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잇(it)] AI 저작권 침해 문제…합·불법 가르는 기준은?

우지수 2026. 3.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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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작권법 '공정이용' 판단 기준 제시
AI 기술 발전에 발맞춘 제도 개선 논의 중

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창작물을 활용할 때, 이것이 정당한 저작물 이용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더팩트 DB

현대인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부터 일상을 돕는 인공지능(AI)까지, 정보기술(IT)은 실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편리하게 사용 중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려운 용어의 뜻은 무엇인지 호기심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일상 속 궁금한 IT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SNS에 올린 내 그림이나 정성 들여 쓴 블로그 글이 어느 날 인공지능(AI) 학습 재료로 쓰여 돈벌이에 이용된다면 어떨까. 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학습에 개인 창작물을 활용하는 일에 대한 저작권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반 사용자나 창작자 입장에서도 AI가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 중 무엇이 명백한 불법 무단 도용이고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인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지난달 정부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하고 AI의 정당한 저작물 이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정이용'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원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권리자의 사전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저작권법 예외 규정이다.

AI 학습에 저작물을 사용한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하려면 까다로운 4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기준은 이용 목적 및 성격이다. 기존 저작물과 똑같은 쓰임새로 사용하면 불리하며 새로운 의미나 공익적 가치를 부여하는 변형적 이용이 인정돼야 한다.

두 번째는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다. 뉴스 기사와 같이 사실이나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은 참작될 여지가 크며 창작자 개성과 감정이 짙게 밴 예술 저작물은 무단 학습 시 불리하게 작용한다.

세 번째는 저작물이 이용된 비중과 중요성이다. AI 학습 구조상 원저작물 전체를 복제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전체를 이용했더라도 변형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꼭 필요한 수준이었는지를 따진다.

마지막 기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AI의 학습 결과물이 원작 콘텐츠 수요를 직접적으로 빼앗거나 원작자가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기회를 훼손한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에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의 4가지 고려 사항을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현장 사례를 살펴보면 기준은 명확해진다. 비영리 연구 목적으로 공공데이터를 자연어처리 모델 학습에 쓰거나 합법적으로 취득한 영상물에서 범죄자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AI 등은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확률이 높다. 반면 언론사 동의 없이 뉴스 기사 원문을 통째로 수집해 AI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독자가 원문 기사에 접근할 필요성을 없애 언론사 수익을 훼손할 우려가 커 엄격히 금지된다. 유료 이미지 사이트의 고해상도 사진을 무단으로 모아 상업용 이미지를 생성하는 모델 역시 공정이용 보호막을 쓰기 어렵다.

명확한 잣대가 제시됐음에도 창작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여전하다. 이번 조치가 기업들에게 창작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면죄부를 준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 정당한 대가 없이 AI 학습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 불씨는 남아 있다. 특히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 등에 관련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창작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관계자는 과도한 형사처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초기 논의 단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개발 완료 후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국가 대표 프로젝트"라며 "원작자에 대한 민사 배상 체계는 유지하면서 과도한 형사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등이 협력해 논의 중이나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행 저작권법의 특정 조항만 수정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함께 살피는 중이다.

한국 AI 학습 규제는 여전히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평이 나온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공정이용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확정된다. 현행 저작권법은 본래 저작물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AI 시대의 변화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제도가 따라가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창작자 권리 보호와 AI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한 구체적인 입법,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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