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여성에 대한 폭력 악화시킨다”

르포르테르 2026. 3. 14.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르포르테르 Vincent Lucchese] 가뭄·폭염·홍수 등 기후재난이 발생할 때 여성에 대한 폭력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 기간에는 여성 살해 사건이 28%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부장적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변화)가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적으로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재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성 대상 폭력 증가다. 

2025년 4월 유엔이 출범시킨 스포트라이트 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보고서는 놀라운 수치를 제시했다. 전 세계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4.7%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폭염이 발생할 경우 여성 살해 사건이 28%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 분야 관련 데이터는 꾸준히 축적되고 있지만 일부 정치인과 반동적 성향의 언론은 여전히 이러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건강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역학자 케빈 장(ENS-PSL 소속) 역시 올해 1월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 방송에서 이러한 수치를 언급했다가 공격을 받았다.

프랑스 극우 성향 정치인 샤를 알롱클 의원은 이 연구자의 발언을 "음모론적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또 보수 성향 일간지 르 피가로의 기자 외제니 바스티에는 이를 "인종차별적 냄새가 나는 '기후 결정론'"이라고 비판하며 "곧 아프리카가 더 더워서 더 폭력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위와 폭력의 상관관계

이에 대해 케빈 장은 <르포르테르>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성과 온도 사이의 연관성은 30년 넘게 축적된 연구로 널리 입증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심리학 연구의 상당 부분이 이를 확인해 왔다"며 "이 문제를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순수한 '트럼프식 정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여성 대상 폭력 사이의 관계는 여러 요인으로 설명된다. 그중 첫 번째 요인은 바로 더위다. 높은 기온은 인간의 생리 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도가 상승하면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 등 호르몬 작용에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한 짜증과 공격성이,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남성의 타인에 대한 폭력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리크 벤마르니아 프랑스 렌 대학교 역학자는 "더위는 다양한 인지적 영향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불평등·보건 연구팀(Cites)을 공동 이끌고 있다. 벤마르니아는 "체온 조절을 위해 혈액이 더 많이 사용되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줄어들고, 더운 날씨에는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생리적·심리적 스트레스를 높여 젠더 폭력의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폭염과 고온이 정신건강 문제와 자살률 증가와 연관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온 상승과 범죄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특히 2018년 스페인 연구에서는 폭염이 여성 살해 사건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기온이 인간 행동을 결정한다거나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폭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외제니 바스티에 기자가 제기한 것처럼,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연구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은 데서 비롯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2024년 학술지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는 기온 상승과 폭력 범죄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역 차이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클리블랜드에서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뉴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왜 나타날까.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조건과 도시 환경 차이를 원인으로 제시한다. 도시 구조, 열섬 현상, 주거 환경의 냉방 수준, 노동 시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가 주민들의 폭염 취약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폭력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온 자체만큼이나 사회의 적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기후변화가 특히 위험한 이유도 설명된다. 기후변화는 사회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온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수천 년 동안 각 지역에 형성돼 온 기후 조건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른바 '기후 결정론'과도 무관하다.

연구자들은 "폭력은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여러 수준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원인들의 결합 결과"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변화)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을 보도한 르포르테르 3월 7일자 기자. (사진 르포트테르 홈페이지 reporterre.net 갈무리)/뉴스펭귄 

위기 상황에서 강화되는 가부장적 폭력

더위만이 여성 대상 폭력을 악화시키는 기후 요인은 아니다. 2022년 학술지 The Lancet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검토 연구는 약 40편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여성 폭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극단적 사건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논문은 "극단적 기상현상은 경제 불안정, 식량 불안, 심리적 스트레스, 사회 기반시설 붕괴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들이 남성, 전통적 규범, 젠더 불평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상황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는 재난과 위기 상황이 가부장적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025년 학술지 Annales Medico-Psychologiques에 발표한 연구에서 연구자 토미와 파포훈다와 낸시 스티글러는 "가뭄, 사이클론, 홍수,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할 때 여성과 소녀들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보호가 부족한 상황에서 폭력 가해자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폭력은 사회 전반에서 증가할 수 있지만 특히 가정 내부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25년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가뭄과 여성 대상 가정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병원 기록, 경찰 보고서, 긴급 신고 전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뭄 발생 시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그리고 가뭄이 수확기에 맞물려 발생할 때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를 '남성의 반발(male backlash)' 가설로 설명한다.

남성의 농업 소득이 가정의 주요 수입원인 경우 가뭄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 중요성이 커진다. 이때 전통적 권위와 경제적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느낀 일부 남성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는 원인이 아니라 증폭 요인"

타리크 벤마르니아는 "기후변화가 젠더 폭력을 악화시키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더위로 인한 생리적·심리적 스트레스 같은 생물학적 요인, 둘째는 봉쇄나 일상 변화로 위험한 접촉이 늘어나는 행동적 요인, 셋째는 식량·재정 불안 같은 구조적 요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기후 자체가 폭력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벤마르니아는 "기후는 어디까지나 증폭 요인일 뿐"이라며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곳에서 폭력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폭력 가해자의 책임을 줄이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예방 측면에서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케빈 장은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고령층 등 더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만 여성 대상 폭력 위험을 높이는 상황에 대한 경계나 예방 조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 폭력과 여성 살해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시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