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뜨자 매년 67%씩 큰다…ESS, 이차전지 구원투수 부상

2026. 3.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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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대전
배터리 산업에서 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일체형 ESS ‘메가팩’을 앞세운 ESS 사업 호조로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만회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메가팩. [사진 테슬라]
한국 수출의 효자 품목이었던 이차전지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전년보다 12%대 감소, 2023년부터 이어진 역성장이 여전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및 중국 제품과의 경쟁 심화 때문이다. 고전 중인 국내 배터리 업계이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최근 구원투수로 등판해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 하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전력변환장치나 배터리관리장치 등으로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대규모 설비다.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이 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계는 이차전지 사업 전반의 부진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19일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 추진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율은 15.2%로 약 10조원 가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 지분 매각 등으로 확보하는 재원을 ESS용 배터리 사업 등에 고강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 부진 여파 등에 지난해 1조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도약을 위해선 ESS 사업 강화가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공시 직후 삼성SDI 주가는 1주일간 30% 가까이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전기차 캐즘 등 영향 이차전지 시장은 부진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ESS 시설. [사진 삼성SDI]
앞서 삼성SDI는 다국적 기업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세운 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일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올해 북미 ESS 생산능력 전망은 당초 약 20GWh(기가와트시)에서 약 30GWh로 상향됐다”며 “ESS 부문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오는 4분기엔 고객사의 ESS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비해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라 장기간 저장이 핵심인 ESS용으로 유리하다.

시장 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해 2889억7000만 달러(약 425조원) 규모에서 2034년 5693억9000만 달러(약 838조원) 규모로 2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의 꾸준한 증가에 더해 인공지능(AI)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AI 산업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ESS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AI ESS 시장은 2024년 154억 달러 규모로 전체 ESS 시장의 약 9%를 차지했고, 지난해엔 258억 달러 규모로 1년 만에 1.7배가량 급성장하면서 비중도 12%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이런 AI ESS 시장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해 전체 ESS 시장의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21.7%)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수가 급증하면서 고출력 ESS와 무(無)정전전원장치(UP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산업을 이끄는 미국과 중국이 AI ESS 산업 발전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AI ESS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1위인 23%의 시장점유율과 15.2GWh의 설치용량을 기록 중이다. 중국은 전기차용 배터리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지위를 얻은 CATL이 12.8GWh의 AI ESS 설치용량으로 테슬라를 뒤쫓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SDI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은 ESS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캐나다의 배터리 생산공장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로써 북미 지역 ESS 생산거점을 3곳(미국 2곳, 캐나다 1곳)으로 확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3곳의 ESS 생산거점이 빠르게 성장 중인 북미 ESS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약 60GWh로 확대할 예정인데 그중 성장세가 가파른 북미 지역 생산능력을 전체의 80%인 5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미국·유럽, 중국산 배터리 배제 흐름 호재로
SK온은 지난해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와 1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하면서 북미 ESS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말부터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전환해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북미를 중심으로 20GWh 규모 ESS 수주에 성공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24일엔 포스코그룹과 2만5000t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하면서 이 공급망을 ESS 시장 확대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종진 SK온 전략구매실장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하나로 장기적인 원재료 수급 안정성과 조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약”이라며 “전기차를 넘어 ESS까지 경쟁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노력을 뒷받침할 만한 호재도 기대된다. 미국 하원에서 중국산 ESS용 배터리 수입 금지 법안을 발의한 게 그것이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제정 후 60일 이내에 미 관세당국에서 수입 금지를 집행할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산 ESS용 배터리가 배제되면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산 ESS용 LFP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 국내 업계가 당장 우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흐름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역내 부품 조달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산업가속화법(IAA) 제정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등 제품 공세 차단에 나섰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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