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 황등 비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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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황등, 빛깔 곱고 단단하고 철분이 적어 경기도 포천석보다 경상도 거창석보다 알아주는 일등 화강석 산지랍니다.
밥 먹는 짬도 아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 끼니때면 식당에 몰려들어 허겁지겁 퍼 넣는 인부들이 짠했겠지요.
석공들에게 비벼주었다던 비빔밥 아니 비빈밥을 어서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비빈밥, 호랭이 담배 먹던 시절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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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황등, 빛깔 곱고 단단하고 철분이 적어 경기도 포천석보다 경상도 거창석보다 알아주는 일등 화강석 산지랍니다. 옛날엔 손으로 바위를 뜨고 쪼아야 했으니 당연히 사람이 많았겠지요. 밥 먹는 짬도 아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 끼니때면 식당에 몰려들어 허겁지겁 퍼 넣는 인부들이 짠했겠지요. “얼릉 먹고 가 많이 버시오”, 양푼에 비벼주었고 그 끼니가 추억이 되었지요.
장날이라는데 황등장도 여느 오일장처럼 썰렁했습니다. 시장 구경은 뒷전 밥집부터 찾았지요. 석공들에게 비벼주었다던 비빔밥 아니 비빈밥을 어서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추억의 반은 음식이라던가요? 그렇담 음식의 반도 추억이 될 수 있겠네요.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인지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인지 놓친 끼니때건만 붐볐습니다.
시절도 상황도 변했는데 그때 그 맛이 날까요? 망치도 정도 들어본 적 없는 내가 어찌 그 맛을 알기나 할까요? 밥을 기다리며 발터 벤야민의 ‘산딸기 오믈렛’을 생각했습니다. 천년만년 간다는 화강석으로 황등역에 만들어 둔 고향 가는 열차처럼, 시절도 인정도 맛도 새겨 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밥은 먹고 끼니는 때운다고 하지요. 비빈밥, 호랭이 담배 먹던 시절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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