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학회, 태평양과 ‘AI 특례’ 공동 세미나…“AI 시대 개인정보 규범 재설계해야”

김연진 기자 2026. 3. 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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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AI 시대, 다시 데이터를 고민하다' 세미나에서 참여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yeonjin@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넓히는 ‘AI 특례’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AI 학습데이터 확보를 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기준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세심한 운영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및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공동 주최로 진행된 'AI 시대, 다시 데이터를 고민하다' 세미나에서 이강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AI 기술 개발이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개인정보 처리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다는 것이 특례의 핵심”이라며 “기존의 개인정보 적법 처리 근거만으로는 학습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AI 특례는 AI 모델 성능 개선을 위해 고품질 개인정보 원본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익명·가명처리로는 AI 기술 개발이 어렵고 공익·사회적 목적에 해당하며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 침해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에 한해 강화된 안전장치 확보를 전제로 심의·의결을 거쳐 허용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원본 데이터를 가명처리 없이 AI 학습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AI 특례안에는 기술 혁신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 균형을 잡기 위한 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다”며 “다만 운영 과정에서 민감정보, 고유식별정보가 유출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요인 평가가 형식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현 경상국립대 법대 교수는 “AI의 작동 원리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응 원칙과 구조적으로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가 대규모로 수집되고 예측 불가능하게 활용되는 것과 전통적인 개보법 원칙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실현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례안의 일부 문구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소은 광운대 법대 교수는 AI 특례안에서 '정보 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라는 문구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AI 사업자 입장에서는 AI 기술 개발 목적의 개인정보 처리가 허용되는 경우일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토의에선 사전심의·의결 제도 운영 과정에서 AI 기술 개발의 적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직동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빠른 의결을 위해 사전 전문위원회 구성을 계획 중”이라며 “전문위원회에서 먼저 검토하고 심의·의결 과정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승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전북대 로스쿨 교수)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데이터 활용 논의가 위축됐지만 유출 문제와 AI 학습데이터에 대한 제도적 문제는 결이 다르다”며 “AI 학습데이터 제도 혁신은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후속 세대의 산업 경쟁력까지 결정지을 문제”라고 강조했다.