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히고 답답할 때 기막히게 좋은 곳은…관악산 연주대 등 ‘기운 명소’로 인기

장회정 기자 2026. 3. 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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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운을 준다고 알려진 관악산 연주대의 절벽 위에는 응진전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최근 몇년 사이 여행 트렌드는 단순한 ‘관광 인증샷’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정신적·심리적 에너지를 채우는 장소를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SNS에서는 #좋은기운 #기받으러 #힐링여행 #goodvibes 같은 해시태그가 붙으며 젊은 세대의 여행 기록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씨가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에 가라”며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정상인 연주대를 언급했다.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소원을 들어줄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는 그의 추천 이후 연주대는 “제2의 두쫀쿠”라는 수식까지 붙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지난 6일 연주대를 다녀온 직장인 이도영씨는 “눈이 오는 평일이라 등산객이 많지 않았는데, 휴일에는 정상까지 줄을 서서 올라간다고 들었다”며 “연금복권 당첨 소원을 빌고 왔다”고 전했다. 연주대는 본래 정상 부근 바위 전망과 도심 풍경으로도 유명했지만, 해당 방송 이후 ‘기 받으러 간다’는 이들이 급증했다. 지난 3월 초 연휴에는 정상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는 데에 1시간을 대기했다는 후기도 있다.

관악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불의 모양을 닮아 재앙을 가져온다고 여겨져 조선 초기 서울을 수도로 삼은 뒤 이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 궁궐 앞에 신화 속 수호 동물인 해치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화기가 불의 기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다는 해석이다.

등산 코스가 쉽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는 성취감이 곧 심리적 에너지 회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운 좋은’ 등산 명소로는 인천 강화 마니산, 충남 계룡산, 제주 성산일출봉 등이 있다. 단순한 산행을 넘어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신을 정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이다. 이런 곳의 특징은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 올린 돌탑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는 전망 포인트로도 인기지만 소원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돋이 명소인 서울 아차산은 ‘기운 명소’로도 손꼽힌다. 서울관광재단

소원을 빌기 좋기로는 해돋이 명소가 빠지지 않는다. 강원 동해의 추암 촛대바위, 서울 아차산 등은 일출을 보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나 에너지를 다짐하는 콘텐츠에 자주 등장한다. ‘기운’ 명소가 반드시 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해동용궁사는 부산 기장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절로, 바다와 맞닿은 독특한 풍경 덕분에 SNS에서도 풍경 인증샷과 함께 “바다 기운을 받는다”는 후기가 자주 올라온다. 바다의 리듬과 절의 고요함이 결합한 공간이 자연의 에너지 공간으로 인식되며 ‘힐링’ 명소로 소문났다.

본격적으로 금전운의 기운을 받으러 가는 ‘재물운 명소’ 리스트도 회자된다. 반경 20리 안에서 세 명의 큰 부자가 나온다는 전설대로 삼성, LG, 효성그룹의 창업자가 태어난 것으로 유명해진 경남 의령의 솥바위, 청기와 아래 법당의 안팎이 99.9% 순금으로 눈부신 서울 은평구의 수국사, 코를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는 황금돼지 조형물이 있는 경남 창원의 돝섬 등도 재운 ‘명당’으로 통한다.

장회정 선임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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