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키오스크 대신 “어서 오세요”…다시 사람 세운 기업들
도난 줄고 만족도·매출 등 상승 사례 눈길
국내 적용 쉽지 않지만…“사람간 연결 중요”


요즘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직접 계산하는 무인계산대 줄이 더 길다. 패스트푸드나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메뉴를 추천하는 키오스크도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몇몇 기업은 이런 시대 흐름에 거스르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키오스크 대신 직원이 손님을 맞고, 계산원이 안부를 물으며 계산을 돕고, 알고리즘 대신 서점 운영진이 꼽은 추천도서가 매대에 오른다.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기업의 모습을 들여봤다.

레온의 공동 창업자인 존 빈센트는 “나와 우리 고객들 모두 디지털 화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람을 통하는 선택지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젤 머레이 대표이사는 “고객들이 오랫동안 매장 셀프계산기가 느리고 불안정하며 인간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4월 부스는 셀프계산대 철거 이후 도난 사례는 줄고, 계산 속도는 빨라졌으며, 고객 만족도도 소폭(70점→74점, 100점 기준)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점보는 고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다 계산대를 확대했다. 2026년 기준 20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또 매장별로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 코너’와 ‘산책 모임’ 등을 조직하기도 했다.

그는 각 매장이 체인점이 아닌 독립서점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워 지역 매장 관리자들에게 특성에 맞는 선별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관리자들은 알고리즘 기반 추천 대신 각자 다른 큐레이션을 만들었다.
서적 구성도 전문·기술 분야를 줄이고 문구류와 선물용품 등 생활 상품 카테고리를 늘렸다. 또 낭독회와 작가 사인회 등 행사를 열고, 어린이와 어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반스앤노블과 산하 영국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의 연 매출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계산원들의 업무처리가 기계적이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계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사례들은 사람 간의 대화를 목적으로 한 확고한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지만, 우리나라 마트 계산 문화는 속도를 중시해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특정 유통업에서는 인공지능(AI)보다 사람의 장점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스앤노블 사례처럼 공간을 직접 체험하는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AI와 알고리즘만으로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감성과 장점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비를 불러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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