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 결국 석유…다니엘 데이루이스가 보여준 에너지 권력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6. 3. 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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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A '데어 윌 비 블러드'…석유산업 둘러싼 인간 욕망 그려
영화속에선 인간성·사회 파멸…에너지 전환이 갈등 완화할 것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7년 작품 '데어 윌 비 블러드' ⓒ 뉴스1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세계 최고의 배우는 누구일까. 한국에선 최민식 씨나 송강호·황정민·전도연 등이 자주 언급된다. 국제적으로는 험프리 보가트·말론 브란도·알 파치노·메릴 스트립 같은 이름이 떠오른다. 다니엘 데이루이스도 그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는 영화사에서 가장 독특한 배우로 꼽힌다. 극단적으로 몰입한 '메소드 연기'의 대표주자다. 그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3번 받았고, 미국의 타임, 영국 더 가디언 등은 '역사상 최고의 배우'라고 수식했다. 티켓 파워도 상당해 '링컨', '갱스 오브 뉴욕',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

지금 세계가 석유를 둘러싼 갈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그에게 세 번째 아카데미상을 안긴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가 떠오른다. 이 영화는 폴 토머스 앤더슨(PTA)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20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석유 사업으로 부를 쌓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산업 성장 서사가 아니다. 석유라는 자원이 어떻게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 뷰는 광산 노동자에서 시작해 석유 사업가로 성장한다. 그는 농지를 사들이고 유전을 개발하며 막대한 부를 쌓는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돈 그 자체라기보다 경쟁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영화 속 플레인 뷰는 "나는 사람들을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패권이 '승리'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권력의 원천으로 등장한다. 플레인 뷰는 지역 교회 지도자와 충돌하고, 사업 경쟁자를 밀어내며 석유 산업의 지배자가 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종교 권력과 자본 권력이 충돌하고, 결국 석유를 향한 욕심이 교회를 부수는 걸 보여준다. 석유 산업이 만들어낸 권력 경쟁이 결국 인간을 파괴하고 사회를 무너뜨린다는 결말로 끝난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 산업을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 세계 에너지 정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국제 사회에서도 석유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권력 자원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다시 높아지며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글로벌 경제는 즉각 반응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화석연료 공급망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카타르가 수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상당량이 이 경로를 통과한다. 이 해협을 지나는 석유의 약 80% 이상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석유가 단순한 에너지 자원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이 점에서 보면 영화 속 플레인 뷰의 세계는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석유가 권력이 되는 구조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이 다투던 유전 경쟁이 이제는 국가 간 갈등으로 확대됐을 뿐이다. 상황이 각국의 욕망대로 흘러가며 벌써 여러 차례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 중동 주변국들의 파괴를 불렀다.

'탄소 중립' 목표 아래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에너지 전환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석유 공급망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그 사실이 다시 확인된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유전과 해협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일은 동시에 국제 정치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태양과 바람은 어느 나라의 유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석유가 권력이 되는 구조가 약해질수록 갈등의 이유도 줄어든다.

영화의 제목처럼 결국 '피가 흐를 것'이라는 결말이 현실이 될 필요는 없다. 석유를 둘러싼 경쟁이 인간과 사회를 파괴하는 이야기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에너지 체제로 넘어가는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적어도 현실 세계의 이야기는 영화처럼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뉴스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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