 ‘좋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는 곧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의견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오해 없이 ‘다시 생각해 볼게’라며 선순환을 이뤄낸 과정은 임은정 대표에게도 큰 배움이 됐다.

제작진의 선한 의지와 긍정적인 현장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임은정 대표는 ‘왕과 사는 남자’를 관통하는 주제를 ‘다정함’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의 다정함은 단순히 착하고 좋은 마음을 넘어, 미래 세대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의미한다. 그는 “영화 한 편 만들고 기성세대처럼 말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결국 이 산업은 미래 세대가 계속 나와줘야 유지된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업계가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왕과 사는 남자’의 대성공은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임은정 대표는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감독부터 굵직한 대감독들에게까지 ‘왕사남이 해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이 기회의 확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임은정 대표는 “많은 재능 있는 분들이 지금도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그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는 애정 어린 기대감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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