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칼국수에서 포도로…'토종 와인 성지'로 변신한 대부도

김인유 2026. 3. 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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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바람과 갯벌 토양이 빚은 '그랑꼬또'…APEC 만찬주로 방문객 급증
6차 산업 성공 모델로 부상…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관광 메카 도약 중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산 '그랑꼬또 와이너리' [그린영농조합법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상징이었던 바지락 칼국수의 자리를 은은한 포도 향기가 채우고 있다.

서해의 해풍을 견디며 당도를 높인 대부도 포도가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으로 재탄생하면서 대부도가 단순한 먹거리 관광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와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그랑꼬또(Grand Coteau) 와이너리'가 있다.

프랑스어로 '큰 언덕'을 뜻하는 이곳은 대부도(大阜島)라는 지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로, 1999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25년 만에 'K-와인'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해풍과 미네랄이 빚은 '대부도 테루아'의 힘

안산 대부도 포도 [그린영농조합법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부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배수가 원활하고 일교차가 크며, 미네랄이 풍부한 해풍이 사계절 내내 불어와 포도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의 주력 품종은 우리에게 친숙한 '캠벨얼리'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청포도 품종인 '청수'다.

대부도 포도 농가 35명이 조합원인 '그린영농조합'(그랑꼬또 와이너리)이 청수와인을 비롯해 11가지 와인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대부도의 갯벌 바람과 일조량 속에서 자란 청수는 특유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열대 과일 풍미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청수' 와인은 오크통 숙성 대신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시켜 포도 본연의 청량감을 극대화했다.

그린영농조합법인 김지원 대표는 "유럽은 석회수 문화권이라 떫은맛의 레드 와인이 발달했지만, 물이 좋고 김치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청량감 있고 깔끔한 와인이 우리 음식과 훨씬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청수 와인은 출시 이후 한식과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극찬받았고,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갈라 만찬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편견 딛고 성공 일군 뚝심…지역 농가와 상생 모델로 주목

그랑꼬또의 성공 뒤에는 25년간 이어진 김지원 대표의 집념과 지역 농민들의 협력이 있었다.

'청수' 와인 들고 있는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촬영 김인유]

2000년대 초반, 포도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여 농가가 힘을 합쳐 '그린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이 거셌다.

김 대표는 "서울의 와인 동호회조차 한국 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셔보지도 않고 무시했다"며 "일단 마셔보게라도 하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프랑스식 라벨을 도입하고 15년 넘게 전국을 누비며 품질을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재배부터 양조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하는 수도권 유일의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록 대부도 개발로 인해 참여 농가는 30여 곳으로 줄었지만, 책임 경영제와 계약 재배를 통해 지역 자산이 선순환하는 공동체 모델을 공고히 하고 있다.

'와인 향기'에 머무는 관광객들…체류형 관광지로 변신

와이너리의 성장은 대부도 관광 지형을 바꾸고 있다.

APEC 만찬주 선정 이후 와이너리 방문객은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안산시 대부도 [안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수 와인 한 병을 사려고 부산에서 대부도까지 직접 찾아올 정도다.

그랑꼬또를 찾는 연간 방문객은 약 2만5천명에서 3만명이다.

방문객들이 와인 시음과 체험을 위해 머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의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포도를 재배하는 1차 산업에 머물지 않고, 제조·가공(2차)과 관광·체험(3차)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의 핵심 가치를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산시도 대부도 와인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시는 특히 올해부터 안산시티투어 노선에 대부 포도로 만든 고품질 와인을 체험하는 와이너리 방문 코스를 신설했다.

관광객들은 와인 시음과 양조 시설 견학을 통해 대부도 와인의 깊은 풍미를 즐기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 6차 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안산시농업기술센터는 와이너리가 운영 중인 체험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산 대부 포도축제 모습 [안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대부 포도를 홍보하기 위해 해마다 포도축제를 개최하는 한편, 대부 포도를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농가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안산시농업기술센터 이억배 소장은 "대중화된 와인 트렌드에 발맞춰 고품질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관광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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