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에서 산 정품”… 명동·홍대 점령한 중국인 ‘라방’

임희재 기자 2026. 3.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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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품 맞습니다. 입었을 때 촉감부터 달라요."

최근 명동을 비롯해 마포구 홍대, 성동구 성수 등 주요 상권에서 중국인들의 길거리 라방 판매가 눈에 띄고 있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더우(得物)에서 일하는 중국인 A(27)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명동 거리에서 라방을 한다.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인 안징(30)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홍대 거리에서 라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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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국인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임희재 기자

“한국 정품 맞습니다. 입었을 때 촉감부터 달라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여행 가방을 펼친 중국인 여성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한 스포츠 브랜드의 재킷을 꺼내 입어 보이며 중국어로 상품 설명을 쏟아냈다. 한국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옆에 앉은 남성은 노트북 화면을 보며 채팅창과 주문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방송을 시작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남성이 “이빠이리우빠(168)”를 외치며 ‘완판’을 알렸다.

이내 여성도 따라 외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중국에서 168은 ‘계속해서 부자가 되다’라는 의미의 일루파(一路发)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한국 상권 한복판에서 중국 시청자를 상대로 의류를 파는 ‘길거리 라방(라이브 방송)’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국인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도우인 캡처

◇라방에 숏폼까지... 보따리상의 진화

최근 명동을 비롯해 마포구 홍대, 성동구 성수 등 주요 상권에서 중국인들의 길거리 라방 판매가 눈에 띄고 있다.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팔던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이 진화했다는 평가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더우(得物)에서 일하는 중국인 A(27)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명동 거리에서 라방을 한다. 그는 더우인(抖音·틱톡 중국 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의류와 신발, 모자 등을 팔고 있다.

지난 6일 하루 동안 A씨는 수십 개의 한국 제품을 소개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었다. 새로운 상품을 꺼낼 때마다 시청자 수백 명이 댓글로 원하는 사이즈 재고를 문의했다.

A씨는 라방 영상을 편집해 1분 이내의 숏폼(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채널에 올린다. 영상 하나당 조회 수는 수천 회 수준이며, 일부 영상은 라방 시청자 수보다 조회 수가 더 많았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A씨는 한 브랜드 운동화를 라방에서 699위안(약 15만원)에 판매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가격인 919위안(약 19만7000원)보다 약 20% 저렴한 수준이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중국인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임희재 기자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인 안징(30)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홍대 거리에서 라방을 한다. 지난 9일에도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팔고 있었다.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 대신 직접 구한 가성비 상품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안징씨는 “회사가 홍대에 있어 이곳에서 방송을 한다”며 “직접 착용한 뒤 제품의 착용감이나 디자인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한국서 방송하면 ‘정품 효과’… 불편하다는 반응도

명동 상인들은 최근 반년 사이 중국인들의 길거리 라이브 방송이 3~4배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인 관광객 비에슈위(28)씨도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라이브 영상을 종종 본다”며 “최근에는 한국 선글라스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의 상품을 판매 및 구매하는 영상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관광객과 나들이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이들이 길거리 라방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정품 인증’ 효과다. 한국 주요 상권을 배경으로 방송하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한 상품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거리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며 현지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도 이런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인들의 반응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보행로가 막히고 소음이 발생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명동의 한 의류 매장 상인은 “라방을 하는 중국인이 가게 바로 앞에서 큰 소리로 방송을 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점점 늘어나는데도 단속이나 제재를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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