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유럽은 왜 청소년 SNS 이용을 금지하나 [평범한 이웃, 유럽]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 사는 L씨(43·여) 부부는 15세 아들과 14세 딸이 있다. 부부는 남매가 다니는 학교에서 지난해 12월12일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아시다시피,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전국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메일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어졌다. “남호주 정부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늦추기 위해 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지원 프로그램 ‘웨이트 메이트(Wait Mate)’를 시작했습니다. 웨이트 메이트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우리 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 안전벨트 착용과 공공장소 흡연 금지는 이전 세대에게 중요한 변화였으며, 이번 소셜미디어 금지는 우리 세대에게 중요한 변화입니다.”
안내문이 발송되기 이틀 전인 2025년 12월10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 법안이 발효됐다. 제한 대상이 된 플랫폼은 총 10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킥, 레딧, 스냅챗, 스레드, 틱톡, 트위치, 엑스(X), 유튜브다. 해당 플랫폼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없애고 신규 계정 개설을 금지해야 하며, 이를 우회하는 편법을 막아야 한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0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용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특정 연령대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국가 차원에서 법으로 막은 건 오스트레일리아가 세계 최초다. 급진적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법안 안내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청소년은 소셜미디어에서 감당하기 힘든 압박과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설계 특성상 스크린을 장시간 보면서 부정적이고 조작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에 대응하고 사라지는 콘텐츠를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수면의 질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내용이 새롭지는 않다. 발달 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심리적·사회적 영향은 그간 많이 연구됐다. 새로운 것은 대처 방식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택한 방식은 현실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L씨의 자녀 중 첫째인 아들의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계정은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다. 둘째인 딸의 경우 인스타그램만 차단됐다. ‘모든 플랫폼에서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 정부의 설명과 맞아떨어진다. 인스타그램이 차단된 딸은 부모 모르게 다른 성인에게 부탁해 새 계정을 만들었다. 나중에 이것을 안 L씨 부부는 딸을 호되게 야단쳤다. “‘불법’을 저질렀다며 엄청 혼냈어요. 그런데 주변 부모 중에는 본인이 계정을 만들어 열다섯 살짜리 자녀에게 쓰라고 주는 일도 있어요. 어차피 지금까지 계속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왔는데 이제 와서 열여섯 살 될 때까지 1년 동안 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사실 그 말도 틀린 게 아니에요. 이 법안은 이미 소셜미디어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보다는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세대에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큰 아이들은 어떻게든 방편을 찾거든요.”
오스트레일리아를 시작으로,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 정책은 세계 곳곳에서 ‘뉴 노멀’이 되리라 보인다. 여러 나라가 비슷한 법안을 고려 중이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11월 15세 미만 소셜미디어 금지를 결정하고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에 15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2월에 상원에서도 가결되면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스페인·포르투갈·체코·그리스·이탈리아· 튀르키예 등도 줄줄이 청소년 소셜미디어 제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 각국의 강력한 대응은 최근 ‘그록(Grok)’ 사건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록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회사 xAI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으로, 소셜미디어 X에 탑재돼 있다. 히틀러를 찬양하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전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딥페이크 이미지 생성이었다. 그록은 X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여성이 속옷이나 비키니를 입은 이미지를 여과 없이 만들었다. 2025년 12월29일부터 지난 1월8일까지 11일 동안 1100만 건에 이르는 이미지가 생성됐고, 그중 2만3000건 이상은 미성년자 이미지였다. 아동 포르노 생산과 소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대 범죄다. AI로 만든 것이라 해도 여론의 강한 반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아동보호 문제를 실리콘밸리에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1월12일 〈유락티브(Euractiv)〉). EU 집행위원회는 1월26일 X와 그록에 대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혐의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한 싸움이다”
스페인은 특히 강력한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월 초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소셜미디어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5개 대책을 발표했다. (1)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속 전면 금지뿐 아니라 (2)허위 정보나 불법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증폭시키는 알고리즘 조작 행위를 새로운 형사범죄로 규정해 (3)소셜미디어 기업의 고위 경영진에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불법 콘텐츠(증오 발언, 아동 착취물 등)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묻고 (4)‘혐오 및 양극화 발자국’ 시스템을 도입해 플랫폼에서 혐오 발언이 퍼지는 과정을 정량화해 분석하며 (5)X, 틱톡, 인스타그램 등 특정 플랫폼에 대한 검찰 조사 및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산체스 총리가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을 보자. “소셜미디어는 법이 무시되고 범죄가 용인되는 ‘실패한 국가(Estado fallido)’가 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디지털 무법지대(salvaje Oeste digital)’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한 싸움(una batalla que excede con mucho las fronteras de cualquier país)’이다.” 의도가 명확한 발언이다. 그 의도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주권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관점도 비슷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월 소셜미디어 금지안이 통과되기 직전 연설에서 “우리 아이들과 10대들의 감정은 미국 플랫폼에 의한 것이든 중국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든 판매 대상이나 조작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와 미래 세대의 정신 건강이 걸린 문제다”라고, 정확히 미국과 중국을 짚어 말했다(1월25일 BFMTV). 이어 프랑스 검찰은 2월 초 파리에 있는 X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유럽의 규제가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한다. EU가 X를 수사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역겹다”라고 반응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추가 관세를 언급했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일론 머스크는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공격”이라고, 스페인의 새 정책에 대해서는 “저 더러운 산체스는 폭군이자 스페인 국민의 배신자”라고 맹비난했다(2월3일 머스크 X 계정).
미국 빅테크 기업에 맞서 자국의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유럽은 사실 ‘금지’ 외에 딱히 쓸 수 있는 무기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스위스 아동청소년위원회(EKKJ)는 지난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소셜미디어 전면 금지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피상적인 해결책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만 학습이나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도 있는데 전면 금지할 경우 “긍정적이고 필수적인 학습 과정을 저해하고, 가치 있는 지식과 기술 습득을 막으며, 아동에게 중요한 경험을 박탈”한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정신 건강과 소셜미디어 사용의 관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도 전면 금지에 반대한다. 플랫폼 자체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아이들의 접속만 금지하면 아이들이 규제조차 받지 않는 다른 플랫폼을 숨어서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아동 당사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금지안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니세프는 2024년 12월 내놓은 입장문에서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차별 금지(제2조), 표현의 자유(제13조), 사생활 보호(제16조), 정보 접근권(제17조) 등이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풍선 효과’ 우려, 실효성에 의문도
현재 나오고 있는 여러 금지 법안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법을 마련한들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지적, 즉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 각국이 금지안을 내놓기 전에도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은 존재했다.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X 등은 EU 내에서 13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 유튜브는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연령 제한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다. 가입 시 생년월일을 제출하지만 실제 신원확인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조치들은 안면 인식이나 디지털 ID 등 기술을 이용해 신원을 엄밀히 확인한다고 하지만 정교한 기술에는 그에 맞는 정교한 방책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몇몇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나이 확인을 위해 얼굴 사진을 요구하는데, 일부 미성년 이용자는 개 얼굴 사진을 제출하는 우회술을 쓴다. ‘강아지 해킹(Puppy hack)’이라 불리는 이 방법에는 특히 골든 리트리버의 얼굴이 주효하다고 한다. 털이 많은 개의 얼굴을 나이 든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 기술의 한계인 점을 아이들이 아는 것이다.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또 실효가 떨어진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유럽의회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13~17세 청소년의 78%가 최소 한 시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은 중독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소셜미디어에서 아이들은 각종 괴롭힘과 혐오 발언에 시달리고 폭력물과 음란물에 노출된다. 신체 이미지 왜곡과 섭식장애,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잘 알려진 문제다. 성인에 비해 인지 발달이 미성숙한 아이들은 장기적 피해를 볼 위험이 더 크다. 플랫폼 안전 설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지만, 당장은 ‘무법지대’에서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L씨 부부가 받은 안내문에서처럼, 청소년 소셜미디어 규제는 안전벨트 착용이나 공공장소 흡연 금지 정책 못지않은 시대적 과제다.
취리히·김진경 통신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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