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도지사 고문 의혹' 기사 안 쓰는 조건으로 5400만 원 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옛 안기부 시절 의혹이 부른 '언론 매수' 논란
대구MBC '녹취록' 단독 보도에 이철우 지사 "악의적 선거 개입"
시민단체 "적반하장 협박 멈추고, 언론 매수 진실을 밝히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쓰려 한 언론사에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가 막았던 기사 내용이 이철우 지사가 옛 안기부 시절 노동자 고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제기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MBC는 지난 11일 당시 보조금 편성에 관여한 이 지사의 정무실장과 해당 언론사 대표의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이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대구MBC <이철우 '입막음용 보조금'…'고문 기사 무마' 녹취록 입수>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3월23일 당시 통화에서 해당 언론사 대표는 “철우 형한테 메시지 넣어놨는데 몇 번이나…요새 통 바쁘신지 연락도 안 되고”라고 말한 뒤 이철우 지사가 과거 안기부 포항분소 간부로 있을 때 사건을 취재 중이라고 한 뒤 “발가벗겨서 통닭구이…다리 묶어서 그런 거 있잖아요. 그죠? 그렇게 하고 가혹 행위를 했다”, “공단 노동자들 몇 명이 왔는데, 그 친구들이 이제 시대가 바뀌니까 좀 억울하다. 이런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도지사님이 개입한 건 아닌데, 보도는 안 하겠지만 아마 다음 선거 때는 노출될 수도 있어요”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좀 덮고 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대구MBC는 “해당 공무원은 도지사에게 보고했고, 포항에서 해당 언론사 대표를 만나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 회사가 주최한 드론 관련 행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도청 예산 부서가 반대한 걸로 전해졌지만, 2021년 7월, 추경 예산까지 편성해 54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대구MBC는 “이 지사를 비롯해 보조금 지급에 관여한 도청 전현직 공무원 6명 등 모두 7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언론사 대표는 지방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이철우 도지사는 즉각 입장을 내고 “수사 기관의 일방적인 주장과 이미 사법부에서 허위로 판명되어 폐기되었어야 할 가짜뉴스를 경선 국면에 맞춰 끄집어낸 악의적인 선거 개입 보도”라며 “MBC 허위보도에 언론중재위 제소는 물론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에 따른 고소 및 손배 청구를 통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지사는 “이번 보도의 뿌리가 된 의혹은 3년 전 모 언론사의 보도로, 대법원은 해당 기사에 기사 삭제 확정판결을 내렸다”며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사안을 MBC는 마치 새로운 사실인 양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는 선거가 1년 이상 남았고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용상 즉시 허위임을 알 수 있는 사안에 내가 협박에 겁을 먹고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 경선 면접이 진행되는 오늘 자극적 보도를 내보낸 것은 경선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기획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는 13일 논평을 내고 “대구MBC 보도는 3년 전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최근 경찰이 이 지사와 6명의 공무원을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보도한 것이다. 더구나 녹취록의 어디에도 이 지사가 고문에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이나 뉘앙스는 없다. 오히려 이 지사야말로 자신의 주관적 입장을 강변하며 과잉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을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문제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직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고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 역할”이라고 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 지사가 떳떳하다면, 정무직 공무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 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으며, 왜 불요불급한 예산을 언론사에 지원했는가”라고 물으며 “대구MBC에 대한 적반하장 협박을 멈추고, 언론 매수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안기부 시절 포항지역 노동자 고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라.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직책상 인지하고 묵인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도 합리적 판단”이라고 했다. 보조금을 받았던 언론사를 향해서도 “독재 시절 인권탄압을 밝혀내야 할 언론이 권력과 거래하여 이익을 챙긴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공개 사과하고, 관련 제보 내용과 취재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 지사가 언급한 '모 언론사'인 일요서울 홍준철 편집국장은 지난 12일 “본지는 2023년 6월 <[단독추적] 이철우 경북지사, 국정원 시절 '고문피해' 주장 언론 입막음 의혹>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송출했다. 이후 경북도는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사실관계 다툼이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였다. 이 지사 입장처럼 사법부가 기사의 허위성과 악의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또 이 사건 관련 2023년 6월과 7월 쓴 후속 기사가 홈페이지에 남아있다며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사안'이라는 이 지사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며 이 지사를 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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