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말하면 음료 나와”…AI 일상 혁명 이면엔 전기요금 폭탄 [박시진의 글로벌 픽]
中 알리바바 AI 음성 비서 서비스 접목
키워드·기분 입력 시 바로 밀크티 제조
2030년까지 AI 산업 10조 위안 규모로
美 데이터 센터 늘자 전기 요금 두 배로
AI 급격한 성장·전력 공급 사이 균형 중요

저장성 항저우 시내 밀크티 가게들 앞에는 새로운 풍경들이 연출됩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메뉴판이나 QR코드를 스캔하는 대신 인공지능(AI)에 음성으로 주문을 하는 모습인데요, 알리바바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치엔원(千问)’ 덕분입니다.
또 다른 매장인 ‘AI 밀크티 바’에서는 ‘여름 해변’, ‘야근하는 깊은 밤’, ‘스트레스받는 날’ 같은 키워드는 물론 기분까지도 밀크티로 구현해 줍니다. AI 시스템이 입력값을 바탕으로 감정과 맛의 특징을 분석해 5분 만에 세상에 하나뿐인 밀크티 이름, 외관 디자인, 상세 레시피, 그리고 재미있는 ’음용 가이드‘까지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올 초부터 밀크티 가게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알리바바의 AI 앱 ‘퉁이치엔원’에 접속해 음성으로 원하는 맛이나 현재의 기분을 말하면, AI가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형 음료를 추천해 주는 방식입니다. 가장 가까운 매장을 찾아 주문과 결제까지 단 몇 초 만에 완료합니다. 이른바 ‘한 문장 주문(一句话下单)’으로, 항저우 시민들 사이에서 “AI가 내 음료를 골라줬다”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그룹, 텐센트 홀딩스, 바이두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기반 서비스에 수백억 위안을 투자하며 초저가 음료 추천부터 할인 여행 예약까지 일상 전반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어 거대 모델 구축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AI를 사람들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택한 셈입니다.
이처럼 중국은 수년째 AI에 공을 들이며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는 AI 투자에 840억 달러(약 126조 원)로, 전년 대비 약 48% 증가했습니다. 82억 달러(약 12조 원)의 ‘국가 AI 산업 투자 펀드’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1450억 달러(약 217조 원) 의 초대형 국부펀드를 만들어 AI·양자컴퓨팅·수소·반도체 등 핵심 첨단 기술에 투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한 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AI 산업 생산 규모를 1조4501억 달러(약 2170조 원)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단순한 AI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로 재편하는 ‘지능형 경제’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언했습니다. 제조업·농업·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AI플러스(+)’ 전략을 도입했고, 지난해 기준 제조업 부문의 AI 도입률은 약 25.9%까지 올랐습니다.
민간 벤처캐피털(VC) 위주로 굴러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국가 단위의 거대한 국부펀드와 보조금, 톱다운 방식의 인프라 육성으로 AI와 반도체 생태계를 하나로 엮어 거대한 ‘AI 자급자족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는 사람들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붐의 여파로 일부 지역의 전기 요금이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AI 투자 비용이 국민에게 전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추운 겨울로 난방 수요가 늘고, 미·이란 전쟁으로 천연가스 시장이 경색되며 가계지출에서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산업 경쟁력 약화,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BLS)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고, 에너지 지수는 전월 대비 0.6%가 상승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0.5% 높은 수준입니다. 전기 요금은 전년 대비 4.8% 상승했습니다.
전기 요금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데이터 센터와 AI 애플리케이션의 전력 수요 급증입니다. 미국이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대규모 컴퓨팅 시설의 전력 소비가 급격히 늘어 이미 노후화된 전력망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였는데, 2028년까지 6.7~12% 사이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AI의 급속한 성장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에너지 집약적 산업일수록 전기 요금 인상은 생산 비용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이해 관계자와 정부, 데이터 센터 업계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데이터 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시진의 글로벌 픽]을 구독하시면 가장 발빠르게 글로벌 트렌드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투자자들도 쓸어담은 ‘삼전·하닉 2배’ ETF…옵션 추가로 운용 다변화
- “답 정해졌고 넌 관세만 내라”는 美 301조 조사
- “내가 주식 고수인 줄 알았는데”…롤러코스터장에 개미들 ETF로 ‘피신’
- “모두 떠나고 여긴 이제 끝났다”...억만장자들의 도시에서 ‘유령도시’된 두바이
- 고개 돌리는 순간 ‘휙’… 약 탄 음료 먹인 내기 골프 사기단
- 쯔양 협박·갈취 ‘구제역’ 징역 3년 확정
- DNA는 ‘친모=할머니’라는데 “난 낳은 적 없다”…구미 3세 여아 사건의 미스터리
- 한화솔루션도 ‘불가항력’ 가능성 공지...석화업계 혼란 확산
- 李대통령, BTS 광화문 공연 앞두고 “바가지 상술 엄정 단속”
- “중동 전쟁에도 오히려 올랐다”…개미들 절망할 때 웃은 ‘효자 종목’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