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게 탄 나무토막에 매캐한 냄새… 봄철 도심 산 덮친 ‘묻지마 방화’

마주영 2026. 3. 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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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봄철, 수원 팔달산 연쇄 방화 ‘아찔’
화재 목격자들 “불 끄니 다른 곳 또 질러”
“재범률 높아 강력한 손해배상 청구해야”

수원 팔달산 산불 현장. 2026.03.13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팔달산. 초입에 마련된 등산로를 따라 산 중턱에 오르자 곳곳에 검게 탄 바닥이 보였다. 검은 숯처럼 변한 나무토막들은 바닥을 나뒹굴었고, 가까이 다가가자 매캐한 냄새가 났다. 해당 지점에서 1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같은 흔적이 발견됐다. 근처에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는 바짝 말라 불이 사방으로 번지기 좋은 모습이었다. 전날 팔달산 곳곳에서 불씨가 피어 오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매일 산책을 한다는 김모(70)씨는 “산 중턱에서 검은 연기가 슬슬 피어 오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또 연기가 났다”며 “산 아래로 내려온 등산객이 ‘어떤 남자가 불을 지르길래 낙엽을 발로 밟아서 불을 껐는데, 다른 곳으로 가더니 또 지르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봄철 수원 도심 속 산에서 방화로 인한 산불이 났다. 전문가들은 방화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대응 수위를 높여 범죄 유인을 낮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날 오후 1시23분께 수원시 팔달산 약 7개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산림청과 지자체 헬기 3대와 인력 51명이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에서 방화 용의자인 4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관련 혐의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산책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 방화는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반사회적 심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를 향한 불만이 쌓인 사람이 자신이 낸 불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왜곡된 자존감을 채우는 경우가 있다”며 “방화범들은 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각성되는 과정에 중독성을 느끼기 때문에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방화 유인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불학회 문현철 고문은 “벌금이나 손해배상액이 커지면 범행 유인이 줄어들텐데, 한국은 관련 법에 손해배상 근거가 있어도 잘 청구하지 않는다”며 “헬기 한 대가 산불을 끄기 위해 한 시간 투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약 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산불은 한 번 나면 인명 피해를 비롯해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고문은 “봄철은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산 속에 있는 나무가 마르기 때문에 대형 산불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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