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논쟁, 현장 목소리 반영이 먼저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2026. 3. 1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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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기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만큼
증거와 사실관계를 직접 보완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
전건송치 폐지가 만든 수사 통제 공백도 함께 논의돼야

최근 형사사법제도 개편 논의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그 안에 실제 형사사건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변화가 범죄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가 충분한지 의문이다. 실무와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보완수사권 폐지론자들이 제시하는 대안들은 실효성이 없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론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사건처럼 신속한 보완이 불가피한 경우에 대해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몇 가지 대안이라고 언급되는 것들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실무상 운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먼저, 위원회 중심의 사후 통제 대안은 현실성이 없다. 수사심의위원회나 사건심의위원회와 같은 구조는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에 배치된다. 형사사건은 기록 몇 장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건의 흐름과 수사 과정 전체를 이해해야 적절한 판단이 가능한데, 위원회라는 방식은 그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원 구성의 전문성을 균질하게 확보하기도 어렵고, 위원 선임, 일정 조율, 회의 운영, 회의록 작성, 결과 보고까지 행정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 이는 곧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위원회는 책임 소재를 흐리게 만들어 수사기관이 위원회로 책임을 전가할 위험이 크다.

다음으로 '공소청에 기소 전 간단한 조사만 허용하겠다'는 대안은 실효성이 없다. 강제력이 없는 조사로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혹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조사 결과 추가 확인한 내용으로 기소 판단을 변경할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 조사 보고서의 증거능력이 어떻게 인정되는지에 대한 정합적인 제도 설계 없이 '조사는 허용'하겠다는 주장은 결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완수사요구에만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방안 역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미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현 법체계에서는 수사 전 과정에 대한 일관된 통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보완수사요구 단계에만 부분적으로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통제 구조의 정합성에 배치된다. 수사 전반에 대한 통제 없이 기소 직전 단계에만 형식적인 구속력을 부여하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 채 책임 부담만 공소청에 집중되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실질적인 수사 통제가 아니라 책임만 떠안기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 보완수사권은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기소 책임의 근거'이다.
보완수사권은 검찰 권한 확대가 아니라 기소 책임을 물을 근거로 기능한다. 검사의 기소 판단은 기록을 받아 읽어보고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는 행위가 아니다. 재판에 넘어갈 정도로 증거가 충분한지, 그 증거가 법정에서 형사소송법상 복잡한 증거법칙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사건의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할 법적 쟁점이 무엇인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고도의 법률 판단이다. 그 결과 무죄가 나오거나 위법한 증거가 배제되거나 공소기각이 되면 그 책임은 기소권자에게 귀속된다. 그런데 기소권자에게 기소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주지 않는 구조라면, 책임을 지우면서 수단은 빼앗는 모순이 발생한다.

보완수사는 대단히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소 판단에 필요한 자잘한 사실들을 수사통제의 일환으로 채워 넣는 필수적인 실무 절차다. 범죄일람표의 일부 수정, 계좌번호의 착오 정정, 피해 범위 보완, 범죄사실의 일시·장소 정정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조차 실무에서는 모두 보완수사에 해당한다. 이런 사안들을 전부 1차 수사기관에 다시 보내 처리하도록 하면 사건 처리 속도는 급격히 늦어지고 그 사이 증거 인멸이나 증거 소실의 위험이 커진다. 보완수사 요구가 여러 차례 반복될 경우 사건 기록 자체가 표류하게 되고 수사와 기소 모두에서 동력을 잃게 된다.

보완수사권 남용이 걱정이라면 전면 금지가 아니라 제도 설계로 통제하면 된다. 보완수사 범위를 사건 동일성 범위 내로 제한할 수 있고, 보완수사 횟수와 기간에 상한을 두거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직접 보완수사 중 영장 청구가 필요하면 상급기관과 협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요건을 강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보완수사 자체가 아니라 남용 가능성이고, 이는 법령이나 지침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셋째, 전건송치 폐지가 만든 구조적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는 보완수사권 문제뿐 아니라 전건송치 폐지가 가져온 문제점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 통제 장치를 걷어낸 제도 변화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하다보면 과잉수사도 할 수 있고 반대로 부실수사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권한을 가진 조직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속성이다. 그래서 1차 수사권이 강화될수록 사후적 통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일상적인 점검과 통제가 함께 작동할 필요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모든 사건이 기소권자에게 전건 송치되면서 개인이 별도의 민원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한 번 더 수사 결과를 점검하는 구조가 작동했다. 그러나 전건송치가 폐지되면서 수사기관이 입건 자체를 하지 않거나 자체 종결하는 사건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 통로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사건이 어느 1차 수사기관에 배당되느냐에 따라 처리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경찰, 중수청, 특사경 중 어디에서 수사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촘촘함이나 법률 판단의 밀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제도를 과연 법 앞의 평등으로 볼 수 있을까. 전건송치는 수사 주체에 따른 이러한 편차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수사 통제 비용이 국가에서 개인에게 이전되었다는 점이다.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과거 전건송치 체계에서는 국민이 국가 차원의 재검토 구조를 사실상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이 비용을 들이게 된 것이다. 중수청이 신설되어 대응이 더 복잡해질 경우 법률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나 내부 고발, 첩보로 시작되는 사건은 애초에 이의신청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전건송치를 성급히 폐지한 것은 수사 통제의 책임을 국가에서 개인에게 일부 이전한 제도 변화라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수사기관 간 책임과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형사사법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형사사법 제도가 정치적 갈등 속에서 반복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면서,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사이의 협력 관계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현재 구조에서는 수사관이 송치 또는 불송치 단계까지만 사건을 담당하고 이후 재판 과정이나 판결 결과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설사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귀속되는 체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기관 간 협력"을 법 조문에 선언적으로 적어 두는 것만으로 실제 협력이 작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전건송치를 전제로 기소권자가 사건을 한 번 더 검토하는 구조는 형사사법 체계의 완결성을 높이는 하나의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완결성이란 그 일을 맡은 사람의 성실성이나 도덕성에 상관없이 시스템 자체가 최소한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송치된 사건을 기소 전에 다시 살펴보는 과정은 단순한 절차적 반복이 아니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형사사건 하나가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에, 법률가에 의한 검토가 한 번 더 주어지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피의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형사사법 제도 설계는 상징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기준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보완수사권 논의 역시 기관 간 권한 논쟁을 넘어 수사 통제 구조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라는 관점에서 실무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 이 글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발언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