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힐링도 구독…끊을 수 없는 매력

유주현 2026. 3. 1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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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 [사진 각 제작사]
블랙핑크 지수가 출연하는 최신 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이 6일 공개되지마자 플릭스패트롤 국내 시리즈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다. 이별의 상처 탓에 연애를 겁내는 웹툰 PD 서미래(지수)가 우연히 ‘월간남친’ 서비스를 월 50만원에 구독하게 되고, 가상현실에서 로맨스 판타지 웹툰의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 일상의 ‘연애력’을 회복하는 이야기. ‘가상 연애 구독 서비스’라는 소재가 힙한데, 현실의 MZ들도 드라마 속 지수처럼 대리만족을 위해 엇비슷한 ‘로판’ 웹툰 구독을 끊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싸한 메타포다.

연애감정까지 구독하는 세상이라니, ‘구독경제’ 트렌드가 선을 넘었다. 2016년 약 25조9000억원 규모였던 구독경제 시장은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음원 스트리밍부터 OTT, 각종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앱까지, 생활 밀착형 디지털 아이템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미끼로 사용자에게 ‘족쇄’를 채운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아날로그 업계에서는 이 ‘락인 효과’를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구독 트렌드에 뛰어들고 있다.

에버랜드 정원구독 ‘가든패스’. [사진 각 제작사]
에버랜드는 지난해 봄 국내 최초의 ‘정원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사계절 정원 체험과 호암미술관·리움미술관 관람 등을 결합한 ‘가든패스’ 멤버십이다. 에버랜드는 놀이동산과 동물원 외에도 9917㎡(3000평) 규모의 정원에 공들이고 있는데, 40만원으로 연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가든365’ 등을 구독하면 정원 도슨트 프로그램과 매실따기, 숲 트레킹 등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유튜브에서 ‘꽃바람 이박사’로 유명한 이준규 식물콘텐트 그룹장이 전문 가드너 큐레이션을 직접 진행하고, 미공개 정원과 전용 야경 코스 등 구독자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도 있다. 하늘정원길 해마루와 장미원 전망대의 가든패스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는 웰컴푸드와 굿즈도 제공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1주년을 맞아 식물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시그니처 멤버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독립영화 구독서비스 ‘다달’. [사진 각 제작사]
문화예술계도 ‘구독’이 키워드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영화 산업 위기 타개책으로 ‘구독형 영화관람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부터 최대 극장 체인 AMC가 월정액 25~28달러에 매주 4편까지 관람 가능한 ‘Stubs A-List’를 운영하는 등 이미 영화 구독 시스템이 안착돼 있다. 국내서는 독립영화가 먼저 나섰다. 지난 1일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 달이 독립영화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다달’을 론칭했다. 매달 9900원에 미개봉 영화 1편과 영화제 상영작 1편을 제공하고 영화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담은 글도 함께 전달한다. 구독자들이 감상을 나누는 소통 플랫폼도 마련했다.

3월의 영화는 조은 감독이 1986년 사당동 철거 현장에서 만난 가족의 삶을 33년 간 기록한 ‘사당동 더하기’ 연작 시리즈 2편. 강하라 시인이 영화에 영감받아 쓴 글이 함께 배달됐다. 시네마 달 측은 “독립영화가 마주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주체적 확장을 선택했고, 콘텐트 소비를 넘어 뜨거운 공통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종시즌2026 첫 작품인 서울시발레단 ‘블리스 앤 재키’. [사진 각 제작사]
공연 기관도 멤버십 관리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2024년 공연계 최초로 ‘시즌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1만9600원이나 4만9600원 짜리 구독권을 구매하면 35~40% 할인된 가격으로 시즌 작품을 선 예매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예술의전당도 연회비 2만~10만원에 5~40% 할인과 선 예매 가능한 멤버십을 운영해 왔지만, 세종은 ‘구독’이란 이름으로 차별했다. 올 시즌 티켓 오픈 한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는데, 도입 첫해인 2024년 동시기 매출 3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구독의 마법’은 단순 마케팅을 넘어 취향 공동체의 결속으로 이어진다. 에버랜드 정원 구독자들은 네이버 카페 ‘에버 플랜토피아’를 중심으로 정모를 만들어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가든패스 100일 등 기념일에 단체복을 제작해 맞춰 입고, 직접 찍은 행사 사진으로 굿즈를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10일 중앙일보가 론칭한 ‘권근영의 아트토크: 마스터즈’ 구독 멤버십은 선착순 60명만 초대해 1년간 김윤신·김보희·박대성·서도호 등 4인의 미술 거장을 직접 대면하는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어 결속을 다진다.

결국 일상에 ‘루틴’으로 안착된다는 게 구독의 핵심이다. 올해 세종 시즌 재구매 비중이 46.8%나 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3년째 세종 시즌을 구독 중이라는 한 공연 마니아는 “다른 공연장 멤버십도 이용해 봤지만 세종 시즌을 구독하니 평소 안 보던 공연까지 즐기게 됐다. 다양한 장르에 걸친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구독을 통해 확보된 관객 로열티가 시즌 전체 판매의 안정성을 높이고 개별 공연 흥행에 대한 리스크까지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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