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인터넷을 체제 선전에…“외국 인플루언서까지 동원”
[앵커]
북한 주민들도 스마트폰을 쓰지만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해외 소식을 접하는 건 철저하게 차단돼 있습니다.
반면 북한 당국은 온라인을 북한의 사상과 문화를 알리는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체제 미화용 콘텐츠를 내보내다 삭제되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이번엔 외국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겐 빗장을 걸고 대외용으론 인터넷을 적극 이용하려는 북한의 이중 전략, 그 의도와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내려앉은 평양의 거리.
화려하게 솟구치는 분수와 건물의 야간 조명, 주체사상탑과 김일성·김정일의 동상까지 화면에 담깁니다.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이 영상이 올라온 곳은 다름 아닌 유튜브입니다.
해당 채널에는 북한의 대표 아나운서 리춘히를 다룬 영상도 있는데요.
[유튜브@DPRKExplained : "이 인물은 조선중앙텔레비전의 수석 앵커이자 TV 진행자, 라디오 방송인,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리춘히입니다."]
그녀를 '핑크 레이디'라 부르며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DPRKExplained : "어부의 딸로 태어난 리춘히는 조군실고급중학교를 거쳐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학부에 진학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협조 없이는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들이지만, 채널 측은 어떤 단체나 정부와 관련 없는 '100% 독립 채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채널의 배경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이런 류의 채널들은 기본적으로 제3국 채널이거든요. 이런 채널들에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내부 콘텐츠를 제공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영상 정보의 경우 언론 뉴스는 어떤 식으로든 볼 수 있겠구나 하는데 특히 신작 드라마, 영화의 경우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오거든요.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내보내는 사진의 경우도 굉장히 실시간으로 올라올 때는 북한 내부의 협조가 있지 않고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은 줄곧 인터넷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은 물론 서방 국가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북한 내부를 흔들려 한다며, 체제 와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본 건데요.
[조선중앙TV/2011년 : "추악하고 도발적인 모략선전을 텔레비전과 소리 방송을 통해 벌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인터넷 공간까지 반공화국 대결 책동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도 철저히 차단돼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한 데이터 분석 기관 보고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99.9% 가 인터넷과 단절된 상태...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구글, 유튜브 등의 웹사이트를 통제하고 있지만 인터넷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한이 이토록 인터넷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중동 지역의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의 영향도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것이 바로 인터넷 SNS였기 때문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2010년에 있었던 아랍의 봄 사건이죠. 튀니지 청년이 죽었는데 그때 이 죽음을 찍었던 동영상이 트위터라든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 번졌고, 결과적으로는 아랍 국가들에서 민주화 시위가 촉발되는 사건이 되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라는 곳은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건 하지 않건 간에 굉장히 많은 정보가 오가고 그 안에서 대화가 되고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이 북한으로서 보았을 때는 체제 위협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컸던 거죠."]
그러나 정작 북한도 인터넷을 통한 대외 선전 활동만큼은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우리민족끼리', '내 나라', '조선의 오늘' 등 여러 개의 대외 선전용 채널을 인터넷에 개설했고 세계적 흐름에 맞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갖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정보가 밖으로 확산해서 나가는 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주요한 활용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라든가 SNS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영상들을 올리는 방식으로 확산이 되고 있고요."]
인터넷을 활용한 북한의 대외 선전 활동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북한 여성 '은아'라는 인물이 대표적인데, 북한 내에는 코로나19 감염이 없다는 식으로 체제 선전용 메시지를 내놓은 겁니다.
[유튜버 '은아'/2020년 2월 : "코로나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진희, 수진, 유미, 송아 등 북한 여성과 아동 유튜버들이 브이로그 형식을 빌려 평양 상류층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유튜버 '송아'/2022년 : "정말 아름답죠? 마치 만화에서 보는 것만 같은 수영장들이에요."]
하지만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이 관련 계정들을 잇따라 삭제하면서 북한의 인터넷 선전 활동도 위축됐는데요.
플랫폼 측은 자사 운영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고, 일부 대북 전문 매체들은 실제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특권층 생활을 미화한 선전용 콘텐츠라는 점이 문제시됐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역설적으로 프로파간다(선전)라는 요소를 더 부각한 거예요. 왜냐하면 모두가 알죠. 북한이라는 국가의 GDP가 굉장히 낮고 저개발과 국가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브이로거(영상 기록자)들의 영상물에 나오는 것처럼 선진적이지 않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는 팩트란 말이죠. 그런데 영상에서는 정반대의 이미지가 나오면 오히려 프로파간다의 특징을 더 강하게 부각하는 요소가 있고 그것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실태, 삶의 실제랑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게 공격의 빌미가 돼서 오히려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 이미지 혹은 국가 발전의 이미지와 상충하는 부분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에도 인터넷을 선전 도구로 삼겠다는 북한의 야심은 멈추지 않고 았습니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인터넷 선전을 강조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는데요.
2024년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인터넷을 북한의 사상과 문화를 알리는 선전 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다만 몇 년 전처럼 당국이 나서 적극적인 대외 홍보를 펼치기보다는 보다 교묘한 접근을 택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 여성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북한 관광지 '마식령 스키장'을 소개하는 등 제3자를 내세운 선전방식을 동원한 겁니다.
[빅토리야 크리보쉐예바 : "당신은 가장 높은 지점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마치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이 아닌 듯한 인상을 주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여러 방식으로 북한이 실험한 거잖아요. 다양하게 학습했고 채널 규제도 받아봤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 프로파간다(선전)라는 것은 자신들의 국가 체제 이미지를 오히려 나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서 채널이 폐쇄되는 조치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하면서 오히려 제삼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이용할 것으로 보는데 이 부분은 채널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노골적인 체제 선전보다는 자연스러운 북한 사회의 단면을 노출해 관광객 유치와 같은 현실적인 과제를 풀려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에서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인터넷 활용 전략이 바뀌었다고 보이는데 체제 선전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관광산업들 같은 것들을 많이 활용하다 보니까 국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런 것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단 말이죠. 그렇다면 강력한 국가라든가 너무 집단화된 국가의 모습보다는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살아가다 보면 우리도 잘 살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정보의 유입은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대외 인터넷 공간에서는 존재감을 넓히려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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