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름값 잡기 나섰지만…미봉책 지적 속 재정 악화 우려

차민주 2026. 3. 13. 18: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유 중동 의존도 90%…언론, 비축유 방출에 우려
휘발윳값 보조 기금 2.6조원 한달여만에 고갈 관측
엔/달러 환율 20개월만에 최고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일본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해 비축유 방출, 보조금 지급 등을 결정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다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 재정 상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엔화 가치 하락(엔저)이 지속되면서 일본 내 유가 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일본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는 L(리터)당 161.8엔(약 1510원)이었으나, 도쿄 일부 지역에서는 며칠 만에 220엔(약 2050원)까지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싼 주유소에는 대기 행렬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비축유를 16일부터 방출한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자국 내 소비량의 45일분에 해당하는 비축유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다. 이는 소비량 254일분을 보관 중인 일본 비축유의 18% 수준에 해당한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비축유 방출량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기존 최대 사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소비량 25일분 방출이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에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도착하는 날이 오는 20일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 온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량 급감에 대비해 서둘러 비축유를 풀어 기름값을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비축유 방출은 시간 벌기용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아사히가 짚었다.

신문은 중동 이외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하는 것이 과제라면서 미국과 브라질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세계 각국이 원유 수급난을 겪는다면 단기간에 수입국을 다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니치신문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요구돼 왔던 원유의 중동 의존 탈피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는 휘발유 소매가를 L당 170엔(약 1590원)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19일 출하분부터 정유사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을 보조금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기금 잔액은 약 2800억엔(약 2조6000억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중의원(하원)에서 보조금 재원이 부족할 경우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예산 예비비를 쓰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기름값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기금이 한두 달 만에 바닥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 측은 휘발유 소매가가 L당 200엔(약 1867원)으로 올라 보조금을 30엔(약 280원)씩 지급해야 할 경우 기금 2800억엔은 한 달 남짓 만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 측은 엔/달러 환율이 159엔,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가 되면 일본 휘발유 소매가가 L당 200엔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59.6엔까지 올랐고, ICE선물거래소에서 12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급등했다.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국제 유가를 고려하면 일본 내 기름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신문은 “중동 긴장이 장기화해 보조금 증가로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원유 조달 가격이 올라 휘발유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측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97달러로 오르면 휘발유, 가스·전기 요금 상승 등으로 2인 이상 세대의 2027년 연간 지출액이 2만5000엔(약 23만3000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정세 악화는 일본 경제의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중동 지역에 자동차 약 32만대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이달까지 중동 판매용 자동차 2만대를 감산하기로 했다. 혼다도 일부 자동차 출하를 늦췄다.

석유화학 업체 미쓰이화학과 미쓰비시케미컬은 원료 조달이 어려워지자 에틸렌을 감산하기로 했다. 에틸렌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가 원료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