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가 사고 치면 책임은 누가… AI시대 법적 난제
허점 보완할 전용법 제정 필요

최근 로봇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두뇌로 탑재하고,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면서 휴머노이드로 진화하게 되자 로봇과 함께 일하는 인간직원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 직원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제조사 또는 관리회사 어느 쪽에 책임을 물을지 모호한 상태다.
현행법상으로 '인간 직원'과 '로봇 직원'이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운전 중 위험 방지)에 따르면 사업주는 로봇 운전으로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상 위험을 막기 위해 높이 1.8m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해야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당 로봇의 안전기준이 한국산업표준이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인정할 경우, 울타리 설치 등의 조치를 생략할 수 있다. 협동운전에 대한 인증 조건을 충족하고, 산업용 로봇의 협동 작업에 대한 안전 가이드 준수 여부를 확인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받으면, 로봇이 인간과 가까이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국내외 로봇제조사에서 만든 협동운전 로봇이 사업장에서 안정성, 신뢰성을 검증 받아 인간과 협동하는 경우는 다수 있다. 실제로도 자동차나 전자 등 제조업에서 협동운전 로봇이 인간과 함께 근무하는 사례도 있다. 스스로 판단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의 경우 아직은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검증할 표준이 없지만 이 표준이 마련되면 인간과 함께 일하는 사례가 생겨날 전망이다.
몸은 '아틀라스' 뇌는 '제미나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의 '몸통'에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하고 있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가 로봇의 '뇌'로 합체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차세대 아틀라스 모델은 56개의 자유도를 갖춰 대부분의 관절을 완전히 회전할 수 있으며,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를 탑재했다.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어 주변 감지가 용이하다. 최대 50㎏ 무게를 들 수 있고 최대 2.3m 높이까지 손을 뻗을 수 있으며,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에 이르는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다. 방수 기능도 있다. 2027년부터 양산, 2028년 3만5000~4만대, 2029년 1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장에 배치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로봇과 인간, 함께 일할 수 있을까
박지훈 법무법인 화우 산업안전·중대재해 전문위원은 "현재 사용하는 생성형 AI가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을 초래하듯,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전자파 등 외부 영향을 포함한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순 '기계'로 볼지, 아니면 '작업의 주체'로 볼지에 대한 새로운 법적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봇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7월 14일 경남 양산시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A사의 외국인 근로자 B 씨가 금형 내부를 청소하던 중 기계가 작동해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024년 4월 4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를 인정해 대표이사를 징역 2년형에 처하고 A사에 1억 5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2022고단4497). 이 경우는 재판부가 로봇을 단순 기계로 보고 로봇 제조사가 아니라 운영사에 관리부실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만 앞서가진 않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완전한 입법 공백은 아니지만, 휴머노이드만을 위한 전용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휴머노이드 로봇만을 위한 독립된 법은 없는 상태다. 로봇 제조사에서 로봇에 주입한 지식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또는 로봇을 운영하는 회사의 관리부실이 원인이었는지 책임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 기준을 먼저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로봇 분야 ISO 기술위원회인 'TC299'를 중심으로, 산하 작업반인 'WG12'에서 휴머노이드 및 고급 로봇 안전 규정을 다루고 있다. 박 위원은 "미국은 산업안전보건청(OSHA) 기준을 통해 산업현장에서의 로봇 안전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 역시 과거 산업용 로봇 안전표준 ISO를 도입했던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 표준 규격을 산업안전 규정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