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견제한다더니 한국만 불안하게 해” 美민주당 작심 비판
3500억 달러 투자 압박 거론
“한미동맹 긴장, 일·대만도 불안”
“중국만 반사 이익” 작심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한미관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망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미국 민주당의 공개 비판이 나왔다.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와 한국을 향한 대규모 대미 투자 압박, 대만·일본 안보 현안에서의 모호한 대응, 중동 전쟁으로 인한 전략 분산까지 겹치며 미국이 스스로 동맹 신뢰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동북아 핵심축인 한미동맹마저 긴장 상태에 들어섰다는 지적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결국 미국 자신의 외교 기반을 잠식하는 자충수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56쪽 분량의 보고서 ‘후퇴 2.0의 대가: 미국의 경제 우위와 동맹 이점 훼손’에서 “한미동맹은 긴장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1년간의 대외정책이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동맹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중국 견제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 사례를 대표적 징후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워싱턴을 방문해 양국 관계 안정화에 힘썼지만, 직후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가 미 이민당국에 의해 돌연 구금되며 동맹 간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 부흥에 협력해 온 동맹국 국민에게 예고 없는 강경 조치가 가해지면서 외교적 파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압박도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행정부가 불투명한 메커니즘을 통해 한국에 3500억달러(약 51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승인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 국회까지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조치가 인도·태평양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안보는 동맹을 말하면서도 경제는 사실상 청구서처럼 다루는 이중적 태도가 한국 사회와 정치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미국의 이런 동맹 관리 실패가 중국에 전략적 반사이익을 안기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도는 사이 중국은 서해에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고, 최대 규모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지가 흔들린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역내 경쟁국은 더 대담해지고 동맹국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견제를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행동 반경만 넓혀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본과 대만을 둘러싼 대응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거부하는 등 대만 방어 공약과 관련해 엇갈린 신호를 보내왔다고 비판했다. 대만 문제처럼 억지력과 상징성이 모두 중요한 사안에서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공백은 즉각 중국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태도도 비판 대상이 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을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미 외교·안보 수뇌부가 일본을 공개적으로 엄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미국이 동맹을 방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동맹의 메시지를 약화시킨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란 전쟁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명확한 전략 없이 시작된 전쟁이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유가를 급등시켰다”며 “중국과의 장기 경쟁에 집중해야 할 미국의 자원과 외교적 주의를 중동으로 분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태평양을 최우선 전장으로 삼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다시 중동에 발목이 잡히는 전략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지난 1년간의 관세 정책, 해외 원조 프로그램 종료, 동맹국과 대만을 상대로 한 불안정한 약속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신뢰와 의지를 스스로 갉아먹었다고 결론 내렸다.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거래 대상으로 보고, 신뢰를 축적해야 할 외교를 압박과 부담 전가의 문제로 바꾸면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 역시 함께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맞선 통합 전선을 구축하기는커녕, 우방국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내몰고 있다”며 “더 나아가 일부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과 협력하도록 떠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선택은 강대국 경쟁에서 미국의 전략적 실패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압박하겠다며 시작한 외교가 정작 동맹부터 흔들고,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게 만든다면 그것은 ‘강한 미국’이 아니라 ‘고립되는 미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동맹을 비용과 거래의 문제로만 다루는 순간 신뢰가 흔들리며, 이는 동맹의 본질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워싱턴에서 나온 셈이다. 한미관계에 드리운 긴장도 같은 맥락에 있어 보인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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