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요즘 20대, 연애 대신 결정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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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7세 직장인 A씨는 최근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에 가입했다.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였다. A씨는 "3년 동안 함께하면서 맞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알게 됐는데 결국 헤어졌다"며 "누군가와 그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고 말했다.
이제 처음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알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A씨는 "결혼 의지, 음주·흡연 습관 등 나와 같은 가치관, 생활습관을 가진 상대를 만나 연인이 되면, 관계를 잇는데 에너지가 덜 들어갈 것 같다"는 것이다.
한때 결혼적령기를 넘긴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통했던 결정사엔 A씨처럼 20대가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결정사 '가연'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20대 여성 가입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체 회원 중 20대 회원 비중은 최근 4년간 꾸준히 늘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5.5%, 2024년에는 11.1%, 2025년에는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회원 증가가 두드러진다. 2023년 20대 여성 회원 수는 전년 대비 14.2% 늘었고, 2024년에는 12.5%, 지난해에는 17.2% 증가했다. 반면 남성 회원은 2023년 전년 대비 8.8% 감소, 2024년 8.3% 증가, 지난해 다시 8.1% 감소하는 등 뚜렷한 증가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남성의 경우 군 입대 등으로 여성에 비해 늦은 사회진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 4년간 추이를 보면 20대의 결정사 가입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코로나·취업난 여파… 만날 곳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학교, 직장, 동호회, 지인 소개 등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만남이 약화되면서 20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결정사 이용 증가의 배경 중 하나다. 가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개팅 앱, 매칭 서비스, 결정사 등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창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20대는 더더욱 새로운 사람을 접할 기회가 감소했다. 대학 졸업 이후 취업까지 이어지는 '쉬었음'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교나 직장 같은 자연스러운 만남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
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이미 속한 커뮤니티나 지인의 네트워크를 넘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열린다. 이른바 사회생활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시간·감정 소모 줄이려는 '효율적 만남'
20대가 결정사를 찾는 배경에는 연인을 찾기 위해 시간과 감정 소모를 줄이겠다는 효율성 추구가 자리잡고 있다. 연애와 결혼에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취업준비와 직장생활 등으로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줄어든 상황에서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은 피로한 영역으로 전락했다. 만약 몇 년의 연애 후 결별하게 되면, 이는 20대에게 큰 비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결정사를 통하면 학벌, 직업 등의 스펙과 원하는 이성상이나 결혼관, 자녀 희망 여부 등을 알고 연인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연애 시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지인을 통한 소개팅의 경우 전후로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지인에게 소개팅을 부탁해야 하고, 만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소개팅 후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할 경우 지인과 어색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면 결정사를 통하면 주선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결정사 매니저가 만남의 날짜와 장소를 조율하고, 이른바 '애프터'까지 관리해주기 때문에 소개팅 과정에서 겪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의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B씨(26)는 "지인의 소개나 모임에서 만난 사람에게 호감이 생겨도 경제력(연봉·소득)과 같은 민감한 조건을 묻기 어렵지 않나"라며 "하지만 결정사에서는 가입 단계에 조건을 공개하니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매칭된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을 사전에 문의하면 매니저가 대신 확인해주기도 한다"라며 "원하는 조건이 뚜렷하게 있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또한 20대는 원하는 이성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고 전했다. 가연 관계자는 "음주·흡연 여부, 반려동물 선호, 가치관, 취미, 성향, 생활패턴 등 현실 조건을 다양하게 고려한다"며 "20대는 입시 컨설팅이나 심리 상담 등 전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한 세대다. 때문에 연애 과정의 일부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결혼 의지'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20대가 결정사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결혼 의지가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비혼주의가 확산되고 일회성 만남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적어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당장 결혼을 서두르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인생관이 크게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다 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의미다. 일종의 '결혼 의지 필터'를 거친 만남을 선호하는 셈이다.
듀오 가입 1년 차인 C씨(26)는 "막상 연인으로 만나보면 상대방이 결혼 생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혼 비용 부담 등 여러 이유로 비혼주의나 독신주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틴더' 같은 소개팅 앱이 유행하면서 쉽게 만나고 쉽게 끝나는 관계도 많아진 것 같다"며 "나도 당장 결혼이 급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장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둔 상대를 만나고 싶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트 앱 시대, 커지는 '신원 검증' 수요
최근 데이트 앱이나 SNS를 통한 만남이 늘면서 상대의 직업·학력·신분을 속이는 이른바 '신원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신분을 속이고 연인이 된 뒤 금전을 요구하거나 결혼을 빙자해 투자금을 유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는 연애·결혼 관련 범죄 역시 상당수가 이러한 '급만남'에서 비롯된 경우다.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보이던 사건들이 현실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정사는 일정 부분 '신원 검증 장치'로 작동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정사는 가입 단계에서 재직증명서, 졸업증명서, 소득 관련 서류 등을 제출받아 가입자의 기본 정보를 확인한다. 일부 업체는 가족관계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를 통해 미혼 여부까지 확인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정보를 100% 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몇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녀의 연애와 결혼을 고민하는 부모 세대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다. 결정사에 가입한 딸을 둔 D씨(61)는 "데이트 폭력 같은 뉴스를 볼 때마다 자녀가 걱정됐다"며 "상대의 신원이나 가족 관계 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20대가 결정사를 찾는 현상을 단순한 이용자 증가로만 보기는 어렵다. 좁아진 취업문, 대학 졸업 이후 정체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여기에 불안해진 사회 분위기까지 겹치며 청년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까지 더해지면서 마음의 여유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이제는 사랑과 연애에서도 일정한 '효율'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데다 경제 침체에 따른 취업난, 비혼주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은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사를 통한 만남은 20대가 찾은 현실적인 대안일지도 모른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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