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대의 개막 [유정한 변호사의 금융규제 포커스]

토큰증권(security token) 도입과 투자계약증권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23년 초 금융당국이「토큰증권 발행ㆍ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한지 3년여 만이다. 개정법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하위법규 제정안 준비 등 토큰증권 제도·인프라 설계에 착수했다.
이번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분산원장의 정의조항(“정보가 다수 참여자에 의하여 시간 순서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재되고, 공동 관리 및 기술적 조치를 통하여 무단 삭제 및 사후적 변경으로부터 보호되는 장부 및 그 관리체계”)이 마련되었다. 분산원장을 증권의 발행 및 전자등록에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분산원장은 전자증권법상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된다(바꾸어 말하면 토큰증권에도 전자증권법에 따른 권리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이 부여된다). 그리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되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투자계약증권 유통도 허용된다.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타인과의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발행’과 관련해서만 증권으로 보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만 허용되고 증권사를 통한 ‘유통’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 위 조항을 삭제하여 투자계약증권도 다른 증권처럼 증권사를 통한 중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토큰증권 도입은 조각투자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조각투자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유동화하여 다수의 일반투자자에게 분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조각투자는 2010년대 후반 무렵부터 비정형적이고 특색 있는 소액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는 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유통, 또는 ② 투자계약증권 발행 방식으로 관련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이 중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작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발행플랫폼과 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투자중개업 인가단위가 각각 신설되었고, 현재 관련 인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다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이 전면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자산유동화법에 근거하여 발행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유통이 허용되면서 향후 투자계약증권 발행·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투자중개업 인가단위 신설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조각투자상품은 토큰증권과 결합하여 제도권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많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은 암호화된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에서 발행·유통되므로 해킹 방지나 정보보안 관점에서 안정성이 제고될 수 있고, 기초자산의 성격이나 권리의 내용이 비정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각투자상품의 특성상 스마트 컨트랙트가 보다 효율적이고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 도입과 맞물려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법제화(2단계 입법) 논의도 속도감 있게 진척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토큰증권이나 디지털자산 관련 영업과 접점이 있는 외국환거래법상 규제(외화증권, 소액해외송금업 등)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인허가·겸영 관련 규제를 손볼 필요는 없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기술·인프라 측면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발행·유통·결제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토큰증권의 안착은 국회와 규제당국, 거래계의 긴밀한 소통과 합리적인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토큰증권 도입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스템에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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