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언론장악 수단 '심의제도', 이재명 정부에서 더 나빠졌다?

박재령 기자 2026. 3. 1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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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학회 주최 '방송심의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행정기구화된 방미심위에 "검열 논란 부각될 수밖에"
공정성 심의 폐지됐지만… '공정책무 심의'는 다른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합리적인 방송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탄생했지만 '정치심의'를 막기 위한 유의미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허위조작정보 개념 도입 등 심의 범위가 넓어져 제도 악용 소지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합리적인 방송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2일 1기 방미심위 첫 회의가 열린 가운데 여당이 주도한 심의제도 개편안을 평가하고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공공성을 조화시키는 안이 무엇일지 논의됐다.

이날 축사를 맡은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규제와 진흥의 연동적 관계,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도입과 개인, 기업과 국가의 공적 책무를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방송통신 심의제도 전반의 개편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성 심의 없애도 방송 전반이 공정성 규제 받고 있어”

발제를 맡은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형식상 '민간기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방미심위가 이재명 정부에서 '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고 봤다. 지난해 9월 공포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에 따라 민간인 신분이던 방미심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이 됐고 국회 인사청문회와 탄핵 소추가 가능한 대상이 됐다.

김희경 위원은 “통신심의 차원에서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헌법재판소 판단(2018헌바488)도 그렇고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합리적인 방송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김희경 위원. 사진=박재령 기자

민주당은 이전 정부에서 불거진 '정치심의'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 '공정성 심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법 32조와 33조에 명시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심의'를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적책임 심의'로 바꾸는 안이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공정성 심의' 개념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문제는 공정성 개념이 방송법 32조와 33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방송사들이 재승인·재허가 심사를 받거나 인수·합병 심사를 받을 때, 최대 주주 심사를 받을 때도 공정성 개념이 들어간다. 방송 전반이 공정해야 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성 심의' 대신 들어온 '공적책무 심의'도 기준이 모호하다. 김 위원은 “공공성과 공적책임이라는 용어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며 “방송법 6조가 여전히 방송 보도는 공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기 때문에 공정성 개념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허위조작정보' 개념, 표현의 자유 침해할까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신심의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김 위원은 “허위조작정보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허위조작인지를 누가 가려낼 수 있는지의 문제”라며 “허위조작정보의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방미심위가) 행정기구화되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 긴장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방미심위 내 분쟁조정부의 기능은 확대됐다. 기존의 명예훼손 정보뿐 아니라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취한 삭제·차단 등의 조치”까지 분쟁조정 대상이 됐다. 김 위원은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기존의 분쟁기구와도 역할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할 수 있는 심의제도 개선안으로 김 위원은 △전문성 중심의 위원 추천 방식 개선 △사무처 독립성 보장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공정성 등 내용 규제 장기적 축소 △자율규제 등 구조 중심 규제 전환 △방미심위의 허위조작정보 판단 권한 대폭 축소 등을 꼽았다.

“단순 제도 개선으로는 '정치심의' 막을 수 없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방송사에 제기되는 공정성 심의 민원이 대부분 정치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그들 입장에선 특정 방송사한테 민원을 걸고 심의에 오르는 그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정당 민원 같은 경우 공정성 위반으로 민원이 제기되지 않더라도 특별다수제 등 심의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업자 입장에선 어떤 정책 변화가 생길 때 예측가능성이 높아져야 대응하기 수월하다. 지금은 규범의 불명확성이 커져서 사회적 우려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공정성 심의 역시 폐지되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시기 때문에 조항 하나보다 시스템적인 부분이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박성호 MBC플러스 부국장은 미시적인 제도 개선으로는 '정치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부국장은 “규정이나 (위원) 선임 방식을 바꾸는 걸로는 똑같은 논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며 “유일한 해법은 심의를 민간으로 넘기는 거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다른 정권이 이 심의를 (언론장악에) 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승철 KBS기자협회장은 “민간규제가 가능한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법적 근거가 생기더라도 어떤 강제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언론계가 서로 비판하지 않는 카르텔이 심하다. 차라리 방송 허가 기준에 미디어 비평, 자사보다는 타사에 대한 미디어 비평을 의무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상훈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오늘 당장 방송에 대한 모든 규제들이 없어진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콘텐츠 기업들에게 가장 두려운 건 시청자의 반응이고 이미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직접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됐다. 권위적 시대의 잔재들을 청산하고 자율규제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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