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AI 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

2026. 3. 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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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했다. 그간 기회가 될 때마다 강단에서, 또 지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 인재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인재 전쟁의 실상을 알리며 우리 기업의 인재 경영 혁신을 주문했지만, 현실에서의 변화가 좀처럼 체감되지 않아 답답함이 컸다. 무엇보다도 본인은 정작 미국에 살면서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이 일종의 ‘자가당착’처럼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늘 편치 않았다.

 국가 차원 인재 경영 위한 세 가지 무기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끊임없는 위기론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AI 시대를 선도할 국가 차원 인재 경영의 세 가지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인적자본의 상향 평준화’다. 최근 한국 대학들이 세계 순위가 낮아 국제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대학들이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를 기록한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 70.6%는 한국이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미스매칭’이라는 과제는 존재하지만, 한 국가의 인적자본 수준이 이토록 상향 평준화된 나라는 드물다. 심지어 미국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만성적인 전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텍사스주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60x30TX’ 계획, 즉 2030년까지 청년 인구의 60%가 대학 학위를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는 소수의 천재 과학자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대중의 광범위한 AI 문해력을 요구한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지속적 재교육이 필수적인 만큼, 보편적 고등교육을 통해 축적된 우리 국민의 탄탄한 기초 학력과 고차원적 인지 능력은 AI 생태계를 꽃피울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둘째, ‘인재를 끌어당기는 문화의 힘’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과거 유학생을 미국이 아니라 영국으로 주로 보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사회의 역동성이 덜한 영국은 공부를 마치면 인재가 귀국하지만, 미국은 그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패권은 비단 실리콘밸리의 기술과 월스트리트의 금융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문화적 매력이 전 세계로부터 똑똑한 인재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자석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은 K팝과 드라마, 음식에 이르기까지 미국 외에 이런 문화적 자석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다. 국가와 도시의 매력이 글로벌 인재 유치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오늘날,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소프트 파워가 이제 국가적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된 것이다.

셋째, 체화된 ‘민주주의의 경험’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기본 가정부터 다르다. ‘1주(株) 1표’와 ‘1인 1표’의 차이는 얼핏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쟁력의 이면에는 의외로 민주주의적 요소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에드가 샤인 MIT 교수의 ‘조직 개발’은 조직 문제 해결 과정에 구성원의 참여를 제도화한 경영 방법론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이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타운 홀 미팅’도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아고라를 연상케 한다. 최고경영자와 말단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대등하게 소통한다.

 산업화 시대 고착화된 인사 제도 개편해야

대한민국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스스로 증명해낸 나라다. 광장에서 보여준 그 역동적인 참여의 에너지를 기업 내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 기업은 그 어떤 나라보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AI 시대 인재 경영을 위한 튼튼한 토양이 갖춰져 있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다. 산업화 시대에 고착된 인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인사 제도의 혁신만 이뤄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인재가 모여드는 글로벌 허브로 비상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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