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책임지겠다' 경위서 작성 강요…꼭 써야 하나요?"[직장인 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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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잔실수가 잦았던 A씨지만 입사 이래 대외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실수는 처음이라 크게 당황하고 있다.
상사는 이를 크게 문제 삼으면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고, A씨의 경위서에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재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상사의 요구는 정당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회사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지시로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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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경위서 작성 지시…반성하겠다 등 내용 포함 요구
대법 "사죄문·반성문 성격 시말서 강요는 양심의 자유 침해"
반복 강요·징계 압박 땐 직장 내 괴롭힘 진정도 검토 가능
![[서울=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wsis/20260314070151734urrt.jpg)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직장인 A씨는 최근 거래처와 납품단가 협의 중 1년 전 가격을 제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평소에도 잔실수가 잦았던 A씨지만 입사 이래 대외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실수는 처음이라 크게 당황하고 있다. 상사는 이를 크게 문제 삼으면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고, A씨의 경위서에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재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내 잘못도 맞고, 반성하고 있지만 정식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닌데 문제 시 책임지라는 문구까지 쓰라는 건 너무 과도한 것 같다"며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런 말을 쓰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문제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럴 때 작성하는 것이 바로 경위서. 사건·사고나 업무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발생 과정과 경위를 기록하는 문서다.
경위서는 통상 시말서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문제 발생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는 시말서와 달리 경위서는 사건의 발생 과정과 사실관계를 기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문서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는 사실상 징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향후 징계 여부를 검토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A씨의 사례를 보면, A씨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사의 경위서 작성 지시에 응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사는 본인이 원하는 문구를 A씨가 작성할 경위서에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사의 요구는 정당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회사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지시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특정 문구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시말서를 사실상 '반성문'처럼 쓰도록 강요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당시 사건은 한 사회복지재단에서 직원 B씨에게 파견근무를 명했지만 이에 불응하자 시말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재단의 인사규정에는 '징계사유는 아니지만 조직의 질서유지에 위배될 수 있는 경미한 행위를 한 경우 반성의 계기가 되도록 시말서와 함께 주의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인사명령 자체가 부당하다며 시말서를 쓰지 않았고, 결국 해고됐다.
대법원은 여기서 '반성의 계기가 되도록' 하는 문구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시말서 제출명령도 정당한 명령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A씨 사례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A씨에게 경위서를 요구하는 상사의 명령 자체는 정당할 수 있지만, 그 내용에 반성이나 사과, 책임을 지겠다는 특정 문구를 포함하도록 강요할 의무까지는 없다.
만일 상사가 계속해서 같은 내용을 지시하거나 지시불복으로 징계를 추진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경위서는 사건의 경위와 사실 관계를 기록하는 범위 내에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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