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해외서 연중무휴 코스피 거래, 손발 묶인 한국

전재호 금융부장 2026.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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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세청이 압류한 수십억원 규모의 가상 자산(코인)이 탈취됐다.

한국에서는 해외처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없고 심지어 해외 가상 자산 기업에 투자하거나 돈을 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 매매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한국 투자자가 지난해 해외 거래소에 낸 수수료만 4조7700억원에 달한다.

한국 공무원은 주식은 물론 가상 자산 투자가 엄격히 제한돼 주식이나 가상 자산을 실전이 아니라 책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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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세청이 압류한 수십억원 규모의 가상 자산(코인)이 탈취됐다. 국세청이 업적을 홍보하려다 압류한 자산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자료로 배포하면서 ‘니모닉 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니모닉 코드(Mnemonic Code)는 가상 자산 지갑의 복잡한 키를 기억하기 쉬운 12개의 영어 단어로 바꾼 것이다. 니모닉 코드는 은행으로 생각하면 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와 같은 핵심 정보다. 이것만 알면 누구나 지갑의 모든 권한을 복구할 수 있다. 해커는 국세청이 공개한 코드를 보고 지갑을 복구해 가상 자산을 탈취했다. 니모닉 코드는 절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건 가상 자산 업계에서 상식 중의 상식이다.

광주지방검찰청은 범죄 수익으로 압류한 약 400억원의 비트코인을 관리 소홀로 분실했다가 최근 되찾았다. 검찰이 해커로부터 다시 뺏은 게 아니라 해커가 자진해서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가 반납하지 않았다면 되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세청과 광주지검의 사례는 한국 공무원들이 빠르게 바뀌는 금융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가상 자산 업계는 변화 속도가 기존 은행·보험·카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세계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16일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WY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의 가격을 따라가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만기일이 없는 선물 계약)을 출시한다. EWY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KB금융 등 90개 안팎의 한국 기업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노린다.

바이낸스에 EWY 무기한 선물이 출시되면 투자자는 365일 24시간 최대 10배 레버리지(leverage·타인 자본으로 투자)로 한국 주식시장에 롱(long·상승하면 수익), 숏(short·하락하면 수익) 투자가 가능해진다. 한국 주식시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열리는데, 주말에 큰 호재와 악재가 발생했을 때 월요일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이나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가상 자산 규제는 일단 막아 놓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만 찔끔찔끔 푸는 식이다. 한국에서는 해외처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없고 심지어 해외 가상 자산 기업에 투자하거나 돈을 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자금 세탁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가상 자산 시장을 묶어둔 사이 투자자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지난해 해외 가상 자산 거래소로 나간 금액은 약 160조원으로 추정된다.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 매매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한국 투자자가 지난해 해외 거래소에 낸 수수료만 4조7700억원에 달한다. 한국 가상 자산 시장이 발달했다면 한국에 머무르고 한국 기업이 거뒀을 돈이다.

한국 공무원은 주식은 물론 가상 자산 투자가 엄격히 제한돼 주식이나 가상 자산을 실전이 아니라 책으로 공부한다. 해외에서는 혁신적인 금융 상품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책으로 배운 공무원들이 규제 정책을 만든다. 이는 마치 초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수십년전부터 한국 금융 산업에는 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없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사고만 일으키지 말라는 인식으로 온갖 규제가 있는 환경에서는 수십년이 더 지나도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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