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재판소원'…  정치권 '생명 연장 수단' 악용 될라

조소진 2026. 3. 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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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시행 첫날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 인사들이 재판소원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재판소원제가 정치권의 판결 불복 통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제가) 정치인의 생명 연장 수단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며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처분 인용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인데 정치인들이 추가 상소 수단처럼 활용하려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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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고 만든 제도 아냐"... 재판소원 도입 취지 훼손 우려
가처분 신청까지 늘어날 듯… 확정판결 효력 정지 논란도
헌재 "가처분 인용은 예외적인 경우만...인용률 1% 안 돼"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사법개혁 3법 공포 첫날인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재판소원)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뉴스1

제도 시행 첫날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 인사들이 재판소원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재판소원제가 정치권의 판결 불복 통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법상 기본권 구제 수단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의원직의 '생명 연장 수단' 등으로 인식될 경우 사법부의 신뢰까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영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은 12일 대법원 선고 직후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는지를 다투는 헌법소원심판이다. 헌법재판소가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서 기본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면 확정된 법원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 양 전 의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의원직이 박탈됐다. 장 위원장은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조폭 연루설'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들은 각각 "기본권 간과"와 "적법절차 원칙 위배"를 주장하고 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선 이들의 재판소원 예고가 '통상의 판결 불복 절차로 재판소원을 인식할 가능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재판소원과 함께 신청될 가처분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가처분은 대법원 확정 판결 효력을 본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멈춰 달라는 것인데, 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판결 효력을 둘러싼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양 전 의원이 재판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한 뒤 가처분이 인용되면, 기존 판결 효력이 정지되면서 의원직 유지 여부나 향후 재·보궐선거 일정 등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재판소원을 '일단 제기하고 보자'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대법원이라는 사법체계 최종심의 기능과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제가) 정치인의 생명 연장 수단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며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처분 인용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인데 정치인들이 추가 상소 수단처럼 활용하려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또한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가처분이 필요하다"며 "가처분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무력화하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률은 채 1%가 안 된다. 헌재는 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가처분 인용 결정을 분명 내릴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효력 정지 범위를 결정문에 명확히 적시하기 때문에 혼란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인 12일 2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이날도 오후 6시 기준으로 16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 중 상당수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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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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