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덕]美 법원서 제동 걸린 ‘AI 구매 대행’

▷퍼플렉시티의 AI 에이전트 ‘코멧’에는 쇼핑 자동화 기능이란 게 있다. 코멧이 이용자가 알려준 아이디로 아마존에 대신 접속해 물건을 고르고 주문과 결제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사람이 아닌 코멧의 접속을 허용한 적이 없다며 작년 11월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10일 아마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코멧의 해당 기능을 일정 기간 비활성화하도록 했다. AI가 사람 대신 쇼핑을 하려면 실제 구매 활동이 일어나는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은 셈이다.
▷아마존이 코멧의 진입을 막아선 건 실은 ‘광고 매출’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많이 팔려면 얼마나 구매자 눈에 잘 띄는지가 중요한데, 좋은 위치를 확보하려면 광고비를 내야 한다. 아마존이 이렇게 번 돈이 작년에만 약 700억 달러다.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물건을 사면 광고주들은 아마존이 아닌 코멧 운영사인 퍼플렉시티에 광고를 하려 할 테니 급한 대로 법을 동원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 결정 바로 다음 날 아마존이 보인 ‘이중적’ 행태에 많은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사 AI 에이전트가 외부 플랫폼으로 이동해 구매 대행을 하는 ‘바이 포 미(buy for me)’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외부 AI에는 철저히 문을 닫으면서 자신은 외부 플랫폼들과의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AI 활동 영토를 넓힌 것이다. 아마존은 매월 3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디지털 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다. 웬만한 제조사 판매몰이나 중소 쇼핑몰은 그런 아마존의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미 법원 결정으로 각 플랫폼이 외부 AI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도록 최소한의 ‘방패막’을 갖게 된 건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마존 같은 강자만 유리해진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빅테크들의 AI 에이전트 공세 속에서 다양한 중소 플랫폼이 가진 개성과 특징, 브랜드 가치 등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영화, 음악, 문학 같은 콘텐츠 영역에서도 AI에 선택되기 쉬운 ‘정답형’만 살아남을지 모를 일이다. AI 발전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되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보조’해야 한다는 대원칙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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