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미국대사 "트럼프 행정부, 한미관계 바꿨다…한미 국익 불일치"

노민호 기자 2026.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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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레이니(98) 전 주한미국대사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굳건했던 한미동맹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평가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태평양세기연구소(PCI) 주최 만찬 행사 축사에서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강력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김영삼 정부(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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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정부 때 주한대사 제임스 레이니 "트럼프 의지 따라 한미관계 좌우돼"
"韓, 스스로 기준에 따라 미래 설계해야…'조선업' 등 협상력 있어"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국대사.(에모리 대학교 vimeo 계정 영상 캡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제임스 레이니(98) 전 주한미국대사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굳건했던 한미동맹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평가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태평양세기연구소(PCI) 주최 만찬 행사 축사에서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강력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한미 양국 사이에는 튼튼하고 견고한 다리가 놓여 있었고 양방향으로 막힘없이 교류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견고한 다리를 '도개교'(drawbridge·큰 배가 지나갈 때 위로 열리는 구조의 다리)로 바꿔버렸다. 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통제권은 오직 미국에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개교가 내려와 있을 때조차 '관세'라는 문을 워싱턴이 통제한다"며 "결국 이 모든 구조는 현재의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체제가 돼버렸다"라고 평가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동맹국을 상대로도 예외 없이 상호관세 인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말을 하게 돼 매우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한국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기준에 따라 설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장병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게양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육군 제공)

"조선업이 워싱턴과 협상할 수 있는 힘…'새로운 다리' 놓을 역량 있다"

레이니 전 대사는 특히 "한국의 국익이 더 이상 백악관의 이해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이것이 전시작전통제권, 독자적 핵 능력(independent nuclear capability),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한국에게 필요한 매우 높은 수준의 정치적 기술과 외교적 균형 감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한국은 분명 워싱턴과 협상할 수 있는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조선업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김영삼 정부(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올해 98세인 그는 1947년 19세의 나이로 한국에 파병돼 미군 방첩부대(CIC)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사 재임 때인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긴장 완화 노력에 관여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한국 정부는 1997년 레이니 전 대사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여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미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가교상'을 레이니 전 대사에게 시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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