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촬영의 거장"…전조명 촬영 감독 별세
![[유족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yonhap/20260314083101533ushs.jpg)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김수용(1929∼2023) 감독과 호흡을 맞춰 '갯마을'(1965),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등 유명 흑백영화 작품을 촬영한 전조명(田朝明)씨가 13일 오전 8시35분께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4일 전했다. 향년 93세.
1933년(호적상 1934년) 평안남도 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영화계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다. 집안이 사상범으로 몰리는 바람에 중학교 3학년 때인 1949년 6월에 홀로 월남, 용산고를 거쳐 한양대 화공학과에 들어갔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1953년 9월에 개교한 서라벌예술대학 1기로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촬영을 공부했다.
1956∼1957년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에 장교로 복무하던 김수용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제대 후 김 감독의 '공처가' 조감독으로 시작, 1959년 작 '삼인의 신부'에서 촬영 감독으로 데뷔했다. '갯마을'(1965, 김수용) 촬영으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아시아영화제 등에서 촬영상을 받으며 1960년대 대표적인 촬영 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혈맥'(1963, 김수용),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김수용), '잘 있거라 일본땅'(1966, 김수용), '증언'(1973, 임권택), '레테의 연가'(1987, 장길수), '영원한 제국'(1994, 박종원), '창'(1997, 임권택),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김동원), '아홉살 인생'(2004, 윤인호) 등 140편을 찍었다.
1967년 김영수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소복', 황순원의 소설을 영화화한 '잃어버린 사람들' 등 문예영화를 만들며 감독으로도 데뷔했고, 이후 '찬란한 슬픔'(1967), '가슴이 터지도록'(1971) 등의 멜로드라마, '신검마검'(1969), '비호상쟁'(1978) 등의 액션, 무협 영화를 연출했다.
2011년 5월18일 촬영감독 좌담회에서 "당시 초보인 내게 영화를 가르쳐줄 선배가 없었다.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는데 솔직히 너무 암담했다. 노출이나 조명 등이 잘 맞지 않고, 계속 배우면서 촬영했다. 김수용 감독과 그게 인연이 되어 41편의 작품을 같이 했다"며 "김수용 감독의 장점은 정확한 콘티였다. 늘 머릿속에 촬영할 장면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그날 촬영 분량이 남거나 모자란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카메라의 성능이 나빠서 전적으로 카메라를 믿을 수도 없었고, 직접 포커스를 맞춰야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촬영 감독은 카메라 분해와 조립에 능숙한 기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카메라와 필름이 귀하다 보니 실수가 용납되지 않고, 일단 카메라를 들면 위험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도 했다.
1973∼1975년 영화진흥공사 기술과장으로 입사해 제작 제2부장을 지냈고, 1997∼199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강의했다. 2005년 원로영화인모임 '충무로시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7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공로영화인상, 2021년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았다.
유족은 "아버지가 '영친회' 원로 영화인들과 매주 만나면서 2019년에는 월남민을 다룬 3D 단편영화 '교동도는 말한다'를 만드셨다"고 말했다.
고인과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든 김수형 감독은 "전 감독님은 손재주가 대단한 분이셨다"며 "특히 흑백영화의 거장이셨고, 서정적인 촬영이 중요한 문예영화의 귀재라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2019년 '문화잡지 쿨투라'에 실은 글 '한국영화 100주년 연재 9 : 이필우에서 홍경표까지…촬영감독 10'에서 고인을 "정일성, 서정민과 함께 한국 (영화) 촬영계의 최고 삼인방 중 1인"이라며 "한국적 영상미학의 탐구자였다"고 평했다.
유족은 부인 도재옥씨와 2남2녀(전동석·전정희·전숙희·전동윤)씨와 사위 박성준·강명한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16일 오전 5시40분, 장지 분당 자하연. ☎ 02-2227-7500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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