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신뢰, 방어보다 변화부터
사법 3법 공포로 기존 시스템 흔들려
뼈저린 자성과 변화로 국민 공감 얻을 때
헌법적 가치 수호하는 최후 보루로 거듭날 것

최근 사법개혁 3법이라 불리는 법률들이 국회를 통과하고 마침내 공포되었다. 대법관 대폭 증원, 재판소원, 법왜곡죄 모두 기존 사법시스템에 큰 파장을 미칠 변혁임에 틀림 없다. 개선의 씨앗이 될지, 개악의 숙주가 될지 시행 결과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장단점이 뒤섞여 엇갈린 평가가 계속될 수도 있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 최상의 결론을 내기 위한 대화와 논의의 장이 열리기보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결 양상처럼 전개된 점이 아쉽고 실망스럽다. 3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개별 사건의 논란에서 촉발되어 3법 통과로 마무리된 일련의 과정은 삼권분립 원칙마저 뒤흔드는 후유증을 낳았다. 사법권을 압도하는 입법권. 힘으로 법원을 굴복시키는 듯한 모습. 견제와 균형은 이상일 뿐 집중과 불균형이라는 현실.
법원이 그렇게 반대하고 법조인이나 전문가들의 반대도 적지 않았는데, 결국 3법의 통과로 법원은 상처를 입었다. 다수 국민은 법원의 주장과 논리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고, 그 내용을 곧이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고 화를 내기도 하였다. 대법원이 지난 연말 사법제도 공청회를 개최하여 쓴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으나, 뒤늦은 공청회는 3법 반대를 위한 다급한 전략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3법 통과보다 법원에 더 아픔을 준 지점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새삼 확인한 부분이다. 신뢰가 가지 않으면 내용의 옳고 그름까지 관심이 주어질 리 만무하다. 계엄사태 이후 법원이 보여준 몇몇 사건처리가 사법불신을 폭발적으로 확산시킨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고, 지금같은 상황에서 종전의 사법신뢰도는 별 의미 없는 공허한 지표로 읽힐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과도하고 왜곡된 공격이 없진 않았지만, 국민이 가진 사법불신을 정치권과 일부 여론 탓으로만 돌린다면 법원과 국민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법불신을 증폭시킨 대법원의 특정사건 처리나 내란재판에서의 논란에 대하여 법원 스스로 고민하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해결책과 돌파구를 찾아봐야 한다.
이 시점에서 3법 시행에 대한 준비와 대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법원이 입은 상처를 어떻게 신뢰회복과 사법 재정립의 계기로 삼느냐이다. 나락에 떨어진 사법처럼 보이지만 절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한 사법부는 존속해야 하며, 그렇기에 사법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신뢰받는 사법을 기대한다는 징표이다.
지식과 정보가 무한 확산, 공유되는 이 시대에, 법관을 중심으로 한 독점적 사법은 그 이유만으로 불만과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법권한을 배분하고 투명화하며 더욱 열려 있는 사법으로 나아갈 때, 사법신뢰의 기반은 다져진다.
얼마 전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디스커버리 제도는 증거조사절차의 일정 부분을 당사자에게 이양하는 제도라는 측면에서도 확대가 바람직하다.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ADR)에 대하여, 법원 이상으로 신속, 공정, 저렴하게 처리하는 기관이 있을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사법부가 앞장서서 물꼬를 트길 기대한다. 형사재판에서의 참여재판 확대나 경범죄 신속처리절차의 도입도 사법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공소청 탄생을 계기로 공판절차에서의 공소담당자의 역할을 바로 잡고, 보다 중립적인 심판자로서의 법관의 위치를 정립하는 일도 중요하다. 변화와 개혁의 과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자성과 변화이다. 법원이 사법의 독립을 내세우며 방어에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일수록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된다. 더 크고 넓게, 더 혁신적이고 전향적으로 변하려는 법원의 노력에 국민이 공감하고 감동할 때 사법은 살아날 수 있다.
홍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전 사법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